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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상혁 Jun 17. 2021

기후변화 교육의 방법론으로서 교육과정의 자율과 분권

기후변화학회 기후변화교육위원회 기획세션 발표원고

코로나 팬데믹은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생태주의 운동의 오래된 구호를 전면으로 소환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인류가 기후위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시사점을 던져 줄 뿐 아니라 기후변화 교육의 추진방향과 전략에 대해서도 통찰을 제공한다. 팬-데모크라시 없이 팬데믹을 통제할 수 없다. 세계 민주주의는 중요하다. 그러나 세계 민주주의는 지역을 일구는 각성된 시민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가주의는 세계시민주의에 적대적이며 한편으로는 지역성을 말살시킨다. 민주주의는 원래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다. 기후변화 교육이 기후변화를 막는데 의미 있는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의 민주주의 즉 교육과정의 자율과 분권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교육과정의 대척점에 있는 개념으로서 지역교육과정을 상정할 필요가 있다. 지역교육과정에 대한 강조는 “학생들이 발을 딛고 서 있는 곳, 바로 그곳으로부터 교육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전통적으로 학교에서 교육과정은 단순히 실행의 영역이었지 사유와 성찰의 영역이 아니었다. 탑다운 방식으로 국가교육과정이 만들어지면 학교는 그것을 집행하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교사의 전문성이라는 것도 국가교육과정을 원래의 목적과 취지에 맞게 얼마나 정확하게 재현해내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이 흐름이 바뀌고 있다. ‘국가’에서 ‘학생’으로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학생의 삶의 맥락 속에서 교육과정을 설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표준화된 교과서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결국 학생에 대한 이해와 학교/교사교육과정의 자율성이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 구호가 아닌 진심으로 학생들의 ‘환경 학습권’을 말하고자 한다면 먼저 교육과정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키워드: 기후변화, 기후위기,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국가교육과정, 지역교육과정, 자율과 분권




1. 들어가며두 가지 질문     


“우리는 세상이 복잡하게 돌아가면 우리가 요구하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다.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서 필요한 변화들이 몹시 비현실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삶의 방식이 초래한 처참한 생태적 결과들과, 우리가 지금 돌진해 가고 있는 지구온난화로부터 우리 사회가 무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야말고 비현실적이다.”1)


마스크가 뉴노멀의 상징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코로나 팬데믹 초창기만 해도 모두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비현실적 풍경에 저항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얼마 가지 못해 저지되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사회적 계약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이러한 비현실적 현실이 기후변화 상황에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을 좀처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전 세계의 청소년들이 기성세대들의 이러한 안이한 인식이야말로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 

  

두 가지 질문으로 시작해보자. 첫째, 기후변화는 잘못된 교육으로부터 비롯되었는가? 둘째, 기후변화를 가르치면/배우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이 필요한 까닭은 대한민국 교육이 기후변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는 ‘교육’이라는 말과 ‘교수학습’이라는 용어가 함의하는 근본적인 전제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루이자 뉴바우어, 그레타 툰베리, 아뉘나 데 베버 반 데르 헤이덴, 그리고 에들레이드 샤를리어는 2020년 7월 16일 유럽연합 정치지도자 및 국가 수장들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현재의 시스템은 ‘고장 난’ 것이 아닙니다. 현 체제는 그것이 정확히 해야 하는 일, 고안된 대로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더 이상 ‘수리’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합니다.”2)라고 말했다. 이보다 20일 전인 2020년 6월 25일 청소년 기후행동은 전국의 17개 시·도 교육감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기후위기를 대응하기 위해 교육 시스템의 생태적 전환이 필요함에 공감하고 이를 위한 교육청 내부의 기후위기 대응 방안 그리고 교육 시스템이 스스로 기후위기 대응을 할 수 있기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해”3)달라고 요청했다. 

  

영국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현재의 세계를 ‘인터레그넘(Interregnum; 空位)의 시대’로 규정한 바 있다.4) 바우만은 이 개념을 호명하여 하나의 시대와 다른 시대 사이의 불안정하고 혼란의 시대라는 뜻으로 사용한다. “오늘날 이는 무슨 뜻일까? 옛 방식이 매우 빨리 노화하고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데, 새로운 활동은 그 방법조차 개발되지 않은 상태인 거다. 우리는 무엇이 안 좋은지 알고 제거하고 싶은데, 그에 대한 분명한 인식은 없다. 어디서부터 달려왔는지는 아는데 어디로 가는지,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비전이 명확하지 않은 거다.”5) 

  

나는 이 글에서 “어디로 가는지,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비전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인식 속에서 “스스로 기후위기 대응을 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6)을 구축하려는 교육적 시도를 ‘교육의 생태적 전환’이라 명명하고 지금까지 교육의 생태적 전환과 관련한 논의의 흐름을 살펴보는 일로부터 출발하고자 한다.     


