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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상혁 Nov 25. 2021

학교환경교육 활성화를 위한 제도

기후·환경교육의 제도화 방안 탐색

이 글은 2021년 11월 23일 환경부 주최, (사)한국환경교육학회 주관으로 열린 「제4차 기후·환경교육 활성화 포럼: 기후·환경교육의 제도화 방안 탐색」에서 '학교환경교육 활성화를 위한 제도'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글입니다. 






제도


학교환경교육 활성화를 위한 제도. 발제자가 제안받은 주제이다. 주제와 관련하여 세 가지 키워드 - 학교환경교육, 활성화, 제도 - 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그런 다음에 교육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먼저 제도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제도(制度; system)는 관습이나 도덕, 법률 따위의 규범이나 사회 구조의 체계이며, 제도 가운데 그 사회에서 실제로 받아들여지거나 지지를 받는 제도를 사회 제도라고 부른다.1) 한국의 교육제도에 대하여 분석하는 것은 이 글의 취지에 맞지 않고 발제자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가 제도 속의 학교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성찰과 제도의 근본적인 전환에 대한 고민이 없이는 학교환경교육 활성화가 매우 피상적인 논의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행위자 연결망 이론(actor–network theory; ANT)이라는 것이 있다. 세계의 모든 존재는 그것이 사회적이든 자연적이든 막론하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상호 관계 속에 존재한다는 이론적·방법적 접근법이다. 행위자 연결망 이론의 근본 목적은 이 사회 연결망이 어떻게 건설 또는 조립되고,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지되는지를 탐구하는 데 있다.2) 기존 제도의 성찰과 전환을 이야기하면서 행위자 연결망 이론을 소개하는 이유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수평적 네트워크, 협력적 거버넌스, 자치와 분권 등이 여전히 ‘제도화’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을 미리 이야기하면 이렇다. 자치와 분권에 기반한 수평적 네트워크와 협력적 거버넌스 없이는 학교환경교육을 활성화하기 어렵다.         



활성화     

   

수평적 네트워크와 협력적 거버넌스는 자율적인 행위자들을 필요로 한다. 학교환경교육의 행위자는 누구인가. 학생과 교사인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지금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관계자들 역시 학교환경교육의 행위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행위자는 학생과 교사이지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행위자는 교육부와 환경부이다. 이 두 가지 그룹 사이의 정보와 권한의 비대칭성을 해체 또는 완화시키는 것이 제도화의 관건이다.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학교환경교육의 언어와 교육부/환경부의 사무실(Bureau)에서 만들어지는 학교환경교육의 언어를 어떻게 동등하게 만들 것인가. 

   

더 중요한 비대칭성에 대해서 잠시 언급하고자 한다. 환경부가 학교환경교육 활성화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예산이 얼마인지 살펴봤다. 2021년 환경부 예산 7조 4435억 원 중 환경교육 강화 예산은 175억 원으로 환경부 전체 예산 대비 약 0.2%에 불과했다.3) 전국 초·중·고등학교 수가 2021년 기준 총 11,777교이므로4) 이 예산 전부를 학교에 지원한다고 할 때 학교당 약 150만 원에 해당하는 예산이다. 돈이 가는 곳에 마음이 간다고 했다. 환경부 내에서 학교환경교육이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두 가지 비대칭성은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환경부 내 학교환경교육 행위자가 더 큰 권한을 가지기 위해서는 수평적 네트워크와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학교에 더 큰 권한을 부여할 때에라야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가용할 수 있는 예산과 인력을 쥔 만큼 권한을 가진다. 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돌고 도는 이야기이지만 결국 우리는 함께 모여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첨언하면 위에서 언급한 환경부 내 학교환경교육의 낮은 위상이 환경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것은 교육부의 문제이기도 하며 시·도 교육청의 문제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라. 각 기관마다 수많은 부서와 업무 담당자들이 존재하고 그들은 각자 자신의 사업을 가장 부각시키기 위해 애를 쓴다. 환경부와 교육부 그리고 17개 시·도교육청에서 ‘학교환경교육 활성화’는 그저 한 부서의 업무일 뿐이다. 그런데 학교는 다를까? 학교가 환경교육만 할 수 있을까? 나는 환경부가 ‘생태·환경’에 관한 업무를 한다고 해서 그 조직까지 생태적 혹은 시스템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각 교육기관들이 생태적·시스템적으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각급 학교에 생태적 전환을 요구하기 어렵다.       



