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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상혁 Mar 06. 2022

삶을 위한 수업

덴마크의 교사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

함께 읽는 책 No. 30

마르쿠스 베른센, 오연호(2020), 『삶을 위한 수업』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기자는 교육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기자 중 하나다. 그는 덴마크 행복사회의 출발과 뿌리가 행복한 수업, 행복한 교실, 행복한 학교에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그는 교육을 바꾸지 않으면 사회를 바꿀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던 차에 덴마크의 마르쿠스 베르센 기자를 만나게 된다. 베르센 기자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과는 다른) 덴마크의 교육 시스템에 대하여 주목한다. 『삶을 위한 수업』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기획된 책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개별자로서의 덴마크 교사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적 사고를 바탕으로) 덴마크 교육 시스템으로서의 덴마크 교사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마르쿠스 베른센 (지은이),오연호 (편역) 『삶을 위한 수업』(2020)



우리도 삶을 가르칠 수 있을까?


『삶을 위한 수업』은 덴마크 저널리스트 마르쿠스 베르센이 쓰고 오마이뉴스 대표기자 오연씨가 기획 및 번역한 책으로 덴마크 교육 시스템의 주요하고 핵심적인 특징을 잘 전해줄 수 있는 10명의 교사를 소개하고있다. 이 책이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인지 그 배경에 대해서는 오연호 씨가 쓴 <책을 펴내며 - 우리도 삶을 가르칠 수 있을까>와 마르쿠스 베르센 씨가 쓴 <한국의 독자들에게 - 행복한 교육을 위하여>에 잘 나와있다.


베르센 씨는 북유럽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큰 주간지 「웨켄다비센」의 기자로서 2014년부터 3년 동안 한국 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주한 덴마크 대사관에서 근무한 아내와 함께 세 자녀을 서울에서 키웠다. 베르센 씨가 한국의 독자들에게 쓴 서문을 보면 그는 "한국에 오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 알아갈수록 (자녀들을) 한국에서 키워야 겠다는 생각은 점점 줄어들었다."


오연호 씨는 "2013년 봄부터 덴마크 행복사회의 비밀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2020년 봄까지 7년 동안 23번이나 덴마크를 방문했다." 그러는 동안 오연호 씨는 덴마크와 관련된 두 권의 책을 펴냈다. 2014년에 덴마크 행복사회의 비밀을 파헤친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가 나왔고 4년 뒤인 2018년 후속작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가 나왔다. 두 번째 책은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답한 책이다. 그러니 이 책은 실천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의 교육 버전이라 할 만하다. 교육이란 곧 지혜를 사랑하고 가르침과 배움을 사랑하는 것이니.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기자는 교육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기자 중 하나다. 그는 덴마크 행복사회의 출발과 뿌리가 행복한 수업, 행복한 교실, 행복한 학교에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그는 교육을 바꾸지 않으면 사회를 바꿀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던 차에 덴마크의 마르쿠스 베르센 기자를 만나게 된다. 베르센 기자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과는 다른) 덴마크의 교육 시스템에 대하여 주목한다. 『삶을 위한 수업』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기획된 책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개별자로서의 덴마크 교사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적 사고를 바탕으로) 덴마크 교육 시스템으로서의 덴마크 교사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바로 이 부분을 확실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우선 사회의 변혁을 위해서는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전세계적인 현상이지만 문제는 그 방향성이다. 예컨대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사교육 시스템보다 못하다던가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던가 경쟁을 붙여야 한다던가 이런 낡고 낡은 사고방식이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혁신(innovation)'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 마르쿠스 베르센 기자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뒷걸음질하고 있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흐름 속에 여전히 교육을 가두려는 시도는 혁신이 아니다 퇴보다.