       

2.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의 생태적 전환농적 전환동시대적 전환정치적 전환7)

  

정용주(2015)에 따르면 교육의 생태적 전환은 개인의 발달이 중앙 집권적 권력의 최정점인 국가의 인적 자원에 포섭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주변자들, 소수자들이 직접 전개해 나가는 관계적 성장의 양태를 강조하며 인간 발달의 모델은 능력주의에 따른 수직적 계열이 아니라 다양한 층위의 횡단성을 핵심으로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육의 생태적 전환은 하나의 운동이며, 진보적 교육운동의 극을 재발명하는 것이고 근대적 교육과는 다른 기반 위에서 교육을 재구축하는 것이며,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사회적인 것으로 재접합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에서 정용주는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① 농적 전환, ② 동시대적 전환, ③ 정치적 전환으로 범주화한다. 

  

첫째, ‘농적 전환’이란 마투라나와 바렐라에 의해 정교화된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인지와 활동, 즉 신체와 정신은 근본적으로 분리 불가능한 것이며 경험은 주체 전체가 대상과 총체적으로 만나는 체화된 인지의 과정이다. 또한 근대가 전근대적인 것이라고 추방한 농적 경험은 몸 교육을 통해 인지적인 것과 신체적인 것을 통합하여 순환과 자급적 삶을 경험하게 하는 핵심이다. 생태 위기란 자본주의의 경쟁적이고 불평등한 삶의 추구가 생태 환경적으로 외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농적 전환은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적이며 정치적인 삶을 복원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평등만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의 공존과 번영이라는 생태적 형평성을 지향하는 운동이다.

  

둘째, 본래 교육은 삶을 위한 것이었으며 오늘을 수양하는 것이었다. 위협과 시련으로부터 자기를 만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문제는 살아야 한다는 사실, 살기 위해 어떤 기술을 사용하는가에 있었다. 그러나 근대는 현재의 거부를 통해 미래를 산다. 현실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현실성을 존중하고 자유를 실천하는 것을 제거하고, 우리가 행하고 사유하며 말하는 주체로서 스스로를 구성해 가면서 실험적 태도를 통해 우리 자신을 자유로운 존재로 실현하는 데 다가갈 수 없게 만들었다. 교육의 동시대적 전환은 경쟁적이고 반생명적인 경제 우선주의에 반대한다. 또한 공유와 협력하는 인간 간의 연대, 상생의 삶을 촉진하는 앎의 세계를 재구성하고 인간과 자연 간의 창조적인 신진대사를 활성화한다.

  

셋째, 근대적 교육, 특히 학교교육은 태동 과정에서 혁명적 성과였지만 점차 국가에 의해 양성되는 보편적 인간교육으로 성질이 변하면서 윤리적 판단에 종속되었고 정치적 공간으로서 성격은 위축되었다. 교육의 정치적 전환은 학생을 능동적 존재로 만들고, 수업과 교실을 정치적 행동의 장소로 전환하고, 학생들이 지능의 평등을 전제로 교사들과 자유로운 질문과 탐구 속에서 새로운 전환의 모델을 창안하게 하고 나아가 모든 참여자로 하여금 공동의 감각을 구현하도록 하는 것이다.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방법론교육 커먼즈8) 

  

안순억 외(2019)는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방법론으로서 ‘교육 커먼즈’라는 개념을 도입하고자 시도하였다. 커먼즈(Commons)란 ‘자각한 시민들이 스스로의 삶과 위협에 놓인 자신들의 자원들을 스스로의 손으로 책임지겠다는 비전’이며, 공유와 협동, 호혜성과 사회문화적 변화에 기반한 새로운 사회적 실천과 가능성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Bollier and Helfrich, 2012). 안순억은 이러한 맥락 위에서 기존의 다양한 영역의 커먼즈 논의를 교육의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수렴하여 ‘교육 커먼즈’ 개념을 도입하고자 시도하였다. 

  

교육 커먼즈는 교육이라는 ‘커먼즈’를 이해당사자가 중심이 된 공동체들이 그들이 인정하는 규칙 및 규범에 따라 공동으로 소유하거나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교육 커먼즈는 교육이라는 ‘비물질적 사물’, 이의 유지와 공동 가치는 생산하는 활동으로서 커머닝, 그리고 공동 운영과 관리라는 거버넌스 운영 체계의 방식이 결합된 것으로 이는 사적 형태의 관리 및 국가적 형태의 관리와 구분되는 것이다. 안순억은 교육 커먼즈를 공동체로서 교육 커먼즈, 거버넌스로서 교육 커먼즈, 집합적 역량으로서 교육 커먼즈, 비물질 혹은 지식으로서 교육 커먼즈 등 4가지 유형으로 범주화하고 있다.