행위자들의 연결망     

   

위에서 자치와 분권에 기반한 수평적 네트워크와 협력적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이야기 했다. 또한 각 기관들의 생태적·시스템적 전환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학교환경교육 활성화를 위한 제도는 학교환경교육이 추구하는 본질적 성격과 닮아야만 한다. 기후변화환경교육은 기후가 아니라 시스템을 바꾸는 일이다. 아니, 시스템을 바꿔야만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기후변화환경교육은 단순히 기후위기에 대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기후를 위기로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여 서로에 대한 공감과 연대 속에서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과정 전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생태전환교육’ 혹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은 매우 교육적인 체제 전환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5)   

   

따라서 학교환경교육 활성화를 위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은 그 자체로 생태전환교육의 중요한 프로젝트가 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자신을 포함해서 우리 사회 전체가 생태적으로 전환해가는 과정을 경험하고 배워야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학교환경교육은 계획을 결재받고 예산을 내려보내고 결과 보고서를 수합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업무 담당자의 일 년의 수고와 학교 텃밭에서의 일 년의 수고가 서로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환경부(교육부, 시·도 교육청) 업무 담당자의 진심과 학교 업무 담당자의 진심이 서로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과연 어떻게?     






학교를 중심에 놓고     

   

우리나라가 백 명의 마을이라면 그중에 스무 명은 지금 학교에 있다.6) 그리고 대한민국의 교육기본법은 모든 국민이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하여 생태전환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필요한 시책을 수립·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7) 필요한 시책에는 법과 제도, 사람과 예산 뿐만 아니라 시간과 공간의 새로운 배치가 포함된다. 무엇보다 행위자들의 연결망은 학교를 중심에 놓고 설계가 되어야 한다.


[그림 1] 학교를 중심으로 한 행위자 네트워크


“학교를 중심에 놓고”라는 말은 결국 학교 교육과정이 프로젝트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학교 교육과정은 학교 구성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학교 교육의 시나리오다. 학교를 위한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있다면 그것은 반드시 학교 교육과정 속에 쓰여야 한다. 교육의 생태적 전환이 공허한 담론 수준을 넘어 교육적 실체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과정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학교 교육은 사회 변화를 민감하게 인식하며 그 변화를 이끌어나가는 중요한 시스템이고, 학교 교육과정은 그 변화를 ‘지금 여기’ 교육 현장에 반영하여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8) 학교 교육과정은 교육부/환경부의 사무실에서 만들어지는 학교환경교육의 언어를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학교환경교육의 언어로 번역하는 시스템이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의 전환     

   

모든 부서가 자신의 업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듯이 학교 교육과정 속 모든 교과는 자신의 교과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학교환경교육의 필수화 역시 이 주장의 연장선 속에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같은 악순환 속에서 국가 수준 교육과정은 과부하에 걸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가 큰 주제를 중심으로 연결되고 통합되지 못하고 분절되고 중복되어 학생 부담을 가중시키게 된다. 따라서 국가 수준 교육과정의 목표를 [표 1]와 같이 생태시민성을 중심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9) 


[표 1] 교육과정 체제 전환의 4가지 과제


첫째, 교육이념에서 언급하고 있는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 실현’은 메타역량으로서의 지구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둘째, ‘추구하는 인간상’은 네 가지 인간상을 포괄하는 ‘지구생태시민’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 여섯 가지 핵심역량 역시 생태역량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수정되거나 OECD 2030 학습나침반의 변혁적 역량과 같이 개별 역량들을 연결하는 ‘생태시민성’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넷째, 이렇게 될 때, 학교 교육과정은 포괄적 생태시민성을 구현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가 된다.       



