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저물어간다고 느껴질 때
통증은 실제적이다
40대가 저물어간다. "저물어간다"라는 표현이 나는 절박하다. 몸 여기저기서 이상신호가 느껴진다. 죽음이 멀지 않은 곳에 있구나. '어머니가 내 나이 때 어떠셨더라?' 자꾸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나고 세월의 덧없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몸이 스스로 그렇게 만든다. 엄살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나로서는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이다. 청승맞게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지금 당장 해야 할 훨씬 중요한 일들, 네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집중해야지 못난 녀석아. 마음 속에 이런 꾸짖음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생이 뭔가. 뭐가 그리 중요한가.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해 아래에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무엇이 유익한가.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 (전도서 1장)." 그런 감정도 드는 것이다. 나의 이성은 제발 합리적으로 판단하라고 질책하지만 왼쪽 치아가 아파오고 어깨와 목이 묵직하게 느껴지고 오른쪽 팔꿈치가 찌릿찌릿할 때 당장 우울한 감정에 빠려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통증은 실제적이다.
That's The Way Of The World
그렇게 우울한 시간에 Earth, Wind & Fire의 「That's The Way Of The World」를 만났다. 듣고 또 듣고 다시 들어도 질리지 않는 노래다. 이런 걸 영혼을 위로해주는 노래라고 하나 보다. 가사를 살펴보았다.
(…)
We've come together on this special day (huh)
우리는 이 특별한 날 한 자리에 모여 (huh)
Sing a message loud and clear (hmm, mm)
크고 분명하게 메세지를 담아 노래해 (hmm, hmm)
Looking back, we've touched on sorrowful days (well!)
돌아봐, 슬픈 날들이 많았지 (그런!)
Future, past, they disappear (haw, haaaw)
미래, 과거, 모두 사라지네 (haw, haaaw)
You will find (you will find)
넌 찾게 될 거야 (넌 찾게 될 거야)
Peace of mind (yeah, ha)
마음의 평화 (yeah, ha)
If you look way down in your heart and soul
네 심장과 영혼 안을 들여다봐
Ahh, don't hesitate
아, 망설이지마
Cause the world seems cold
세상은 차갑지만
Stay young at heart
젊은 마음을 가져
Ahh, cause you'll never never grow old (never, never, never, never, never, never)
아, 너는 절대로 늙지 않을 테니까 (절대, 절대, 절대, 절대, 절대)
(…)
출처: http://danced.co.kr/xe/index.php?document_srl=31953
물론 노래가 통증을 없애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그 통증을 잘 견뎌낼 수 있도록 부드럽게 위로는 해준다. 그게 음악의 힘이겠지. 글보다는 그림이, 그림보다는 음악이 힘이 세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That's The Way Of The World.
Funk가 진리다
그건 그렇고 한 가지 정리하고 넘어가자. Funk는 Punk와 다르다. 흔히 말하는 '펑크'는 Punk를 말한다. 그래서 Funk를 우리 말로 '훵크'라고 쓰기도 하는데.. 좀 어색하다. 우리말에서는 f로 시작하는 영단어 발음을 ㅎ으로 하는 경우보다는 ㅍ으로 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후렌즈나 후라이데이라고 하면 뭐가 좀 잘못된 느낌이다.) Funk는 'Funky Jazz'와 같이 Jazz를 꾸미고, Punk는 'Punk Rock'과 같이 Rock을 꾸민다. 이는 Funk와 Punk가 각각 어떤 음악적 뿌리를 가지고 있는지 말해준다. 미국 대중음악의 흐름을 살펴보면, 그 출발점에 Jazz와 Blues가 있는데 한 쪽으로는 Soul, R&B, Funk로 가지를 뻗어 나가고 다른 한 쪽으로는 Rock N' Roll, Hard Rock, Punk로 진화해 나간다. 그리고 Earth, Wind & Fire의 「That's The Way Of The World」는 바로 Funk의 계보 속에 있다.
Funk의 창시자는 제임스 브라운이다. 원래 'Funk'라는 말의 의미에는 흑인에 대한 혐오가 담겨 있다. 그래서 'Funk Jazz'라고 하면 '냄새나는 재즈' 혹은 '지저분한 재즈' 정도가 될텐데 제임스 브라운은 이러한 대상화를 거부했다. Funk를 흑인의 정체성으로 전복시켜버린 것이다. 백인이 정한 (긍정적 의미의) '흑인다움'을 거부하고 (부정적 의미의) '흑인스러움'을 진정한 흑인다움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대표곡이 바로 「Say it Loud- I'm Black and Proud」이다. 한번 감상해 보시라. 왠지 마음이 우울하고 인생이 덧없게 느껴진다면 Funk를 들어라. 그게 진리다.
왠지 마음이 우울하고 인생이 덧없게 느껴진다면 Funk를 들어라. 그게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