[그림 1] 교육 커먼즈의 3가지 요소와 4가지 유형 사이의 관계


교육체제 전환의 조건 교육과정-교육공간-학교문화의 생태적 전환9)

  

남미자 외(2020)는 지금까지 공교육에서는 환경 보호라는 관점으로 인간이 지구 환경을 다스리고 보호해야한다는 믿음 속에서 마치 지구에게 선의를 베푸는 착한 사람이 되자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갇혀 자본주의라는 성장주의적 사회체제에 대한 비판이 금기시되어왔다고 지적한다. 또한 기후위기 시대의 교육적 전환은 단순히 기후위기나 생태를 주제로 교육과정에 담아내는 것을 넘어 공생이라는 감각과 윤리를 바탕으로 삶을 생태적으로 전환하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이라는 삶의 비전을 분명히 함으로써 교육체제의 생태적 전환이 구체화될 수 있다. 그것은 교육과정의 생태적 전환, 학교를 포함한 교육공간의 생태적 전환 그리고 인간과 인간 아닌 존재가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적인 관계를 맺는 문화를 창조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따라서 교육의 전환은 지구환경시스템과의 공존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는 방향으로의 재구조화 해야한다. 


[그림 2] 현행 교육체제의 과제


특히 교육과정의 생태적 전환은 기후위기를 포함한 환경문제에 대한 학습을 강화하면서도 교육과정의 분절화와 과부하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과정의 통합성을 높이고 다차원적 설계를 하는 것을 넘어서서 객관적 지식의 재현과 전수가 아닌 지역의 맥락 속에서 구성되고 소통되는 지식의 구성과 활용, 공감과 연대에 기반한 지식의 탐구, 지식의 탐구 이전에 더불어 사는 좋은 삶, 즉 총체적 잘 살기의 가치가 중심이 되는 학습으로 전환해야 한다.     


      

3. 학교의 미래     

  

류방란 외(2019)는 사회문화에 깊이 박힌 학력주의, 능력주의, 변별・경쟁 중심, 표준화 등을 지향하는 교육관(본질주의)과 학습자 주도성, 다원주의, 공동체성, 사회정의 등을 지향하는 교육관(발달주의)의 경합 및 교육에 대한 국가의 통제와 개입의 정도 – 즉, 중앙집권인가 지방분권인가 - 에 따라 [그림 2]와 같이 교육담론의 지형을 그려낸 바 있다.10)


[그림 3] 국가중심 교육담론의 지형

  

바실 번스타인(2000)에 따르면 교육은 외부 지식 담론을 나름의 역동 속에서 변용하는데 그는 이를 재맥락화 장(recontextualisation field)으로 표현하였다. 재맥락화 장은 다시 공식적 재맥락화 장(Official Recontextualisation Field)과 교수적 재맥락화 장(Pedagogic Recontextualisation Field)으로 구분된다. 전자가 교육 관련 국가기구(교육부, 교육청 등)에서의 담론 전개라면, 후자는 일선 학교와 지역 사회에서의 담론 전개이다. 번스타인은 교수 담론(pedagogic discourse)이 새로운 외부 담론을 “선택적으로 전용하고, 재배치하고, 초점을 새롭게 하고, 기존의 질서에 반영하는” 재맥락화 원리에 의해 구성된다고 말한다(Bernstein, 2000: 33). 이 과정에서 거시적으로는 새로운 교육 방향이나 모델들이 경합 및 조정되며, 미시적으로는 새로운 교육 내용이나 방식이 기존의 것과 주도권을 다투며 전과는 다른 질서를 만들어낸다.11) 따라서 [그림 2]의 각 사분면이 지향하는 관점들은 교사와 학생의 역할, 교육과정 구성, 교수 방법, 평가 원리, 교육행정 지원의 범위와 역할 등에 대해 서로 대립적일 수밖에 없다. 

  

앞서 교육의 생태적 전환에 대한 정용주(2015), 안순억 외(2019), 남미자 외(2020)의 논의를 종합할 때, 기후변화를 위한 교육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 ‘교수적 재맥락화의 장’으로서 작동하는 - ‘학교와 지역사회’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첫째, 학교는 본질주의적 교육관을 넘어 발달주의적 교육관을 지향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지역사회는 무한경쟁과 경제적 성장의 논리를 넘어 지속가능한 삶을 가꾸는 탈중심적 커먼즈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따른 교육담론 지형의 변화 방향은 [그림 4]와 같다. 즉, 보편적(국가중심) 공공성과 분권적 공공성을 전반적으로 확대하는 가운데 국가주의적 통제와 시장의 간섭을 동시에 제한하는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 


[그림 4] 교육담론 지형의 변화 방향


시민사회의 공동체성과 합리성의 발휘를 통해 실현될 수 있는 이러한 접근은 시장의 지나친 확대와 국가주의의 약화 경향을 전제하고 자유경쟁 선별성의 부정적 영향력을 견제한다. 이러한 견제력은 시민사회의 공동체성, 합리성에서 나오는데 교육감 직선제 이후 확대되고 있는 혁신학교 운동과 혁신교육지구 및 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을 통해 작동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12)          