지역 수준 교육과정의 전환     

   

2022년 국가수준 교육과정이 개정 고시되면 17개 시·도교육청에서는 지역 수준 교육과정 개정 작업에 들어간다. 서울을 예로 들어보자. 서울의 경우 국가수준 교육과정의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서울특별시교육과정편성·운영지침을 만들게 되는데 최근 교육과정 분권의 흐름 속에서 지침의 성격을 벗어나 지역의 특수성과 학교의 자율성을 반영한 ‘서울혁신미래교육과정’(줄여서 ‘서울교육과정’)이 만들어질 것이다.10)  


[그림 2] 서울시교육청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 및 평가의 제반 단계


문제는 [그림 3]의 각 단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학교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학교가 포괄적 생태시민성을 구현하는 장소가 되게 할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2023년은 학교환경교육 활성화의 기반 마련을 위해 대단히 중요하면서도 도전적인 한 해가 될 것이다. 이중적 과제가 있다. 첫째, 서울교육과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학교 교육을 위한 일종의 마그나카르타(대헌장)를 만들어 내야 한다. 즉, 교육청에서 학교로 하달되는‘지침’에서 모든 학교가 참여하는 ‘협정서’로서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11) 둘째, 이 협정서에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생태적 전환의 시나리오를 서울교육과정에 담겠다는 약속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부가 주도하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의 방향성 및 환경부가 주도하는 국가 수준 환경교육표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학교환경교육     

   

학교 교육과정을 논하기에 앞서 마지막 키워드인 ‘학교환경교육’에 대하여 생각해보자. 나는 학교환경교육의 활성화를 논하기 전에 ‘학교환경교육’의 목적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환경교육이란 어쩌면 우리 시대의 불편한 진실을 밝히는 일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기후위기 혹은 생태적 전환과 관련하여 우리 사회가 회피하고 외면해 왔던 문제들에 대하여 진지하게 질문을 제기하는 일이 환경교육의 목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런 질문들이다. 


2050년, 다음 세대가 “그때 당신들은 왜 가만히 있었느냐,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이냐?”고 물을 때,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화석연료가 언제 고갈될지를 떠나(당연히 언젠가는 고갈된다), 우리 세대가 귀중한 천연자원을 이렇게 낭비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은가?

우리는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는 사람들–국내외의 광범위한 환경 난민들-에게 어떤 윤리적 책임이 있는가?

매일 같이 발생하는 수많은 배설물과 쓰레기와 오염물질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그것이 우리 눈 앞에서 사라지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인가?

원자력발전소나 석탄화력발전소를 도시에서 먼 지역으로 떠넘기는 문제, 그리고 그만큼의 송전탑이 건설되는 문제에 대하여 우리는 무엇이라고 말해야 하는가?

지각이 있는 모든 존재들, 고통을 느끼는 비인간 생명들에 대하여 우리는 어떤 윤리적 책임이 있는가?

현재의 대학입시제도가 기후위기 문제를 뒤로 미루는 원인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주거문제와 일자리 문제는 기후위기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격차와 불평등 문제는?


기후위기를 교실 속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순간 위의 질문들은 반드시 나오게 되어 있다. 그러나 학생이 해야 할 질문을 하지 못할 때, 학교가 해야 할 대답을 하지 못할 때, 학교환경교육은 활성화될 수 없다. 설마 이것을 학교 자율에 맡기겠다고? 그것은 권한의 부여가 아니라 책임 회피다. 교육과정의 자율과 분권은 국가와 지역과 학교가 각자의 권한에 비례하여 책임을 지는 것이다. 위의 질문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자 국가가 답해야 할 질문인 것이다. 혹시 답변하기가 곤란하다면 최소한 학교에서 어떤 논의가 진행되더라도 용인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학교를 상상과 실험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실수가 용인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위의 질문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앞서 추구하는 인간상으로서 지구생태시민과 교육과정 원리로서 포괄적 생태시민성을 언급했듯이 결국 학교환경교육은 학교민주주의 혹은 민주시민교육과 접목될 수밖에 없다.           



