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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상혁 Aug 29. 2021

4년 전 오늘

한성여중 교지편집부 천지땅지 인터뷰

4년 전 오늘. 한성여자중학교 교지편집부 천지땅지의 인터뷰 질문. 그때 나는 뭐라 답했었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다시 읽어보았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스스로 세운 약속을 이루기 위해 다시 기록으로 남긴다.



1. 장학사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학생들을 위해, 장학사라는 생소한 직업에 대해 알려주세요! (앞으로 무슨 일을 하시게 되는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등?!)


장학사는 학교가 가르침과 배움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교사와 학생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장학사는 서울시교육청과 지역별 11개 교육지원청 또는 서울시교육연수원,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 등 교육청 직속기관에서 근무합니다.



2. 장학사가 되신 소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보통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의지와 다르게 초심을 잃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과욕을 부려도 안 되겠지만 새롭게 맞이하게 될 일의 무게에 짓눌려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겸손한 자세로 일하되 항상 미래를 꿈꾸는 장학사가 되겠습니다.



3. 학교 교사로서는 마지막인데 아쉬운 점이 있으신가요?


한성여자중학교는 처의 첫 직장입니다. 스물일곱의 나이에 들어와서 올해로 마흔 다섯이니 내년이면 20년입니다. 주변에 워낙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아서 항상 반성하고 본받으려 노력했습니다.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으면서 동료교직원들에게 많은 축복을 받았습니다. 반대로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에는 큰 위로를 받았구요. 받기만 하고 떠나는 것 같아 동료 교직원들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무엇보다 여러분과 헤어지는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항상 한성여중의 교사인 것이 자랑스럽고 행복했거든요. 여러분 선배들에게도 항상 이야기해왔지만 여러분들을 만난 것이 제게는 복이라고 여겨왔습니다. 지금도 변함이 없고요. 그래서 이 부분이 제일 아쉽네요.



4.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학생이 있나요?


기억에 남는 게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2010년 12월 사랑하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열흘 후에 제 딸이 태어났어요. 무척이나 슬프고 힘들었었는데 동료선생님들과 당시 제가 담임을 맡았던 3학년 8반 제자들이 많이 응원해 주셔서 용기를 얻었던 기억이 납니다.


또 하나는 2014년 유네스코의 지원으로 외국학교와의 공동수업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일이에요. 2014년 겨울에는 제가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Carranballac P-9 College(유치원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한 학교에 다니는 10년제 공립학교)를 방문하여 3주 동안 그곳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만나고 왔어요. 그리고 같은 해 여름에는 그곳의 교감선생님이신 Lesley Hall 선생님이 한성여중을 방문하셔서 3주 동안 호주의 문화와 수학을 전해주셨죠.



5. 장학사가 되겠다 결심하신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우리나라의 학교가 혁신되기 위해서는 학교가 배움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사들 사이의 협력이 중요하고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꿈을 꾸면서 수석교사의 길과 장학사의 길을 생각하다가 기회가 되어 장학사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6. 교사를 하면서 직접 느끼신 ‘교사로서 지녀야 하는 필수적인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생각하는 교사의 덕목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는 반성적 실천가입니다. 항상 고민하고 반성하면서 실천하는 게 교사가 갖추어야 할 가장 큰 덕목이라고 생각해요. 둘째는 교육과정의 재구성자입니다. 교사는 단순히 교과서의 내용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을 재해석하여 학생들이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죠. 셋째는 스토리텔러입니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이를 학생들과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교사는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학교가 할 수 없는 다양한 활동들을 학생들과 연결해주는 연계적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7. 교사를 꿈꾸는 학생들 또는 교육청에서 직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한마디!


교직에 대한 두 가지 모순된 시선이 있습니다. 하나는 교사라서 (학생들 대하기) 힘들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교사라서 (방학 있고 안정적이어서) 좋겠다는 시선입니다. 저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교사의 업무는 매우 고되고 힘듭니다. 그러나 학생들과 만나기 때문에 보람이 있고 매력적입니다. 근무환경이나 연봉과 같은 외적인 조건보다는 교사라는 직업의 사명에 대해 잘 생각한다면 나중에 훌륭한 교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8. 우리학교 선생님들 중 교사로서 존경하는 분이 계신다면?


우리학교에 근무하시는 선생님들 중에 존경하는 분이 여러 분 계신데 고백하기가 좀 쑥스럽네요. 대신 퇴임하신 분 중에서 말씀드리면 저희 학교를 화합의 정신으로 이끄신 고춘식 교장 선생님과 수학과 선배이신 이승연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9. 앞으로 장학사가 되어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저는 학교가 단순히 대학입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삶에 대하여 고민하고 이러한 삶을 살기 위한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인공지능이니 4차 산업혁명이니 이야기를 하는데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사실 4차 산업혁명보다 더 위협적인 것이 기후변화와 에너지 고갈, 그리고 환경오염이에요.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교육의 생태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그게 제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10. 마지막으로 우리학교에 남아 있는 학생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앞으로 입학할 학생들에게 한마디!


장학사가 되었다는 소식을 공문을 통해 들었을 때 교장, 교감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동료 선생님들께서 기뻐해주시고 축하해주시던 것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학교를 떠나지만 저는 영원한 한성여중의 교사입니다. 학교 밖에서 만나게 되면 반갑게 얼싸안고 이야기 나눠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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