[표 1] 미래 학교교육의 전환 방향



4. 교육과정 패러다임의 전환     

  

“팬데믹은 그리스어 Pan과 Demos의 합성어다. Pan은 고대 그리스의 신화와 종교에서 뮤즈의 음악이 흐르는 자연 야생의 신이다. 자연의 신이지만 사람과 사랑을 나눠 반신반인이다. 자연을 넘어 문명의 세계를 침범한 신, 그래서 ‘모든’이란 의미를 가진다. Demos는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시민, 특히 혈족이 아니라 지역을 대표하는 시민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민주정의 기반을 다진 클레이스테네스는 4부족 혈연동맹 체계인 에트노스(Ethnos)를 해체하고 10개 단위의 지역동맹 체계인 데모스를 만든다. 이 데모스 대표들이 정치의 주역으로 등장하면서 ‘데모스’가 지배하는 통치(kratia) 체계인 민주주의가 확장된다. (중략) 팬데믹의 출입구 열쇠는 팬-데모크라시(pan-democracy), 곧 세계 민주주의다. 팬데믹은 팬 데모스만이 지배할 수 있다.”13)

  

국가주의는 세계시민주의에 적대적이며 한편으로는 지역성을 말살시킨다. 민주주의는 원래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다. 팬-데모크라시 없이 팬데믹을 통제할 수 없다. 세계 민주주의는 중요하다. 그러나 세계 민주주의는 지역을 일구는 각성된 시민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코로나 팬데믹은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라는 오래된 생태주의 운동의 구호를 소환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인류가 기후위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교육과정 민주주의 즉 교육과정의 자율과 분권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교육과정의 대척점에 있는 개념으로서 지역교육과정을 상정할 필요가 있다. 지역교육과정의 맥락을 거칠게 표현하면 [표 2]와 같다.   


[표 2] 국가교육과정과 지역교육과정의 맥락


지역교육과정에 대한 강조는 “학생들이 발을 딛고 서 있는 곳, 바로 그곳으로부터 교육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전통적으로 학교에서 교육과정은 단순히 실행의 영역이었지 사유와 성찰의 영역이 아니었다. 탑다운 방식으로 국가교육과정이 만들어지면 학교는 그것을 집행하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교사의 전문성이라는 것도 국가교육과정을 원래의 목적과 취지에 맞게 얼마나 정확하게 재현해내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이 흐름이 바뀌고 있다. ‘국가’에서 ‘학생’으로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학생의 삶의 맥락 속에서 교육과정을 설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교과서에는 그런 것들이 담길 수 없다. 결국 학생에 대한 이해와 학교교육과정의 자율성이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 구호가 아닌 진심으로 학생들의 ‘학습권’을 말하고자 한다면 먼저 교육과정에 대한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그러한 흐름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국가교육과정에서 지역교육과정으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 특징을 지닌다.      

  

패러다임의 전환 1: 고시와 지침에서 교육과정의 거버넌스로

  

교육과정 거버넌스란 국가 수준, 지역 수준, 학교 수준에서의 권한의 위임과 분배에 따른 교육과정 정책 결정 구조 및 교육과정 운영 체제를 말한다. 또한 학교자치 실현을 위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적용하고, 평가하는 데 있어 전개되는 교육 활동과 관련된 의사결정 전 과정을 포함한다. 교육과정 거버넌스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 시·도 수준 교육과정, 학교 수준 교육과정이라는 <교육과정 수준>뿐만 아니라 교육과정의 개발, 운영, 평가(질관리)가 이루어지는 <교육과정 단계>와 총론과 각론, 교과와 비교과 및 범교과를 아우르는 <교육과정 영역> 모두에서 작동되어야 한다.14)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아래로 하달되는 ‘고시 혹은 지침의 비자발적 준수’가 아닌, 학교-교육청-교육부(또는 국가교육위원회) 사이의 수평적 거버넌스에 기초한 ‘헌장 혹은 협약의 자발적 이행’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림 5] 교육과정 패러다임의 전환 1: 고시와 지침에서 거버넌스로


패러다임의 전환 2: 국가에서 학교로

  