2030년의 세계와 학교 교육과정     

   

마지막으로 2020년 5월부터 9월까지 실시된 유네스코 국제 설문조사 <The world in 2030>의 분석 결과를 살펴보자.12) 

  

세계 시민 15,038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2030년의 세계>에서 응답자들은 평화로운 2030년을 위협하는 4가지 도전으로 첫째, 기후 변화와 생물다양성 상실(67%), 둘째, 폭력과 갈등(44%),  셋째, 차별과 불평등(43%), 넷째, 식량과 물, 주택 부족(42%)을 꼽았다. 사실 이 네 가지를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 각각의 도전들 모두가 그 자체로도 해결이 쉽지 않은 매우 어려운 과제일 뿐 아니라 자칫 서로의 발목을 잡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꽃놀이패와 같은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림 3] 유네스코 국제 설문조사 <The World in 2030>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먼저 좋은 소식. 세계 시민들은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우리 세계가 직면한 많은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는 결정적인 해결책(top solution)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나쁜 소식도 있다. 95%의 세계 시민들이 국제 협력의 중요성에 공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세계가 공동의 도전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단지 25% 만이 확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2024년 11,777개의 학교들이 일제히 2022 개정되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 및 2023년 개정되는 시·도 수준 교육과정에 기반하여 학교 교육과정을 만들게 된다. 이를 위해 학교 교육과정위원회를 구성하고 [그림 4]와 같이 학교 구성원들의 숙의 과정을 통해 각 학교가 생각하는 미래교육의 시나리오를 쓰게 된다. 그러나 학교의 상황은 유네스코 여론조사 속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후위기의 심각성도 많은 이들이 인식하고 있고 학교 구성원들의 소통과 연대가 중요하다는 것도 부정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기후위기라는 주제를 자신의 학교 공동체에서 어떤 방식으로 다뤄가야 할지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그림 4] 학교 교육과정의 전환: 합리적 모형에서 숙의 모형으로


실제적인 현장에서의 교육과정은 학교나 학생, 학습, 교실, 사회 등에 관해 갖고 있는 신념과 좋은 교육의 내용과 방법이 어떤 것인지 공유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소위 ‘토대 다지기(platform)’라고 할 수 있는 숙의의 경험이 필수적이다.13) 따라서 우리 사회가 기후위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교육부와 환경부 시・도교육청과 시・도청이 기후위기를 대하는 자세 역시 중요하다. 생태적 전환과 기후위기의 극복이 학교 교육과정으로 채택되기 위해서는 먼저 학교 공동체의 인지・정서적 승인과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의 접근은 이미 많은 혁신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다음 장에서 경기도 덕양중학교와 서울노원초등학교의 교육과정 운영 사례를 소개한다






덕양중학교 평화교육과정 14)    

   

개요

덕양중학교는 즐겁게 배우며 성장하는 사람, 스스로의 삶을 사랑하고 가꾸는 사람,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람,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사람, 자신의 삶을 지역과 사회에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을 기르기 위해 다음 아홉 가지 평화역량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수립하였다. 

   

덕양중학교에서는 국가 교육과정에서 정한 교과 교육과정을 운영하되, 분절적 교육과정을 넘어 교육과정을 최대한 통합하여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교과의 내용을 통합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평화’의 가치를 구현하고자 하였다. [그림 5]는 다양한 관계에서의 평화역량을 보여주는데 가장 큰 원은 자연과의 관계-생태감수성을 나타낸다.  


[그림 5] 다양한 관계에서의 평화역량


덕양중학교 평화9역량

덕양중학교 평화역량은 자기이해, 자기관리, 평화 감수성, 의사소통, 대인관계, 협력적 문제해결, 민주시민, 문화적 소양, 생태 감수성의 총 9가지이다. 


[표 2] 덕양중학교 평화 9역량


평화역량중심 교육과정 실현방안

덕양중학교의 평화역량중심 교육과정 실현방안은 다음과 같다.


