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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인 Mar 12. 2022

꾸준함이란 재능

꾸준함에 관한 고찰

아침에 일어났더니 목이 찢어질 것 같았다.

병원에 달려가 검사하니 신속항원 양성이 떴고 PCR 결과는 내일 나오지만 거의 확진 확정이다.

어제까지 한강에서 자전거 타다가 오늘은 방 안에만 박혀있는 하루가 되었다.


(어디서 걸린지는 모르겠다.

 다행히 어제 만난 친구들 그리고 홈메이트는 신속항원 음성이 나왔다.)


음.. 이제 7일 동안 여기에 꼼짝없이 있어야 되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리 당황하거나 걱정하지는 않았다. 우선 백수이니 일 걱정 안 해도 되고, 증상도 심하지 않아서 그냥 담담히 방 안에서 있으면 된다.

한 가지 걱정인 건 동거인의 안전 문제.. 난 화장실을 사용 때만 제외하고는 방에서 안 나가고 있고 홈메이트가 매 끼니마다 식사를 넣어주고 있다. 정말 감사하게도..

화장실 이용 시에는 곧장 소독을 하고 서로 동선을 피해 가며 생활중인데 제발 안 옮길 바란다.


서울에 온 지 아직 2주가 안 되었지만 나름대로 나의 하루에 패턴이 생겨 있어서 놀랬다.

거창하진 않아도 매일 밤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에 짧게 찍은 영상들을 편집하고 일상에서 글감을 떠올려서 이렇게 브런치 글을 쓰는 것이다.

이외의 시간에는 책을 읽거나 영어공부를 하고 (낮잠, 유튜브 등등)


강제적으로 해야 할 일이 없는데 스스로 정한 약속으로 '강제성'을 만드는 하루의 패턴이 참 신기하다.


이는 내가 어릴 때부터 줄곧 믿었던 나의 딱 한 가지 재능 때문인데, 그게 바로 '꾸준함'이다.

입이 떡 벌어지게 공부를 잘하지도, 반짝거리는 재능이 있지는 않았지만 뭐 하나를 시작하면 그냥 꾸준하게 묵묵하게 했다.


책을 읽고 기록하는 습관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한 후에는 너무 적을 말이 없는 책들을 제외하고는 네이버 블로그에 꾸준히 업로드를 하였고 이제는 약 200권이 다 되어간다.


운동을 시작하면 웬만한 약속이 없는 한 정말 매일 갔다. 지금까지 스쿼시, 플라잉 요가, 필라테스, 그리고 복싱까지 다양한 운동을 해봤는데 상황에 따라서 운동 종류는 달라졌지만, 다닐 때마다 꾸준하게는 했다.

늘 혼자 말없이 운동만 했는데 매일 가니 자연스럽게 안면이 트고 친해지는 사람들도 늘어갔다.

붙임성이 있는 성격이 아니어서 먼저 친목을 다지진 않아도 그냥 꾸준히 오래가니 공간이 편해지고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꾸준함에서만 느낄 수 있는 느린 관계 맺음이 항상 나와 잘 맞았다.


그리고 지금, 영상과 브런치.


'네 일상을 한 번 찍어봐'라는 친구의 권유에 친구에게 보여줄 목적으로 시작한 영상 찍기가 2주째 이어지고 있다. 타인이 보면 재미없을 영상이지만, 친구와 둘이서 수다를 떨 수 있는 콘텐츠로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행위라고 생각한다.  


따로 일기는 쓰니깐 브런치 글이 일기장처럼 나의 하루를 나열하는 공간이 안 되었으면 하지만 쉽지가 않다.  매일 새로운 글감을 떠올리거나 영감을 찾는 건 어렵다. 일단은 잘 쓰든 못 쓰든 자기만족의 한 형태로, 그리고 나의 수많은 생각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쭉 꾸준히 쓸 예정이다.

조금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그리고 공부를 하면 깊이도 깊어지는 글들을 발행할 수 있겠지.


스물아홉 살인 지금은 더 이상 재능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된 지 오래다. 꾸준함 없는 재능이 어떻게 힘을 잃는지, 재능 없는 꾸준함이 의외로 얼마나 막강한지 알게 되어서다. 재능과 꾸준함을 동시에 갖춘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창작을 할 테지만 나는 타고나지 않은 것에 관해, 후천적인 노력에 관해 더 열심히 말하고 싶다. 재능은 선택할 수 없지만 꾸준함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슬아 [직설] 재능과 반복

좋아하는 이슬아 작가도, 그리고 존경하는 류시화 시인도 매일 쓴다고 한다. '매일'


글로 일을 해보고 싶고 돈도 벌어보고 싶지만, 근본적으로 글은 나에게 그냥 삶의 원동력이다.

하루하루를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유일한 패턴이자, 꽉 찬 머리를 환기시켜주는 쉼터이다.

그래서 '잘' 쓴다에 집착할 마음이 없다. 그냥 꾸준히 쓴다.


난 반짝거려 탐나는 에너지를 가진 사람 보단 잔잔하고 꾸준해서 오래 보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내 글도 그랬으면 한다.


* 물론 꾸준하게 하는 어떤 행위를 하루 안 했다고 해서 / 혹은 그만두었다고 해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니다.


* 그냥 꾸준함이란 내 재능을 지키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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