대한민국의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 국가의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와 같은 교육이념과 목적 속에서 학교는 학생들이 자주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 교양 있는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학교 내부의 자원과 학교가 자리 잡고 있는 지역사회의 자원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역량’을 기르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2015 개정교육과정은 ‘역량교육’을 표방하고 있는바, 역량 교육은 역량의 목록을 통해서 교육의 목적과 목표를 재설정하고 이에 따라 교육내용이나 학습경험을 재조정하고자 하는 교육적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15) 따라서 역량교육이라는 것이 의미를 가지려면 그것이 구현되는 공간, 즉 학교에 대한 신뢰와 권한의 부여 그리고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는 교육과정의 무게중심이 국가에서 학교로 옮겨져야 함을 의미한다. 학교는 단지 국가교육과정을 실행하는 공간이 아니다. 학교교육과정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가르침과 배움의 총체이며 심지어는 학교 문화와 공간적 특성 역시 (비공식적) 교육과정을 구성한다. 따라서 교육과정의 무게중심이 국가에서 학교로 옮겨져야 한다는 의미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에 교육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림 6] 교육과정 패러다임의 전환 2: 국가에서 학교로


패러다임의 전환 3: 합리적 모형에서 숙의 모형으로

  

학교교육과정은 전통적으로 타일러 모형으로 대표되는 처방적 이론(prescriptive theory)을 따라왔다. ‘처방적’이라는 말에 드러나듯이 이 모형은 교육과정 전문가들이 학교에 교육과정 개발 모형을 제공하여 학교의 교육 실천을 개선하고자 한 것으로 최적의 교육과정 설계 방식을 찾고자 했다는 점에서 교육을 표준화시키고 학교를 관료화시키며 교사를 탈전문화시킨다는 단점을 지닌다. 이에 반해 기술적 이론(descriptive theory)은 교육과정 개발의 과정을 중요시한다.16) 기술적 이론가들은 학교 조직과 다양한 개인과 집단의 상호작용에 대해 매우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합리적 절차보다 숙의적 관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워커는 교육과정 개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그 과정의 복잡성을 이해할 때 교육과정을 더 잘 개발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전통적 모형이라고 할 수 있는 타일러 모형을 단순화하여 자신의 ‘숙의’를 강조하였는데 교육과정 개발 프로젝트에서 얻어진 결과로써 ‘현장 교사들’이 말하는 실천적 언어에는 전통적 모형에서 강조하는 ‘교육과정 설정-학습경험 선정-학습경험 조직-학습성과 평가’를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Walker, 1971). 실제적인 현장에서의 교육과정은 학교나 학생, 학습, 교실, 사회 등에 관해 갖고 있는 신념과 좋은 교육의 내용과 방법이 어떤 것인지 공유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소위 ‘토대 다지기(platform)’라고 할 수 있는 숙의의 경험이 필수적임을 강조하였다.17) 사실 이것은 이미 많은 혁신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변화이기도 하다.18)


[그림 7] 교육과정 패러다임의 전환 3: 합리적 모형에서 숙의 모형으로



5. 나가며질문에 대한 응답     

  

나는 이 글을 두 가지 질문으로 시작했다. 지금까지 검토한 사항들을 바탕으로 이질문에 답해 보고자 한다.


기후변화는 잘못된 교육으로부터 비롯되었는가? 

  

교육이 기후변화의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를 불러온 근대산업문명의 효과적인 도구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글에서는 근대산업문명에 대한 반성적 성찰 속에서 교육체제를 전환하려는 시도를 ‘교육의 생태적 전환’으로 명명하고 지금까지 이어져 온 논의의 흐름을 살펴보았다. 정용주(2015)는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농적 전환, 동시대적 전환, 정치적 전환으로 범주화 하였으며 안순억 외(2019)는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방법론으로서 교육 커먼즈를 제안하였다. 남미자 외(2020)는 교육체제 전환의 조건으로서 교육과정, 교육공간, 학교문화의 생태적 전환이 필요함을 주장하였다.      

  

기후변화를 가르치면/배우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교수적 재맥락화의 장’으로서 학교와 지역사회의 역할에 대한 두 가지 인식의 전환을 언급했다. 첫째, 학교는 본질주의적 교육관을 넘어 발달주의적 교육관을 지향해야 한다. 둘째, 지역사회는 무한경쟁과 경제적 성장의 논리를 넘어 지속가능한 삶을 가꾸는 탈중심적 커먼즈를 구축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으로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다. 기후변화교육은 학생들의 ‘총체적 잘살기’와 관련된 문제일 뿐만 아니라 학교교육과정의 포괄적 접근을 통해서만 구체화될 수 있다. 학교교육과정의 포괄적 접근으로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 번째는 ‘학교 전체적 접근법’이고 두 번째는 교육이념-교육목적-인간상-역량의 생태적 일체화이다.       