[표 3] 평화역량중심 교육과정 실현방안



서울노원초등학교 생태전환교육과정     

   

개요

서울혁신미래학교인 서울노원초등학교는 서울시교육청의 생태전환교육을 학교 교육과정에 담아내고 있다. 특이한 것은 서울형혁신학교인 동시에 디지털 전환에 기반한 미래학교이면서 생태적 전환을 표방하는 생태전환교육과정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디지털 전환과 생태적 전환을 균형있게 추구하는 혁신하교라 할 만하다. 학교 교육계획을 살펴보면 총 일곱 개의 마당으로 구성되는 데 그 중에서 <셋째 마당 - 채움, 키움, 어울림 교육과정>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림 6] 서울노원초등학교 교육계획 목차


주제중심 프로젝트

이 중에서 첫 번째인 ‘주제중심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표 4]와 같다. 이 표를 보면 각 학년 마다 학생들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여 교과 및 창의적 체험활동의 형태로 생태・환경교육이 학교 교육과정 속에 녹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표 4] 서울노원초 주제중심 프로젝트


생태적 전환 지도

[그림 7] ~ [그림 10]은 서울노원초등학교의 학교 공간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정의 생태적 전환, 생태적 전환을 위한 네트워크, 텃밭을 중심으로 한 학교교육과정을 각각 도표(지도)의 형태로 나타낸 것이다. 



[그림 7] 학교 공간의 생태적 전환 지도


[그림 8] 교육과정의 생태적 전환 지도


[그림 9] 생태적 전환을 위한 지원시스템 지도


[그림 10] 텃밭을 중심으로 한 교육과정 지도






어떤 제도가 필요할까요?     

   

발제문을 준비하는 동안 학교에서 이미 학교환경교육을 실천하고 계신 선생님들 몇 분께 다음과 같은 질문을 드렸다. 

   

“학교에서 기후변화환경교육(또는 생태전환교육)이 활성화되기 위하여 어떤 제도가 필요할까요? (또는 제도의 개선이 필요할까요?) 저는 서술의 방향을 학교교육과정 중심의 교육행정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국가교육과정, 지역교육과정, 학교교육과정이 위계적 구조가 아닌 분업적 구조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교육과정의 자율과 분권이 제도화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학교교육과정의 여백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흐름으로 서술을 하려고 합니다.”

   

이에 대하여 덕양중학교 A선생님께서 다음과 같은 답변을 주셨다. 


교사들이 함께 교육과정평가를 하는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학교 교육과정 기획력의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후위기환경교육은 창체나 교과에서 통합교육과정으로 운영될 때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차기 교육과정에서 16+1이나 32+2가 가능하므로 학기말이나 아니면 교과 융합프로젝트로 기후위기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학교 교육과정 자율화가 필요합니다. 자율화와 더불어 교사들의 교육과정 기획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합니다. 그래야 주어진 권리와 의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건과 역량이 갖추면 교사들이 기후위기와 관련한 융합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 학교 사례처럼 과학에서 기후에 관련한 수업을 하고 영어시간에 툰베리 연설문을 공부한다거나 창체시간과 수업을 연결하여 프로젝트를 하는 등 학교가 교육과정 기획력을 가지고 편성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교육청에서는 학교가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나 체험할 수 있는 정보를 학교에 제공해야 합니다. 저는 수학체험관 만들지 말고 기후위기 관련 체험관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생태환경 관련 정말 좋은 다큐멘터리가 많은데 이것을 볼 수 있도록 하고 가능하면 다큐를 만든 감독이나 생태환경운동가와 학생들이 만나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노원초등학교 B 선생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답변을 주셨다. 


지금 서울시교육청에는 교육지원청별로 '지구' 단위를 두고 장학 지원을 합니다. 이 지구 단위로 전문 인력을 배치하여 학교-사회기관-지자체를 이어주는 센터 역할을 하게 하면 좋겠어요. 지금의 지역사회교육전문가처럼 네트워크 중심이 필요해요. 저처럼 개인적인 네트워크에 의지해서는 교육과정에 포함해도 지속가능성이 적습니다.


