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타 마사오, <수학하는 신체>의 수학교육적 함의
텍스트 비평 No. 08
모리타 마사오(2016). 수학하는 신체. 에듀니티.
참고논문
David A. Reid(2002). Conjectures and Refutations in Grade 5 Mathematics. Journal for Research in Mathematics Education
이홍우(2005), 교육의 근본: 그 말살과 회복. 도덕교육연구.
소경희(2007). 학교교육의 맥락에서 본 ‘역량’의 의미와 교육과정적 함의. 교육과정연구.
윤현진 외(2007). 미래 한국인의 핵심역량 증진을 위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비전 연구(I): 핵심역량 준거와 영역 설정을 중심으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박교식(2008). 한국어 수사의 어원에 관한 수학사적 조망: 하나에서 열까지. 한국수학사학회지.
한종규(2016). 쿠쟁문제와 층(sheaf) 코호몰로지, 그리고 ∂대역적 복소해석학의 초기역사. 대한수학회소식 제168호.
김현경(2017). 12년이면 충분할까. 한겨레 2017년 2월 16일자.
참고도서
교육부 고시 제2015-74호 [별책 8] 수학과 교육과정.
프랜스스코 바렐라(2013). 몸의 인지과학. 김영사.
브렌트 데이비스(2014). 복잡성 교육과 생태주의 교육의 계보학. 씨아이알.
온정덕 외(2016). 역량 기반 교육과정의 이해와 설계. 교육아카데미.
참고사이트
http://blog.naver.com/ycyahng/40120918431
수학교육과 신체
“신체가 수학을 한다. 이 별것 아닌 하나의 일에서 나는 엄청난 가능성으로 가득 찬 모순을 본다. 기원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수학은 처음부터 신체를 넘어서려는 행위였다. (중략) 그런가 하면 수학은 단지 신체와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 수학은 신체의 능력을 보완하고 연장하는 행위이며, 따라서 신체가 없는 곳에 수학은 없다. 고대에는 물론이고 현대에 이르러서도 수학은 언제든 ‘수학하는 신체’와 함께 있다.” (여는 글)
수학하는 신체란 무엇인가? 수학을 한다는 것은 고도로 추상화된 인지작용으로 여겨져 왔다. 그리고 인지작용은 일반적으로 두뇌의 활동으로 생각되어 왔다. ‘수학은 머리로 하는 거야’가 통념이었다. 그런데 신체가 수학을 한다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 모리타 마사오는 <수학하는 신체>를 통해 ‘안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신선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물리 세계를 진화해온 생명 현상으로서 사람 또한 예외는 아니다. 자칫하면 인간 사고의 리소스는 두개골 안의 뇌이고, 신체의 바깥은 노이즈요 환경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간단한 전자 칩조차 그 문제 해결의 리소스는 아주 쉽게 환경으로 새어나가고 만다. 그렇다고 한다면 40억 년의 진화 과정에서 살아남은 우리의 ‘문제해결을 위한 리소스’는 훨씬 더 신체와 환경 여기저기에 편재해 있을 것이다.” (42쪽)
수학으로 대표되는 인지적 과제의 수행에서 뇌가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직 뇌만이 인지적 과제를 수행하는 것은 아니며 인간의 신체와 환경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는 것이 모리타 마사오의 견해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농구에 빠져 지냈다. 시합에 이기고 지는 것보다 아무 생각 없이 몰두해서 경기의 ‘흐름’과 일체화될 때의 그 감각을 좋아했다. 농구에 ‘진실’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옳은 이론을 익히는 것도 전술을 많이 외우는 것도 아니고, 그저 농구라는 행위에 완전히 몰입해서 ‘체득’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다. 오카 키요시의 글을 읽고 있으면 왠지 이상하게도 농구에 몰두하던 날들이 생각났다. 이 사람에게 수학은 온몸과 마음을 다 바친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121쪽)
몸으로 체득한다는 것. 이것이 신체가 수학을 한다는 말의 의미이다. 모리타 마사오가 볼 때 수학을 하는 것과 농구를 하는 것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 그가 ‘행위로서의 수학’을 강조하는 까닭이다. 어린 아이가 처음 수학을 배우는 광경을 생각해보자. 먼저 숫자를 배운다. 그 다음 연산을 배운다. 처음에는 사물의 개수를 직접 센다. 손가락과 발가락을 이용한다. 종이와 연필을 사용한다. 마침내 머릿속으로 계산한다. 이렇듯 수학하는 행위에서 신체의 작용과 두뇌의 작용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10진법이 더 수학적이라는 근거는 없다. 단지 인간의 신체가 10진법을 더욱 친숙하고 특별하게 만든 것이다. 인간의 신체적 한계는 문자의 조어에도 영향을 끼쳤다. 모리타 마사오는 인간이 눈으로 사물의 개수를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subitization’을 언급하면서 (아직도 완전히 해명되지는 않았지만) “인지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세 개(어쩌면 네 개) 이하의 물건 개수를 파악할 때는 그 이상의 개수를 파악할 때와는 다른 고유한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는 듯하다(22-24쪽)”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유럽어족의 많은 수사열에서 <하나>에서 <넷>까지는 형용사이지만 <다섯> 이후의 수사는 그렇지 않으며 이는 수사열이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특히 처음 네 개의 수사가 먼저 만들어 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이는 인간이 네 개(어쩌면 세 개)보다 많은 사물의 개수를 눈으로는 즉각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신체적 한계와 관련이 있음을 말해준다. 이처럼 인간이 지닌 신체적, 환경적 제약은 직접적으로 인간의 ‘수학하기’에 영향을 끼친다.
