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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인 Mar 21. 2022

잊히는 공연

서울 삶

콘서트를 다녀왔다.

2019년 아이유 콘서트 이후로 3년 만이다.

싱어게인의 우승자였던 이승윤의 첫 단독 콘서트를 다녀온 소감은 : 영광이었다.

이 가수의 앞으로의 행보에 첫 밑거름이 될 공연을 갔다 온 것 같아 영광이었다.


오디션 당시에는 이승윤에 딱히 관심 없다가 결승곡 선곡이 흥미로워서 관심을 가졌었다.

우와 내가 좋아하는 이적 노래를! > 이적을 제일 좋아한다네? 나도 좋아하는데 > 얜 누구지 > 오 어떤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지? > 우.... 와!


뭐 이런 과정으로 이승윤의 노래를 줄곧 듣다가 인터뷰를 찾아보게 되고, 라디오를 찾아 듣고는 가수에게 매력을 느꼈다. 나는 직업에 상관없이 그 사람이 하는 사고가 끌려야지만이 '팬'이 된다.


무대 위의 이승윤을 누군가는 개성을 위장한 허세로 볼 수 있지만, 이 사람이 하는 생각의 깊이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 입장에서는 "참 하고 싶은데 못 뱉는 말이 많아서 음악으로라도 표출"하는 사람 같아 보였다.


당시에 충동적으로 티켓팅을 했었고 코로나 격리도 기똥찬 타이밍으로 끝이 나서 공연을 다녀왔다.

콘서트를 쉰 지 오래되어서 감흥이 없었는데 공연장에 입장하고 나니 신기하고 기분이 묘했다.

특히 이번 콘서트는 훨씬 더 생경했다.


내 예상보다 이승윤에겐 코어 팬클럽 회원들이 존재했고 이들의 연령대가 우리 엄마, 그리고 그보다 조금 더 윗세대여서 놀랬다. 이들은 파란색 옷을 맞춰 입고는 가수를 향한 이벤트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두었다.

엉겁결에 받은 응원봉, 팬플랫, 이벤트 지침서는 공연 시작 전부터 호기심 어린 흥미를 느끼게 했다.


가수의 라이브며, 공연이며, 중간중간 엿보이는 언변 등 다 재미났지만, 무엇보다 내가 콘서트라는 공연을 좋아하는 이유가 명확해지는 오늘이었다.

주로 콘서트를 혼자 가지만 자리에 앉는 순간 소속감과 유대감이 솟구친다.

같이 리듬을 타고 (마음속으로) 따라 부르고 웃고 울컥하고..

공연 끝! 하면 뒤돌아서 안 보는 사람들이 되는 것 치고는 공연 중에는 꽤 끈끈하게 서로가 종속되어 있다.


사라질 시간 속에서만 느끼는 그 기분이.. 진기하다.


이승윤 가수도 공연 중간에 이런 말을 했다.

"세상 모든 사람의 9할은 잊히고 기록되지 않는 삶을 사는 것 같습니다. 오늘 또한 역사에도 남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같이 나누는 시간이 의미 있고 더 소중한 것 같습니다."


아직은 몇 시간 전의 공연이 생생하고 찍어온 영상을 반복하고 라이브를 듣고 있지만, 며칠이 지나면 잊힐 것이다. 가끔 생각나면 갤러리의 역사 속에서 함께 할 수는 있겠지만. 이 마저도 몇 년 뒤 클라우드가 차면 내 손으로 삭제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껏 다녀온 공연 영상을 지운 것처럼.


그럼에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사라지는 한 줌의 찰나인걸 알기 때문에 더 온전히 즐기고 집중할 수 있었다.

잊지 못할 공연이어서 귀했다기 보단, 잊힐 공연인걸 알기에 고귀한 순간이었다.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를 한 가수와, 젊은 인디 가수의 팬은 처음인듯해 보이는 관객들이 모여 만드는

얼레벌레 우당탕탕 쿠아 우ㅏㅏ우ㅏ 한 콘서트는 재미나고 귀여웠다.

이 가수는 또 어떤 말을 하기 위해서 음악을 만들어 갈까나.


지하철 타고 콘서트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서울 삶, 짜릿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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