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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상혁 Jan 22. 2022

이상한 교사들의 이상한 학교

현장의 교사들이 전망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학교 

함께 읽는 책 No. 29

김홍겸·송수연·조태호·한상엽(2022), 『이상한 학교』


김홍겸·송수연·조태호·한상엽(2022), 『이상한 학교』



이상한 학교?


네 명의 이상한 교사가 쓴 이상한 책이 출간되었다. 김홍겸(경기 안산 광덕고등학교), 송수연(경기 시흥 은행고등학교), 조태호(경기 안성 비룡중학교), 한상엽(경남 김해 분성고등학교)이 쓴 <이상한 학교>다. 이 책에서 이상한 학교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 번째 의미는 '이상(理想)적인 학교'이다.


처음은 '이상(理想)적인' 학교이다. 누구나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학교가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하고 생각하던 모습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모든 학생들의 요구가 다 반영이 되어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든가 혹은 학생들이 경쟁을 하기보다는 서로 협력을 하여 좋은 성과를 이루어 낸다는가 하는 식의 것들이 있다. 누가 생각하기에도 이상적인 모습이지만 이를 실현하기에는 왜 문제가 있으며 어떠한 면이 더 충족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논의해 보고자 한다. 


이상적인 학교는 유토피아(Utopia)적인 학교이다. ou(없다)+topos(장소). 즉 어디에도 없는 학교이다. 따라서 세상에 존재할 수 있기 위해서 필요한 어떤 조건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은 그것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이상한 학교의 두 번째 의미는 '이상(異常)한 학교'이다.


두 번째 의미는 '이상(異常)한' 학교이다. 즉 평범하지 않은 학교 이야기이다. 주변에서 보면 다른 학교에서 하지 않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하는 학교들이 있다. 그리고 누가 보기에도 '저런 것을 왜 하지?'라고 생각이 들게 할만큼 어렵고 힘든 일을 잘 해내는 학교도 있다. 이런 것은 일반적인 학교에서 보면 진짜 이상한 일이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이상한 학교이지만 이런 이상한 요소들 중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지향점이 있을 것이다. 즉 지금 보기에는 이상(異常)하지만 앞으로는 이것이 우리들이 추구하는 이상(理想)적인 모습이 될 수도 있다.


이 세상에는 이상(理想)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들의 말이 이상(理想)적인 이유는 말만 할 뿐 실천에 옮기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의미없는 말들의 상찬이 펼쳐지면 남는 것은 공허함 뿐이다. 한 발자국도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유토피아가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유토피아가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우리의 실천은 언제나 불완전하고 결과적으로 어떻게 하더라도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상(異常)한 사람들이 없다면 이상(理想)이 현실이 되는 일도 결코 발생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오직 이상(異常)한 실천들을 통해서만 이상(理想)에 근접할 수 있다.



이상한 학교를 위한 조건, 여전히 남는 아쉬움


그렇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이상(異常)한 학교, 아니 이상(理想)적인 학교를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은 무엇일까? 교육과정(2장), 수업과 평가(3장), 교육활동 혹은 교과 외 활동(4장), 공간(5장), 구성원(6장) 그리고 사회이다. 학교 교육과정은 크게 교과 교육과정(2장)과 비교과 교육과정(4장)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수업과 평가(3장)는 교과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2장부터 4장까지는 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이상(理想)과 이상(異常) 사이의 간극 그리고 그 간극에서 발생하는 성찰을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다.


5장에서는 '이상한 공간'에 대하여 다루고 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크게 이상하지는 않았다. 물론 공간을 이상적으로 만드는 요소들은 매우 다양하며 이를 한정된 지면에 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이상한 공간들의 사례는 솔직하게 말해서 크게 감흥을 주지는 못했다. 혹시라도 이 책의 개정판을 발간한다면 학교 공간 혁신에 대한 좀 더 풍부한 이야기가 담긴 사진들을 보강해주었으면 한다.


6장에서는 학교 구성원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학교가 폐쇄적인 공간에서 개방적으로, 소수가 이끌어가는 모습에서 민주적인 장소로 바뀐 계기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시작된 영향이 크다"면서 이상적 구성원의 첫 번째 요소로 '학교운영위원회를 꼽고 있다. 이상적 구성원의 두 번째 요소는 '소통하는 교직원'이다. 이를 위한 제도로서 '학교업무정상화'와 '토론이 있는 교직원회의'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상적 구성원의 요소로 소개되고 있는 범주들은 다음과 같다.


