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게 학습권을, 교사에게 교육권을
오늘은 서울서이초등학교 순직교사의 사십구재(四十九齋)가 되는 날입니다. 저를 포함하여 공교육 정상화를 바라는 영림중학교 교직원들은 서울 서이초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을 함께 슬퍼하며 애도를 표하는 마음으로 학교 정문에 현수막을 게시하였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에는 우리학교 학부모회에서도 응원과 지지의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을 정문 옆에 게시하였습니다.
“학생에게 학습권을, 교사에게 교육권을” 너무나 기본적이고 너무나 상식적인 이 문장을 구호로 외쳐야하는 우리 교육현실을 아프게 돌아봅니다. 대한민국은 헌법을 통해 교육권을 보장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헌법 제31조는 모든 국민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선언하면서, 이를 위해 의무교육의 시행과 함께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너무나 암담하고 처참합니다. 지난 7월 18일 서이초 교사의 순직 이후 전국의 교사와 학부모와 시민들이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거듭 공교육 정상화를 외쳤으나, 최근 나흘 동안 세 분의 선생님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잃은 것입니다.
공교육 정상화를 바라는 영림중학교 교직원 모두와 전국의 50만 교사들은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이 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대한민국의 공교육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위기의 징후로 여깁니다. “배움은 꿈꾸는 것, 가르침은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꿈꾸지 못하고 더 이상 희망을 노래하지 못하는 교단의 참담한 현실을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오늘, ‘공교육 멈춤의 날’을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교육이란 모름지기 배움의 씨앗을 지키는 일입니다. 아이들의 호기심 넘치는 눈망울을 보호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씨앗을 지키는 자를 지키지 못한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없다고 단정할 수 있습니다. 가르침에 대한 존경 없이는 배움에 대한 경탄도 없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제자이며, 누군가의 아들딸입니다. 그러니 더는 안됩니다. 멈추어야 합니다. 죽음을 멈추어야 합니다. 절망을 멈추어야 합니다. 대한민국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우리는 잠시 멈추어야 합니다.
“함께 가르치고 서로 배우며 돌봄을 통해 꿈을 키워가는 행복한 학교”를 지향하는 영림중학교의 교사들은 오늘 전국 50만 교사들과 연대하는 마음으로 검은 리본을 가슴에 달고 교단에 올랐습니다. 우리학교는 오늘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합니다. 그 후 고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추모할 것입니다. 영림중학교의 교직원들은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수호하고 교사와 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하고 상상하고 실천할 것입니다. 이 전환의 길에 학부모님들께서도 교육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함께 해주시기를 요청합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9월 4일
영림중학교장 윤상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