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므리크 카롱, <반反종차별주의>
함께 읽는 책 No. 34
에므리크 카롱(2022). 『반反종차별주의』
“고기를 먹는 사람은 아이들을 잡아먹는 거인, 오그르(Ogre)다.(135쪽)” 나는 이 한 문장이 이 책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종차별주의를 반대하건 반대하지 않건 15년은 족히 살 수 있는 돼지가 6개월 만에 죽임을 당하고, 20년의 수명을 가진 송아지가 5개월 만에 도살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심지어 10년을 넘게 살 수 있는 닭들은 태어난 지 40일 만에 닭고기로 인간의 식탁에 오른다.
종차별주의란 무엇인가? 자신이 어떤 종에 속한다는 이유로 다른 동물에게 차별을 가하는 일체의 행위를 가리킨다. 에므리크 카롱은 종차별주의가 두 가지 차원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첫째, 종차별주의자는 인간이 아닌 동물의 고통은 인간의 고통보다 덜 중요하다고 단정한다. 둘째, 종차별주의자는 근거 없는 범주를 만들어 반려동물, 식육 동물, 취미 동물, 야생동물, 해로운 동물, 보호 동물, 혐오 동물 등으로 구분한다.
이 책은 일종의 반反종차별주의자 선언이다. 카롱은 반종차별주의가 신 코페르니쿠스 혁명인 동시에 21세기 이데올로기 혁명이라고 말한다. 코페르니쿠스가 지구는 태양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처럼 반종차별주의자는 인간이 모든 생명체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것이 이데올로기 혁명인 이유는 이윤, 수익, 성장과 같은 기준을 정치적・민주적 프로젝트를 통해 행복, 복지, 존중, 균형과 같은 기준으로 대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종차별주의자가 상대해야 할 두 가지 부류의 종차별주의가 있다. 하나는 인간중심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혐오주의이다. 인간중심주의자는 “나 역시 동물을 사랑한다”고 운을 뗀다. 그리고 바로 덧붙여 “하지만”이 따라 나온다. 그러나 이것은 여성을 구타하는 남성이 “나는 아내를/여자친구를 사랑한다. 하지만...”이라고 말하는 논리와 다르지 않다. 카롱은 ‘사랑’이라는 말 속에 담긴 폭력성을 경계한다. 사랑하지 말고 존중하라. 당신이 사랑한다는 그 존재는 당신의 소유물이 아니다.
인간혐오주의도 문제다. “인간의 멸종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식의 주장은 타인에게 죄책감을 돌릴 뿐 그 어떤 대안도 마련하지 못한다. 물론 인간이 동물에 가하는 학대의 진상을 파고 들어가다 보면 인류에 대한 환멸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스스로에 대한 희망을 잃는다면 남는 것은 “내일은 없으니 오늘 배 터지게 먹다 죽자.”는 무책임과 방종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저자는 ‘생태 민주주의’의 원리가 작동하는 ‘생명체 공화국’을 구상한다. 생명체 공화국은 두 가지 기본 원칙을 지닌다. 첫째, 생명체의 이익을 고려하고 법률 및 정부 결정의 장기적 결과를 표명할 소위 ‘자연 의회’를 설립한다. 둘째, 이 의회에서 비인간 동물의 이해를 표현할 감각 있는 비인간 동물의 대표자를 지정한다. 너무 허황된 상상일까? 그렇지 않다. 자연인과 마찬가지로 권리능력의 주체로서 법인격을 상정하고 있음을 기억하자. 우리는 최대한 가능성을 끌어내는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의 정신을 오직 인류의 진정한 진보를 향해 열어 두자. 반종차별주의는 인간이 우월하다는 교만함을 멈추게 한다. 인간은 수백만 종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어느 정도 다른 수천 종의 동물들과 같이 행동한다.” (421쪽)
이 책은 일종의 반反종차별주의자 선언이다. 카롱은 반종차별주의가 신 코페르니쿠스 혁명인 동시에 21세기 이데올로기 혁명이라고 말한다. 코페르니쿠스가 지구는 태양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처럼 반종차별주의자는 인간이 모든 생명체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것이 이데올로기 혁명인 이유는 이윤, 수익, 성장과 같은 기준을 정치적・민주적 프로젝트를 통해 행복, 복지, 존중, 균형과 같은 기준으로 대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환경정의가 주관하는 제21회 환경책 큰잔치 <2022 올해의 환경책> 서평입니다. '2022 올해의 환경책'은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출간된 환경책 중에서 일반 12종, 청소년 12종, 어린이 12종 등 총 36종이 선정되었으며 전체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