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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인 Mar 21. 2022

 망각의 필요성

서울 삶

망각 : 어떤 사실을 잊어버림.


잊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관념적인 차원에서 미래의 자기 모습을 자유롭게 상상하며 변화와 성장을 거듭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망각, 한때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타고나는 재주

- 케이트 아이크혼, 망각이 사라진 사회 인터뷰 중


아침에 읽은 철학 잡지에서 '망각'에 대한 칼럼이 있었다. 뉴스쿨 문화, 미디어학과 교수는 인터넷 세상에서 망각이 사라지고 있는 현사회의 문제점을 녹여내었다.


나의 습관 중 하나가 저자, 인터뷰자 의도와 전혀 없이 엉뚱한 방식으로 영감을 받고 자기 식대로 해석해버리는 것이다.


오늘은 미디어 사회와 상관없이 그냥 '망각'이라는 단어에 빠졌고 나의 일상에서 이 망각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모두가 바쁜 월요일 오후에 여유롭게 요리하고 룸메와 티타임까지 가지며 우리의 느긋함에 손뼉 치고 만족했던 때도 잠시, 짧은 낮잠을 자고 나서는 또 무력감에 휩싸였다.


짜임새 없는 시간 속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의 일상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라고 할까.

그래도 회사 다닐 때는 온-오프가 분명해서 평일과 주말의 구분이 있었는데,

퇴근 전과 후가 분명해서 걱정 없이 쉴 수 있었는데.. 등

과거를 미화하며 현재에서 불만을 찾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자석처럼 튕겨나가 집 앞 체육관을 등록했다.

대구에서 쭉 해오던 복싱을 이어서 해야겠다는 결정으로 충동적으로 등록하고 바로 수업을 들었다.


새로운 체육관도 나쁘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계속해서 과거의 편하고 정다웠던 대구 체육관이 그리웠다.

익숙해서일까? 아님 정들어서 일까? 전 관장님과 함께 운동하던 사람들, 심지어 훈련 프로그램까지 기억났다.

아쉬움과 그리움에 산책을 하다 불현듯 '망각'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에겐 현재 망각이 필요하다.


좋았던 것만 생각나는 과거에 대한 망각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고 지금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할 수 있다.


물론~ 그리워할 수는 있지만, 좋았던 기억에만 파묻혀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빠지고 싶지는 않다.


기존의 기억을 어느 정도 망각하면서 현재를 살아가야겠다.



(김종혁 소설가가 교훈과 배움으로 끝나는 글을 비판했는데

반성과 다짐으로 끝내는 글을 쓸 때마다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제가 프로 작가는 아니니깐여..일기처럼 좀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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