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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상혁 Dec 16. 2023

쓰고, 엮고, 읽는 기후위기인간의 힘

이처럼 사나운 시절, 책을 엮는 일의 소중함에 대하여

책이라니요? 그냥 책도 읽지 않는 시대에 환경책이라니요. 게다가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앙의 시대라는 데 한가하게 책이나 읽는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요.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기후위기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책을 쓰는 존재, 책을 엮는 존재, 그리고 책을 읽는 존재가 얽히고설킨 상호의존과 연대의 거대한 연결망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사라지는 것들의 안부를 살피기 위해 다정한 목격자가 되거나 지구의 마지막 숲을 걸으며 인간 너머 존재가 보내는 마음의 편지를 읽습니다. 한편에서는 동물들이 법정이 열고 다른 한편에서는 인간들이 기후토론을 벌입니다. 좋아요를 누르거나 결재 버튼을 클릭하는 것이 지구생활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성찰하기도 합니다. 납치된 도시에서 생명의 도시로의 전환을 꿈꾸거나 기후를 위한 정치와 경제의 길을 모색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아직은 비현실적이지만 언젠가는 현실이 되기를 소망하며 쓰고 엮고 읽는 기후위기인간의 상호의존적 연대 속에서 생성되고 있습니다. 네.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는 기후위기인간입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마지막 인간이자 생태적 사유의 탄생을 목도하는 첫 번째 인간입니다. 기후위기인간의 손에 환경책이 들려 있다면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 


갈수록 책을 출판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온통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만 보일 뿐 여간해서는 책 읽는 사람을 찾기 어렵습니다. 동네 서점들도 하나둘 문을 닫은 지 오래입니다. 이처럼 사나운 시절에 한결같이 쓰는 존재와 읽는 존재를 연결해주신 출판인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올해의 환경책들을 만나면서 깊은 영감과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 글은 환경정의에서 주관한 제22회 환경책 큰잔치에서 일반/청소년 선정위원회를 대표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환경정의는 매년 환경책 큰잔치를 통하여 일반, 청소년, 어린이로 나누어 올해의 환경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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