모리타 마사오가 ‘수학하는 신체’라는 아이디어를 얻게 된 계기이자 그의 수학적 여정의 근원이 된 일본의 수학자 오카 키요시Kiyoshi Oka, 岡潔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안다’는 경험은 뇌 안, 또는 육체 안보다 훨씬 넓은 장소에서 일어난다. 그럼에도 자연과학이 이성을 특별히 강조해서 심적 과정의 모든 것을 뇌 안의 물질현상으로 환원시키려고 함으로써 ‘사람의 마음은 좁은 곳에 갇혀버렸다” (137쪽)
‘수학하는 신체’라는 개념은 흔히 체화된 마음 이론embodied mind theory으로 불리는 인지과학 분야의 새로운 접근법들 -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확장된 인지extended cognition, 착근된 인지embedded cognition, 행위적 인지enactive cognition, 분산된 인지distributed cognition, 상황화된 인지situated cognition – 을 연상시킨다.
수학교육과 발현주의
생물학자 마투라나Humberto Maturana와 바렐라Francisco Varela는 신체와 마음 사이에, 인지와 행위 사이에 분열 – 데카르트의 이원론으로 대표되는 - 은 없다고 말한다. 인지는 시간을 넘어 발생하는, 그리고 개인에 대한 경험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체화된 행동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들은 인지가 행동하는 유기체와 그 환경 사이의 역동적인 상호 작용을 통해 일어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발현주의Enactivism라 명명했다.
발현주의를 기술하는 4가지 측면은 각각 구조 결정론structure determinism, 세계를 만들어내는 인식cognition as bringing forth a world, 구조의 공진화coevolution of structures 및 관찰자 의존observer dependence으로 특징지어 진다.
첫째, 구조 결정론의 측면에서 발현주의는 개인의 활동이 그 개인의 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구성주의적 흐름과 유사하지만 특정 개념과 관련된 개별적인 인지 구조를 가정하기보다는 개인의 총체성을 언급하기 위해 구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게다가 발현주의는 개인의 환경의 역할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도 (일부의) 구성주의와 차이가 있다. 환경의 영향은 개인에게 가능한 활동을 제한하는 것이다. 개인은 자신의 구조가 상황에 따라 결정할 일을 결정한다. 이 경우 어떤 행동의 불가능성은 자신의 구조가 다른 행동을 결정하는 상황의 일부가 된다. 모든 행동은 개인의 구조를 바꿔 놓기 때문에 개인은 겉으로 보기에 동일한 상황에서 다른 시간에 다르게 행동할 수 있지만, 그것은 환경에 의해 설정된 범위 내에서만 달라질 수 있다.