새로운 사회 계약의 원칙


2020년 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는 ‘2030년의 세계가 마주하게 될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지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결과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손실(67%), 폭력과 갈등(44%), 차별과 불평등(43%), 식량과 물, 주택 부족(42%) 등이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었다. 또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 및 과학 분야의 국제협력과 인간과 자연의 관계 회복, 다양성에 대한 존중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도출되었다. 오늘날 세계는 공동체의 붕괴, 양극화의 심화, 지속가능성의 위기와 함께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19는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인류는 자연환경에 큰 부담을 주었고, 결국 우리 자신의 존재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늘날 세계에는 높은 생활수준과 아찔한 불평등이 공존하고 있다. 급속한 기술 변화는 우리 삶의 여러 측면을 변모시키고 있지만, 이러한 혁신의 방향은 적절하게 공정과 포용, 그리고 민주적인 참여로 향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UNESCO는 2021년 11월 「함께 그려보는 우리의 미래-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다. 이 보고서는 교육을 통해 평화롭고 공정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겠다는 약속을 현 세대가 실현하지 못했으며 학습의 이유와 방식, 내용, 위치, 시기를 다시 규정해야 하는 전환점에 놓여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교육에 대한 ‘새로운 사회계약’을 통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UNESCO가 제안한 새로운 사회계약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원칙 1

교육의 방식은 협력과 공동 작업, 연대의 원칙을 기반으로 조직되어야 한다.


원칙 2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지식을 얻고 생성하면서 동시에 이를 비판하고 활용할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생태적·다문화적·다학제적 학습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원칙 3

교수 행위(teaching)는 교사들이 지식 생산자이자 교육 및 사회 변혁의 핵심 주체로 참여하는 공동의 노력으로서 보다 전문화되어야 한다.


원칙 4

학교는 포용과 공정, 개인 및 집단의 웰빙을 지원하는 교육 장소로서 보호되어야 하며, 정의롭고 공정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그 모습을 다시 구상해야 한다. 


원칙 5

우리는 전 생애에 걸쳐, 그리고 다양한 문화적·사회적 공간에서 교육 기회를 향유하고 확대해야 한다.



유네스코(2021), 『함께 그려보는 우리의 미래-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




덴마크 교사들의 11가지 수업철학


따라서 이 책을 읽을 때는 적어도 위의 다섯 가지 원칙에 대하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정한다는 '새로운 사회계약' 혹은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즉 위의 다섯 가지 원칙을 읽고 나서 (오연호 기자가 정리한) 아래와 같은 덴마크 교사들의 11가지 수업철학을 읽어보자. 


1. 학생 이전에 인간이다. 공부 이전에 관계가 중요하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 인간적인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친밀감과 신뢰감이 있어야 한다.


2. 수업 진도를 나가기 전에 '왜'를 묻는 시간이 충분해야 한다. 왜 우리는 교실에 앉아 있는가? 왜 영어와 수학과 과학을 공부해야 하는가?


3. 학생을 경쟁의 노예로 만들지 않는다. 좋은 경쟁을 유도한다. 나쁜 경쟁이 나만을 위한 것이라면 좋은 경쟁은 나와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


4. 상위 10퍼센트에 들지 않아도 괜찮다. 뒤처진 학생들도 끝까지 챙긴다. 학생 모두에게 크고 작은 성취감을 안겨주면서 주눅이 들지 않게 한다.


5. 학생 간의 배려와 협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배움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누군가와 협력할 때 더 잘 이뤄진다고 믿는다. '말하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듣기'다.


6.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이 권력을 분점한다. 교사의 자율권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학생의 자율권도 보장한다. 학생을 '젊은 어른'으로 대접한다. 비판정신을 길러준다.


7. 학생들에게 스스로 선택하는 훈련을 끊임없이 시킨다. 자기 주도적 인생을 살 수 있게 한다. 동시에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감당하는 올바른 자세를 가르친다.


8. 시험을 위한 수업이 아니라 '삶을 위한 수업'을 지향한다. 실생활과 연관된 수업을 한다. 호기심이 최고의 교과서다. 교과서를 버리고 학생들의 질문에 더 주목해야 한다.


9. 인생은 통합적이다. 학교 수업도 그래야 한다. 그러려면 교사가 통합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정치와 음악, 영어와 과학을 통합적으로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10. 교실은 입시 전쟁터가 아니라 '웰빙(well-being)'을 체험하는 생활공동체다. 학교와 교실은 집같이 편안해야 하고 왕따와 폭력이 없는 안전한 공간이어야 한다.