- 학부모회

- 학생자치회

- 교육구성원이 함께하는 생활지도

- 학습생태계를 위한 마을교육공동체


그러나 '이상한 구성원'을 다루는 6장에서도 다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다. 우선 '교육구성원이 함께하는 생활지도'라는 요소가 포함된 것이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생활지도라는 표현도 이상(理想)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이상(理想)한 구성원은 왜 이상(異常)할까?'라는 6장 결론부의 내용이 아쉽다. 첫째,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비판이 피상적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교육청의 정책사업으로서의 (소위)혁신교육지구에 대한 비판과 학습생태계로서의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개념 분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상한 학교, 아니 더 나아가 이상한 교육은 이상한 마을교육공동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둘째, '민주적인 학교 운영의 시작'이라 불리지만 과연 현실이 그러한가라고 자문하게 되는 학교운영위원회의 한계와 이를 넘어서기 위한 대안의 제시 역시 아쉬움이 남는데, 이것은 앞서 말한 마을교육공동체와의 연관성 속에서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한 학교는 가능한가?


몇 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라는 이상(異常)한 상황 속에서 결코 교육의 이상(理想)을 놓치지 않으려는 저자들의 노력 만큼은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들은 앞에서 논의했던 주제들을 순서대로 요약하면서 변화의 단초를 모색하고 있다. 예컨대 이상한 교육과정을 위한 이상한 노력은 다음의 세 가지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 학생 삶을 배려한 배움의 강조

- 쉼 없이 가열차게 분주한 학생의 고달픈 인생에 대한 인식

- 성취를 정당화하는 교육적 인간상에 대한 반성


이상한 수업과 평가를 우리의 교육에 정착시키기 위한 여러 교육주체들의 노력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가 먼저, 이상한 학교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제도적인 지원을 넘어 학교 전반에 걸쳐 학교 구성원 존중이 필요하다. 둘째, 이상한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사는 학생들의 배움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도록 수업과 평가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다양한 관점을 지닌 교육적 주체들의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 우리가 살아온 시대와는 다른, 포스트 코로나를 살아갈 우리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이전 시대를 고집하는 교육적 관점을 지양하고 새로운 지식관과 수업관, 평가관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이상한 활동, 이상한 공간, 이상한 구성원, 이상한 사회를 위한 이상한 노력들이 순차적으로, 점점 범위를 넓혀가면서 검토되고 있는데, 이는 교육이라는 것이 매우 다층적이며 교육문제의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매우 어려운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함을 암시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부의 조건을 과감하게 해체해야 할 필요도 있다. 일명 '창조적 파괴'다. 그렇다면 저자들이 생각하는 창조적 파괴의 요소는 무엇일까?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더 이상의 스포는 독자들을 위한 예의가 아닐 듯하다. 궁금하시다면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길. 결국 우리 모두는 이상한 학교의 이상한 교사들이니. 



이 세상에는 이상(理想)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들의 말이 이상(理想)적인 이유는 말만 할 뿐 실천에 옮기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의미없는 말들의 상찬이 펼쳐지면 남는 것은 공허함 뿐이다. 한 발자국도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유토피아가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유토피아가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우리의 실천은 언제나 불완전하고 결과적으로 어떻게 하더라도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상(異常)한 사람들이 없다면 이상(理想)이 현실이 되는 일도 결코 발생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오직 이상(異常)한 실천들을 통해서만 이상(理想)에 근접할 수 있다.


함께 읽는 책 No. 29

김홍겸·송수연·조태호·한상엽(2022), 『이상한 학교』

김홍겸·송수연·조태호·한상엽(2022), 『이상한 학교』


이상한 학교는 언뜻 보면 이상한(strange), 다시 말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학교와는 많이 다른 점이 있다. 교육과정도 구성원도 학교 공간도 그리고 이 학교를 졸업하고 이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사회 역시도 처음에 보기에는 이상하다. 하지만 이 이상한 학교는 우리가 이상적(ideal)으로 지향해야 할 학교이기도 하다. 우리의 생각 속에서만 존재했었던 이상적인 모습을 '이상한 학교'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보았다.

- 김홍겸·송수연·조태호·한상엽(2022), 『이상한 학교』 머리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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