 

학교교육과정의 포괄적 접근 1: 학교 전체적 접근법

  

UNESCO(2017)에서 발간한 『기후행동에 관한 학교용 지침서』에 따르면 세계 각지에서 점점 더 많은 학교들이 기후행동에 대한 학교 전체적 접근법을 채택하고 있다. 학교 전체적 접근법이 중요한 이유는 “교실에서의 기후변화 학습이 학교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행동이 전달하는 공식적·비공식적 메시지에 의해 강화”되기 때문이다. 즉 앎과 함과 삶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모든 학생들과 학교 구성원들이 배운 것을 생활에서 실천하고, 실천을 통해 배우게 되는 것”이다.19)


[표 3] 기후변화에 대한 학교 전체적 접근법


기후변화에 대한 학교 전체적 접근법은 [표 3]과 같이 학교가 학교 운영, 수업과 학습, 시설과 관리, 지역사회와의 협력 등 모든 측면에서 기후변화를 줄이기 위한 행동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국제적 환경교육네트워크인 ENSI(Environment and School Initiatives)는 학교 안에서의 교육적 수행을 교수·학습, 학교정책과 조직, 학교와 외부와의 관계 등 3가지로 범주화하고 각 범주에 사용가능한 준거와 시사점을 제안하고 있다(Breitingetal., 2005).20) 


[그림 8] 학교 전체적 접근과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위한 질적 준거


학교교육과정의 포괄적 접근 2: 교육이념-교육목적-인간상-역량의 일체화

  

첫째, 교육이념으로서 ‘홍익인간’ 개념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생물학적 개체에 대비하여 인간의 특권적 지위를 표현한 개인(individual)은 더 이상 분할할 수 없는(in-dividual), 존엄성이 보장되는 최소단위였다. 그러나 특정한 동물적 삶의 형태에서만 존엄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주장은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 근대교육체제는 인간이라는 종을 불평등한 세계의 최상위층에 위치시키고 인간이 아닌 것들을 지구라는 행성에서 함께 살아가는 평등한 구성원이 아닌,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그리고 결국 인간마저 지능에 따라 계급화시켰다. 인간을 자원 취급하는 근대교육체제의 기본전제에 대한 성찰과 전환의 사유가 필요하다. 

  

둘째, 교육목적과 추구하는 인간상으로서 생태시민성의 규정이 필요하다. 생태시민성에 대한 논의는 기존에도 있어왔지만 시민성 개념에 생태성을 결합하는 가법적 관계로 접근되었다. 이렇게 되면 시민성의 개념이 민주시민성, 평화시민성, 세계시민성, 생태시민성으로 무한 분열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따라서 학교교육과정의 목표를 생태시민성으로 재편한다는 것은 생태시민성 자체를 민주시민성, 세계시민성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접근한다는 의미이다.21) 

  

마지막으로 여섯 가지 핵심역량을 포함하는 포괄적 역량으로서 생태시민역량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포괄적 생태시민역량은 인간 존재를 지구생태시스템 속에서의 관계적 존재라는 전환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을 포괄적이며, 포용적(Inclusive)이고 보편적(Universal)이며, 종합적(Comprehensive)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는 기후위기라는 지구생태계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를 풀어나가는 생태시민으로서 자율적 참여와 책임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22)


[그림 9] 교육이념, 교육목적, 인간상, 역량의 생태적 일체화


지난 2020년 7월 9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학교환경교육 비상선언을 발표한다. 청소년기후행동이 제3차 결석 시위를 한 지 10개월이 지난, 그리고 코로나19가 세계적 유행이 된지 4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 자리에서 전국의 교육감들은 기후위기 대응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환경학습권을 보장하고, 미래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관계를 배우는 ‘생태문명의 핵심 학교’를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23) 


어쩌면 배움의 경탄을 회복하는 일이야말로 생태적 전환의 근본일지 모른다. 학생들이 지구공동체의 생태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국가는 이를 위한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방향을 제시하며 학교는 지역적 맥락을 고려하여 학생들의 삶과 연계된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는 교육과정의 실행기관인 동시에 연구기관이 되어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생태문명을 상상하고 실험하는 플랫폼, 즉 ‘생태문명의 핵심학교’가 되어야 한다. 이론과 실천이 별개이고 분리되어 있다는 생각은 가르침과 배움이 별개이고 분리되어 있다는 생각과 마찬가지로 교육의 영역에 있어서 반드시 타파해야 할 거대한 미신이다. “학교는 교육과정 문제의 참된 본질을 이해하고, 해방, 참여 및 실천에 관한 성찰과 같은 이상들을 추구하는 교육과정 탐구의 중심지가 되어야 한다.”24) 교육을 위협하는 비현실적 현실을 분쇄하고 가르침과 배움의 선순환을 통해 현실적 비현실을 잉태시킴으로써 미래교육의 본질적 의미를 탈환할 때이다.        

  

참고문헌  

  

- 이철(2010). 루만의 자기생산 체계 개념와 그 사회이론사적 의의. 담론 201 13(3).

- 안희경(2014). 문명그 길을 묻다-세계 지성과의 대화(6) 지그문트 바우만 영국 리즈대 명예교수. 경향신문 2014년 3월 25일 자.  

- 정용주(2015). ‘생태적 탈근대’로서 교육의 생태적 전환. 오늘의 교육 vol. 26.