11. 학교는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삶의 현장이 되어야 한다. 학교 운영에 대한 학생들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자, 무엇을 느꼈는가?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여실히 드러나지 않은가. 그것은 덴마크 교사들의 수업철학은 단순히 한 교사 개인의 철학을 넘어 덴마크 교육 시스템의 가치와 뿌리를 나타내며 그것은 덴마크의 교육에 대한 사회계약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주목한 단어는 '좋은 삶(well-being)', '삶을 위한 수업', 그리고 '민주주의'이다. 교사들은 흔히 우리 사회가 바뀌지 않기 때문에 교육도 바뀔 수 없다고 말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학교를 사회로부터 분리해 낼 수 없는 것 맞다. 그러나 그것은 학교도 곧 사회의 일부라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적어도 교사로서 당신은 '새로운 사회계약'에 동의하는가? 혹시 당신도 국가, 사회, 현실 핑계만 대면서 똑같이 변화를 거부해 왔던 것은 아닌가? 유네스코의 다섯 가지 원칙과 오연호 기자가 제시한 덴마크 교사의 열 한가지 수업철학에 당신도 동의하는가? 출발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함께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하고 함께 사회를 변혁해 나가자.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자가 아니다. 그는 아이들을 만나며 그들과 함께 지식을 생성하는 주체다. 그는 반성적 실천가이며 연계적 전문가다. 교육의 새로운 서사를 구성하는 창조자인 동시에 이를 교육과정으로 구현하는 설계자이기도 하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아야


이 책에 소개된 10명의 교사 중 상당수는 덴마크의 영향력 있는 일간지 <폴리티켄>이 매년 선정하는 '훌륭한 교사상' 수상자들이다. 이 상을 받으려면 학생, 학부모, 동료 교사의 추천이 있어야 하고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나머지 교사들도 덴마크 교육계 인사들로부터 추천받은 분들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도 이렇게 가르치는 교사는 많아'라고 말하기 보다는 이런 교사들이 모여 덴마크 교육 시스템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채 개별교사의 능력만을 본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각 자체도 신자유주의적 프레임이다. 그걸 깨야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소개된 열 명의 덴마크 교사들의 이름과 그들의 교육철학을 드러내는 한 문장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아야 한다. 열 명의 교사들이 이루는 하모니를 통해 덴마크 교육시스템의 큰 그림을 보았으면 한다. 


01 수학도 즐거울 수 있다 - 헤닝 아프셀리우스 Henning Afzelius


02 시험과 점수가 중요할까? - 헬레 호우키에르 Helle Houkjær


03 영어 잘하고 싶니? - 안데르스 울랄 Anders Uldal


04 민주주의 게임 - 킴 륀베크 Kim Lynbech


05 세계시민으로 산다는 것 - 안데르스 슐츠 Anders Schultz


06 선생님, 엄마, 친구 - 메테 페테르센 Mette Petersen


07 학교 그만 다닐까? - 페테르 크로그 Peter Krogh


08 그냥 춤춰라 - 마리아네 스코루프 Marianne Skaarup



09 노는 것이 공부다 - 아스트리드 엥엘룬 Astrid Engelund



10 삶을 위한 학교 - 토마스 라스무센 Thomas Rasmussen



이 책에 소개된 10명의 교사 중 상당수는 덴마크의 영향력 있는 일간지 <폴리티켄>이 매년 선정하는 '훌륭한 교사상' 수상자들이다. 이 상을 받으려면 학생, 학부모, 동료 교사의 추천이 있어야 하고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나머지 교사들도 덴마크 교육계 인사들로부터 추천받은 분들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도 이렇게 가르치는 교사는 많아'라고 말하기 보다는 이런 교사들이 모여 덴마크 교육 시스템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채 개별교사의 능력만을 본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각 자체도 신자유주의적 프레임이다. 그걸 깨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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