누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첫째, 교육과정을 잘 이해하고, 둘째, 지구생태시민으로서 철학을 지녔으며, 셋째, 생태전환교육, 기후변화환경교육에 전문성이 있어서 프로그램에 대한 안목을 갖추고 있으며, 관계 기관 및 단체와 소통을 잘 하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정규교사를 파견하여 배치하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결론을 대신하여     

   

지난 주 화요일(11월 16일)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의 제49차 화요공부모임 주제는 ‘지속가능발전교육과 기후행동을 위한 학교 전체적 접근’이었다. 발제를 맡은 박수연 전 통영 RCE 팀장은 모임에 참석한 선생님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학교에서 구성원 모두가 평등하게 참여하는 기후행동팀을 구성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매우 어렵다. 학교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성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학교는 ‘지구적으로 사유하고 지역적으로 실천하라’는 환경운동의 오래된 명제를 실천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지구적으로 사유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지구라는 집에 대한 사유이며 고통을 느끼는 모든 존재들에 대한 사유이고, 무엇보다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유이다. 지역적으로 실천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앎과 함과 삶을 일치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학교 전체적 접근은 학교가 행위자들의 연결망이라는 전제 속에서 모든 행위자들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 게임> ‘최후의 전투’ 장면에서 토르와 캡틴 아메리카가 이렇게 외친다. “어벤저스 어셈블.” 결국 제도라는 것은 ‘어셈블’이라는 신호를 주는 일이어야 한다. 나는 그 기준이 학교, 그 중에서도 학교 교육과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후위기 어벤저들은 각기 자신의 방식으로 투쟁에 임하겠지만, 하나의 마그나카르타로서의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공동의 목표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환경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은 바로 그 다음부터 나올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신나고 기발하게.    






각주


1) 위키백과.


2) 위키백과.


3) 2021년 환경부 예산 개요. 환경부 홈페이지. 


4) 초중등교육규모. e-나라지표. 2021년 전국의 초등학교 수는 6157, 중학교 수는 3,245, 고등학교 수는 2,375이다. 


5) 이선경(2021)은 생태전환교육이 “자연과 인간을 분리하고 자연이 인간을 위해 도구화되는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생태주의에 기반한 문명으로의 전환’을 지향”하고 있으며 이러한 전환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 사회가 훨씬 더 깊은 수준에서 변하는 것’(Schwartz, 2019)을 전제로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선경,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한 교육, 학교전체적 접근으로」. 서울교육 2021년 여름호.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6) 전국의 유초중고등학교 학생 수는 6,493,520명이고, 대학생 수는 2,633,787명이며, 어린이집 보육아동 수는 1,365,085명이다. 아동, 학생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교직원들은 포함하지 않은 숫자다.

        

7) 교육기본법 제22조의2(기후변화환경교육).


8)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2021). 서울혁신미래교육과정 기반 학교교육과정 편성·운영 안내서: 학교 교육과정과 교사 교육과정. 10쪽.


9) 남미자 외(2020). 기후위기와 교육체제 전환 방향. 276~277쪽. 경기도교육연구원. 


10) 2021년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기반하여 <서울혁신미래교육과정 기반 학교교육과정 편성·운영 안내서>를 발간했다. 부제는 ‘학교 교육과정과 교사 교육과정’이다. 


11) 윤상혁(2021). 교육과정 거버넌스로서의 지역교육과정. 2020 국가교육과정 지역교육과정 3차포럼.


12) UNESCO(2021). The World in 2030: public survey report.


13) 생명의숲(2020). 생태숲 미래학교 연구보고서. 경기도교육청. 


14) 다음은 이준원, 이형빈(2020). <평화의 교육과정 섬김의 리더십: 덕양중학교 혁신학교 10년 이야기> 중 ‘평화의 교육과정’ 일부를 옮긴 것이다. 



2024년 11,777개의 학교들이 일제히 2022 개정되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 및 2023년 개정되는 시·도 수준 교육과정에 기반하여 학교 교육과정을 만들게 된다. 이를 위해 학교 교육과정위원회를 구성하고 [그림 4]와 같이 학교 구성원들의 숙의 과정을 통해 각 학교가 생각하는 미래교육의 시나리오를 쓰게 된다. 그러나 학교의 상황은 유네스코 여론조사 속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후위기의 심각성도 많은 이들이 인식하고 있고 학교 구성원들의 소통과 연대가 중요하다는 것도 부정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기후위기라는 주제를 자신의 학교 공동체에서 어떤 방식으로 다뤄가야 할지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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