- James McKernan(2015). 교육과정 실행연구. 교육과학사.

- 박승열(2016). 교사를 세우는 교육과정. 살림터.

- UNESCO(2017).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기후행동에 관한 학교용 지침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 이승미, 이병천, 백경선, 이주연, 박창언, 오수정(2018). 교육 자치 강화에 따른 교육과정 거버넌스의 변화 방향 탐색. KICE 연구리포트 2018. 한국교육과정평가원. 

- 류방란, 김경애, 이상은, 한효정, 이윤미, 이종태, 최항섭(2019).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 학교의 미래. 한국교육개발원. 

- 박성원(2019). 2050년 서른 살, 민서가 바라는 미래. 국가미래전략 Insight vol. 2. 국회미래연구원.

- 안순억, 정용주, 윤상혁(2019). 커먼즈의 교육개혁 적용 방안 연구. 경기도교육연구원.

- 김인호, 임재일, 정나라, 김재형(2020). 생태숲 미래학교 모델 연구: 학교상과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경기도교육청. 

- 남미자, 김경미, 김종민, 윤상혁, 임수정, 정용주(2020). 기후위기와 교육체제의 전환 방향. 경기도교육연구원. 

- 루이자 뉴바우어 외(2020).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행동을 촉구한다. 녹색평론 174호. 

- 한혜정(2020). 역량 중심 교육과정의 의미와 특징, 그에 따른 교과 교육과정 설계 방향. 2020 국가교육과정포럼 역량기반 교과교육과정 포럼(1차).

- 청소년 기후행동(2020). 전국 교육청들의 공동 기후위기비상선언을 요청드립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홈페이지.  

- 박구용(2021). 인간은 죽었다? 경향신문 2021년 3월 29일 자. 

- 윤상혁(2021). 전환을 위한 사유 2: 전환 시대의 교육에 대한 검토.

- 이선경(2021).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한 교육, 학교전체적 접근으로. 서울교육 2021 여름호(243호).     



각주


1) 루이자 뉴바우어, 그레타 툰베리, 아뉘나 데 베버 반 데르 헤이덴, 에들레이드 샤를리어(2020).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행동을 촉구한다. 녹색평론 174호. 181쪽.


2) 루이자 뉴바우어 외(2020). 앞의 글. 184쪽.


3) 청소년 기후행동(2020). 전국 교육청들의 공동 기후위기비상선언을 요청드립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홈페이지http://www.ncge.or.kr/bbs/board.php?bo_table=pbs1&wr_id=88#c_343 


4) ‘인터레그넘’이란 로마법에서 최고 권력의 공백상태 또는 헌정의 중단을 가리키는 말로, 통치하던 왕이 죽었으나 아직 새로운 왕이 즉위하기 전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었는데 안토니오 그람시가 이를 ‘포괄적인 사회정치적 격변기’라는 의미로 사용을 했다. 원문은 이렇다. "위기는 정확히 말하면, 낡은 것이 소멸해가고 있는데 새로운 것이 태어날 수 없다는 사실에 놓여 있다. 이러한 인터레그넘에서는 극히 다양한 병리적 증상들이 출현하게 된다." 윤상혁(2021). 전환을 위한 사유 2: 전환 시대의 교육에 대한 검토. https://brunch.co.kr/@ysh2084/122


5) 안희경(2014). 문명, 그 길을 묻다 - 세계 지성과의 대화(6) 지그문트 바우만 영국 리즈대 명예교수. 경향신문 2014년 3월 25일자. https://www.khan.co.kr/feature_story/article/201403242145115 


6) 청소년 기후행동이 언급한 “교육 시스템이 스스로 기후위기 대응을 할 수 있기 위한 지원방안”은 움베르토 마투라나와 프란시스코 바렐라의 자기생산 이론(autopoiesis theory)을 떠올리게 한다. 자기생산 이론은 후에 니콜라스 루만의 체계이론(systems theory)에 적용되었다. 루만은 유기체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체계와 심리 체계를 자기생산 체계로 본다. 자기생산 체계는 끊임없는 자기작동을 통해 자신을 재생산해나가는 기계이다. 자기생산 체계의 자기작동은 기본적으로 두 단계를 필요로 한다. 자기생산 체계는 첫 번째 단계에서 구성요소들 간의 상호작용과 변형을 통해 구성요소들의 그물망을 만들어내고, 다음 단계에서 구성요소들에 의해 위치가 정해지는 장소에서 자신을 구체적 단위로 재구성하거나 구성요소들의 총체적 상호작용으로 결정되는 상태로 자신을 재구성한다(MaturanaㆍVarela, 1982: 184). 이철(2010). 루만의 자기생산 체계 개념와 그 사회이론사적 의의. 담론 201 13(3) 91쪽에서 재인용.