둘째, 지각이란 활동(즉, 구조가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의 구조는 그/그녀가 지각하고 경험하는 세계가 무엇인지를 결정한다. 개인의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세계는 개인의 경험에 의해 변화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각각의 사람들은 구조적으로 결정된 행동을 통해 “세계를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셋째, 발현주의는 개인과 그/그녀의 환경이 시간이 흐르면서 공진화한다는 것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구성주의와 다르다. 인지는 개인과 환경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재귀적으로 발생한다. 개인이 구조를 변경하면 환경에 의해 제공되는 제약 조건 내에서 구조가 변경된다. 마찬가지로 환경이 구조를 변경함에 따라 개인이 제공하는 제약 내에서 환경도 변경된다. 서로의 제약 속에서 공존하는 시스템(개인 또는 환경)은 인간과 사회 시스템 간의 관계를 묘사하는 데 사용되는 루만Niklas Luhmann의 ‘상호 침투interpenetration’와 유사한 용어인 “구조적으로 접속되어있다”고 말해진다. 루만에 따르면, 시스템의 복잡성은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요소들을 지원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공진화는 세계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고립된 개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한다. 대신에 세상과 개인은 서로를 통해 서로를 인도한다.
넷째, 구조 결정론은 상황의 설명이 실제 상황에 의해서가 아니라 설명하는 개인의 구조에 의해 결정되어야 함을 암시한다. 이 아이디어는 “모든 것이 관찰자에 의해 말해진다”라는 마투라나의 관찰로 요약된다. 이것은 관찰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사물을 묘사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자 공동체가 유사한 방식으로 사태를 묘사한다는 의미이다. 마투라나는 개인이 관찰자 공동체 내에서 보이는 묘사의 유사성의 이유가 되는 “정서적 지향성emotional orientations”을 갖는다고 제안하고 있다. 정서적 지향성은 특정한 행동, 특히 설명이 특정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받아들여지는가의 여부를 결정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의사결정을 위한 기준을 정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무한 회귀를 피하려면 이러한 “설명 원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수학자들이 증명을 합리적인 기준에 근거한 설명으로 받아들인다고 주장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기준은 그들이 기초로 하는 기준과는 다른 어떤 다른 기준을 토대로 바뀔 것이다. 이 과정이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떤 지점에서는 비합리적인 과정을 기준으로 수락할 수밖에 없다. 마투라나는 과학자와 수학자가 무엇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정서적인 지향이 필요하기 때문에 과학과 수학에서 “합리적인” 것이라고 간주되는 것과 구별되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 설명 원리의 이름으로 “정서적”이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다. 다음은 객관주의, 구성주의 및 발현주의를 비교해 놓은 것이다.
바렐라는 체화된 인지에서 ‘체화된’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인지는 여러 가지 감각 운동 능력을 지닌 신체를 통해 나타나는 경험에 의존하는 현상이라는 점이다. 둘째, 이 개별적 감각 운동 능력들은 그 자체가 보다 포괄적인 생물학적, 심리학적, 문화적 맥락에 속한 것이라는 점이다. “지각과 활동은 살아 숨 쉬는 인지에서 근본적으로 분리불가능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실제로 이 두 가지는 개별적 인지체계에서 단순히 우연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들이 아니라 함께 진화하는 것들이다.” 바렐라(2013), 몸의 인지과학. 279쪽
수학교육과 역량
이와 같이 발현주의적 관점에서 교육을 바라볼 때 교실의 시간적, 공간적 구성 및 권력관계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 ‘역량’개념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를 발현주의적 시각에서 접근해보자. DeSeCo 프로젝트는 역량을 직업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인간 전체의 삶과 관련된 논의로 확대하여 전 세계적으로 역량의 중요성을 부각시켜 이에 대한 학교 교육의 관심을 촉구하고 역량에 대한 논의가 학교 교육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DeSeCo 프로젝트는 역량을 “지식이나 기능을 뛰어넘는 것”으로 규정하고, 나아가 “특정하게 주어진 상황에서, 심리 사회적 자원을 이용하거나 동원하여 복잡한 요구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는 도구를 상호작용적으로 활용하는 능력, 사회적 이질집단에서 상호작용하는 능력,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능력으로 범주화된다.
