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효제,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
함께 읽는 책 No. 35
조효제(2022).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
1970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전쟁과 국가책임에 관한 학술대회’에서 생명윤리학자 아서 갤턴은 베트남 전쟁에서 발생한 자연 파괴 행위를 ‘에코사이드’라고 명명하면서 “자신의 고유한 방식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환경을 고의적・영구적으로 훼손하는 행위인 에코사이드는 반인도 범죄로 간주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미군에 의해 살포된 고엽제를 단순한 제초제가 아니라 화학전의 무기이자 인간이 사는 환경 자체를 절멸시키는 범죄의 도구로 규정한 것이다.
그로부터 40년 후인 2010년 스코틀랜드 출신의 변호사 폴리 히긴스는 유엔국제법위원회에서 ➀ 제노사이드(집단살해죄), ➁ 반인도적 범죄, ➂ 전쟁범죄, ➃ 침략범죄를 국제 핵심범죄로 규정한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에 에코사이드 범죄를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 말랄라 유사프자이, 그레타 툰베리, 그리고 히긴스의 유지를 이어받은 국제 환경-인권단체 ‘스톱 에코사이드’ 등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2021년 6월 에코사이드의 법적 정의에 관한 초안이 완성되었다. 이 초안에 따르면 에코사이드란 어떤 행위가 환경에 극심하고 광범위한 손해 또는 극심하고 장기적인 손해를 끼칠 것이라는 실질적 가능성을 인식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불법적 행위 또는 무분별한 행위를 뜻한다.
조효제가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첫째, 현재의 상황을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에만 국한하여 보아서는 안 된다. ‘2050 탄소중립’은 우리가 달성해야 할 최소치일 뿐이며 담수 부족, 토지 훼손, 산림파괴, 유해 화학물질 범람, 생물 다양성 상실 등 지구행성이 처한 총체적 난국을 직시해야 한다. 둘째, 기후-생태 복합 위기가 한쪽에 있다면, 다른 한쪽에는 불평등, 인권박탈과 같은 사회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생태환경과 인권을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사회정의, 기후정의, 환경정의, 생태정의는 큰 틀에서 함께 이해해야 한다. 셋째, 인간 중심의, 특히 개인 차원의 권리 추구가 생태위기를 악화시킨 하나의 원인이다. 따라서 ‘자연의 권리’를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인권개념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인류세를 맞아 자연의 권리와 절제된 인권으로 이루어진 ‘생명’의 편에 설 것인지, 아니면 절대적 재산권과 성장 지상주의로 이루어진 ‘반생명’의 편에 설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일단 생명의 편에 서기로 결심했다면 절반은 이룬 것이다. ‘거시적 구조’, ‘미시적 실천’,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중간 범위’라는 전환의 3가지 전략과 ‘현세대내 연대’, ‘세대간 연대’, ‘사람과 자연의 연대’라는 연대의 3가지 차원을 입체적으로 결합하여 인류에게 마지막으로 주어진 카이로스의 촛불을 밝혀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거대한 변화는 거대한 대화로부터 시작한다. 이 책은 거대한 전환의 대화에 참여하려는 이들을 위한 훌륭한 마중물이다.
“비상 상황이라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지금이야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순간이고 새로운 어떤 것이 탄생할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폴리 히긴스)
조효제가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첫째, 현재의 상황을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에만 국한하여 보아서는 안 된다. 둘째, 기후-생태 복합 위기가 한쪽에 있다면, 다른 한쪽에는 불평등, 인권박탈과 같은 사회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셋째, 인간 중심의, 특히 개인 차원의 권리 추구가 생태위기를 악화시킨 하나의 원인이다. 따라서 ‘자연의 권리’를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인권개념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이 글은 환경정의가 주관하는 제21회 환경책 큰잔치 <2022 올해의 환경책> 서평입니다. '2022 올해의 환경책'은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출간된 환경책 중에서 일반 12종, 청소년 12종, 어린이 12종 등 총 36종이 선정되었으며 전체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