7) 정용주(2015). ‘생태적 탈근대’로서 교육의 생태적 전환. 오늘의 교육 vol. 26.


8) 안순억, 정용주, 윤상혁(2019). 커먼즈의 교육개혁 적용 방안 연구. 경기도교육연구원.


9) 남미자, 김경미, 김종민, 윤상혁, 임수정, 정용주(2020). 기후위기와 교육체제의 전환 방향. 경기도교육연구원.


10) 류방란, 김경애, 이상은, 한효정, 이윤미, 이종태, 최항섭(2019).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 학교의 미래. 한국교육개발원. 169쪽. 


11) 류방란 외(2019). 앞의 책. 168쪽. 


12) 류방란 외(2019). 앞의 책. 200쪽. 본문에서는 미래학교교육의 세 갈래 방향으로서 각각 Mode 1(근대교육 유지, M1), Mode 2(개인 중심, 자유 경쟁 강조, M2), Mode 3(시민 공동체 중심, 공공성 강조, M3)를 제시하고 있으나 본 논문에서는 교육의 생태적 전환의 논의 흐름에 기반하여 미래교육의 전환 방향을 M3로 설정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이 연구에서 교육학 전문가 14명과 비교육학 전문가 14명을 대상으로 세 방향의 특징을 표로 약술하여 제시한 후 의견을 조사하였는데 대체로 학교교육이 개인 중심 자유경쟁 강조의 M2의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한 반면, 선호하는 방향으로는 시민중심 분권적 공공성 강조의 M3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결과를 하나 더 소개한다. 국회미래연구원이 2019년 11월에 실시한 2050 선호미래 숙의토론에서도 ‘도래할 가능성이 높은 미래’와 ‘선호하는 미래’의 불일치 현상이 나타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은 기후변화를 비롯한 자연환경 문제를 가장 중요한 미래사회 이슈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를 반영하듯, 가장 선호하는 미래상도 성장 중심에서 벗어나 현재의 자원을 잘 보존해 미래세대가 쓸 수 있게 하는 ‘보존분배’ 사회로 조사되었으나 실제로는 지금과 같은 ‘성장·경쟁 중심’ 사회가 도래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놀랍게도 ‘성장·경쟁 중심’ 사회는 가장 피하고 싶은 미래로도 1위였다(박성원(2019). 2050년 서른 살, 민서가 바라는 미래. 국가미래전략 Insight vol. 2. 국회미래연구원). 이와 같은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분열적 전망은 중장기적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도 큰 난관이라 할 수 있다. 


13) 박구용(2021). 인간은 죽었다? 경향신문 2021년 3월 29일 자. https://m.khan.co.kr/view.html?art_id=202103290300075


14) 이승미, 이병천, 백경선, 이주연, 박창언, 오수정(2018). 교육 자치 강화에 따른 교육과정 거버넌스의 변화 방향 탐색. KICE 연구리포트 2018. 한국교육과정평가원. 4쪽.


15) 황규호(2017). 일반역량 교육 논의의 쟁점 분석. 교육과정연구, 20(3), 1~22. 한혜정(2020). 역량 중심 교육과정의 의미와 특징, 그에 따른 교과 교육과정 설계 방향. 2020 국가교육과정포럼 역량기반 교과교육과정 포럼(1차)에서 재인용. 


16)  박승열(2016). 교사를 세우는 교육과정. 살림터. 119쪽.


17) 김인호, 임재일, 정나라, 김재형(2020). 생태숲 미래학교 모델 연구: 학교상과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경기도교육청. 115~116쪽. 


18) 2021년 2월 혁신학교인 서울 D초등학교에서는 일주일 동안 학교 교직원 모두가 모여 새학기 교육과정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 자리는 학교장의 교육방침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자리가 아니라 작년 학교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학교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교육과정의 내용을 숙의하고 설계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이것은 혁신학교에서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풍경이다.     


19) UNESCO(2017).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기후행동에 관한 학교용 지침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20) 이선경(2021).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한 교육, 학교전체적 접근으로. 서울교육 2021 여름호(243호).


21) 남미자 외(2020). 앞의 책. 276쪽.


22) 남미자 외(2020). 앞의 책. 276쪽.


23) 이 외에도 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지혜를, 학교를 넘어 마을과 지역에서 함께 찾아 미래세대의 건강권과 안전권을 확보, ②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교육’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으로 학교와 교육청에서 시작할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 방안 모색, ③ 기후위기·환경재난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을 통해 다가치(민주, 인권, 평화, 다문화, 환경 등)를 내면화하면서 지구공동체의 생태시민으로서 성장하도록 공동의 노력 등을 학교환경교육의 실천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24) James McKernan(2015). 교육과정 실행연구. 교육과학사.


이 글은 기후변화학회 기후변화교육위원회 기획세션 발표원고입니다.

http://kscc.re.kr/2021kscc/assets/html/program.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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