역량에 대한 이러한 정의와 범주화가 올바른 것인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그동안 학교수학이 추구해왔던 수학교육의 관성화된 목표에 의문을 제기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수학적 지식과 기능을 뛰어넘는 수학적 역량이란 과연 무엇인가? 2015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에서는 학생들이 수학의 지식을 이해하고 기능을 습득하는 것과 더불어 문제 해결, 추론, 창의・융합, 의사소통, 정보 처리, 태도 및 실천의 6가지 수학 교과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교과 역량으로서의 문제 해결은 해결 방법을 알고 있지 않은 문제 상황에서 수학의 지식과 기능을 활용하여 해결 전략을 탐색하고 최적의 해결 방안을 선택하여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고, 추론은 수학적 사실을 추측하고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정당화하며 그 과정을 반성하는 능력이다. 창의・융합은 수학의 지식과 기능을 토대로 새롭고 의미 있는 아이디어를 다양하고 풍부하게 산출하고 정교화하며, 여러 수학적 지식, 기능, 경험을 연결하거나 타 교과나 실생활의 지식, 기능, 경험을 수학과 연결・융합하여 새로운 지식, 기능, 경험을 생성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의사소통은 수학 지식이나 아이디어, 수학적 활동의 결과, 문제 해결 과정, 신념과 태도 등을 말이나 글, 그림, 기호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이해하는 능력이고, 정보 처리는 다양한 자료와 정보를 수집, 정리, 분석, 활용하고 적절한 공학적 도구나 교구를 선택, 이용하여 자료와 정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이다. 끝으로, 태도 및 실천은 수학의 가치를 인식하고 자주적 수학 학습 태도와 민주 시민 의식을 갖추어 실천하는 능력이다.
한편 성취기준은 학습의 결과로 학생이 알아야 할 것과 할 수 있어야 할 것을 의미한다. 성취기준은 학생의 단순한 ‘행동’이나 수업의 ‘활동’이 아닌 수행으로 진술해주어야 한다. 즉, 성취기준은 그 성격상 수행 기준으로서, 학생이 아는 것을 적용하고 할 수 있는 것을 나타내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2015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성취기준을 살펴보자.
(1) 수와 연산
수는 방정식의 해의 존재를 보장하기 위해 정수, 유리수, 실수 등으로 확장되고, 각각의 수체계에서 사칙계산이 정의되고 연산의 성질이 일관되게 성립한다. 수는 수학에서 다루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으로, 실생활뿐 아니라 타 교과나 수학의 다른 영역을 학습하는 데 필수적이다. 또한 수의 연산은 수학 학습에서 습득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기능 중 하나로, 이후 학습을 위한 기초가 된다.
□ 소인수분해
[9수01-01]소인수분해의 뜻을 알고, 자연수를 소인수분해할 수 있다.
[9수01-02]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의 성질을 이해하고, 이를 구할 수 있다.
□ 정수와 유리수
[9수01-03]양수와 음수, 정수와 유리수의 개념을 이해한다.
[9수01-04]정수와 유리수의 대소 관계를 판단할 수 있다.
[9수01-05]정수와 유리수의 사칙계산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 계산을 할 수 있다.
□ 유리수와 순환소수
[9수01-06]순환소수의 뜻을 알고, 유리수와 순환소수의 관계를 이해한다.
□ 제곱근과 실수
[9수01-07]제곱근의 뜻을 알고, 그 성질을 이해한다.
[9수01-08]무리수의 개념을 이해한다.
[9수01-09]실수의 대소 관계를 판단할 수 있다.
[9수01-10]근호를 포함한 식의 사칙계산을 할 수 있다.
(2) 문자와 식
문자는 수량 관계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표현하는 수학적 언어이다. 문자를 통해 수량 사이의 관계를 일반화함으로써 산술에서 대수로 이행하며, 수에 대한 사칙연산과 소인수분해는 다항식으로 확장되어 적용된다. 또한 방정식과 부등식은 양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며, 적절한 절차를 따라 이를 만족시키는 해를 구할 수 있다. 문자는 수학적 의사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문자를 이용한 방정식과 부등식은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
□ 문자의 사용과 식의 계산
[9수02-01]다양한 상황을 문자를 사용한 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9수02-02]식의 값을 구할 수 있다.
[9수02-03]일차식의 덧셈과 뺄셈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 계산을 할 수 있다.
□ 일차방정식
[9수02-04]방정식과 그 해의 의미를 알고, 등식의 성질을 이해한다.
[9수02-05]일차방정식을 풀 수 있고, 이를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식의 계산
[9수02-06]지수법칙을 이해한다.
[9수02-07]다항식의 덧셈과 뺄셈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 계산을 할 수 있다.
[9수02-08]‘(단항식)×(다항식)’, ‘(다항식)÷(단항식)’과 같은 곱셈과 나눗셈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 계산을 할 수 있다.
□ 일차부등식과 연립일차방정식
[9수02-09]부등식과 그 해의 의미를 알고, 부등식의 성질을 이해한다.
[9수02-10]일차부등식을 풀 수 있고, 이를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9수02-11]미지수가 2개인 연립일차방정식을 풀 수 있고, 이를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다항식의 곱셈과 인수분해
[9수02-12]다항식의 곱셈과 인수분해를 할 수 있다.
□ 이차방정식
[9수02-13]이차방정식을 풀 수 있고, 이를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3) 함수
변화하는 양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함수는 대응과 종속의 의미를 포함하며, 그래프는 함수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도구이다. 여러 가지 현상에서 관찰할 수 있는 규칙 중에는 한 값이 변하면 다른 값도 일정한 규칙에 따라 변하는 것들이 많이 있다. 함수는 다양한 변화 현상 속의 수학적 관계를 이해하고 표현함으로써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좌표평면과 그래프
[9수03-01]순서쌍과 좌표를 이해한다.
[9수03-02]다양한 상황을 그래프로 나타내고, 주어진 그래프를 해석할 수 있다.
[9수03-03]정비례, 반비례 관계를 이해하고, 그 관계를 표, 식, 그래프로 나타낼 수 있다.
□ 일차함수와 그래프
[9수03-04]함수의 개념을 이해한다.
[9수03-05]일차함수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 그래프를 그릴 수 있다.
[9수03-06]일차함수의 그래프의 성질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일차함수와 일차방정식의 관계
[9수03-07]일차함수와 미지수가 2개인 일차방정식의 관계를 이해한다.
[9수03-08]두 일차함수의 그래프와 연립일차방정식의 관계를 이해한다.
□ 이차함수와 그래프
[9수03-09]이차함수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 그래프를 그릴 수 있다.
[9수03-10]이차함수의 그래프의 성질을 이해한다.
(4) 기하
주변의 형태는 여러 가지 평면도형이나 입체도형으로 범주화 되고, 각각의 평면도형이나 입체도형은 고유한 성질을 갖는다. 평면도형이나 입체도형의 성질에 대한 이해는 다양한 분야의 실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초가 되며, 수학의 다른 영역의 개념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도형의 성질을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연역적 추론은 수학적 소양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 기본 도형
[9수04-01]점, 선, 면, 각을 이해하고, 점, 직선, 평면의 위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
[9수04-02]평행선에서 동위각과 엇각의 성질을 이해한다.
□ 작도와 합동
[9수04-03]삼각형을 작도할 수 있다.
[9수04-04]삼각형의 합동 조건을 이해하고, 이를 이용하여 두 삼각형이 합동인지 판별할 수 있다.
□ 평면도형의 성질
[9수04-05]다각형의 성질을 이해한다.
[9수04-06]부채꼴의 중심각과 호의 관계를 이해하고, 이를 이용하여 부채꼴의 넓이와 호의 길이를 구할 수 있다.
□ 입체도형의 성질
[9수04-07]다면체의 성질을 이해한다.
[9수04-08]회전체의 성질을 이해한다.
[9수04-09]입체도형의 겉넓이와 부피를 구할 수 있다.
□ 삼각형과 사각형의 성질
[9수04-10]이등변삼각형의 성질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
[9수04-11]삼각형의 외심과 내심의 성질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
[9수04-12]사각형의 성질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
□ 도형의 닮음
[9수04-13]도형의 닮음의 의미와 닮은 도형의 성질을 이해한다.
[9수04-14]삼각형의 닮음 조건을 이해하고, 이를 이용하여 두 삼각형이 닮음인지 판별할 수 있다.
[9수04-15]평행선 사이의 선분의 길이의 비를 구할 수 있다.
□ 피타고라스 정리
[9수04-16]피타고라스 정리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
□ 삼각비
[9수04-17]삼각비의 뜻을 알고, 간단한 삼각비의 값을 구할 수 있다.
[9수04-18]삼각비를 활용하여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원의 성질
[9수04-19]원의 현에 관한 성질과 접선에 관한 성질을 이해한다.
[9수04-20]원주각의 성질을 이해한다.
(5) 확률과 통계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수치화한 확률, 그리고 자료를 수집, 정리, 해석하는 통계는 현대 정보화 사회의 불확실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다양한 자료를 수집, 정리, 해석하고, 확률을 이해함으로써, 미래를 예측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민주 시민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기를 수 있다.
□ 자료의 정리와 해석
[9수05-01]자료를 줄기와 잎 그림, 도수분포표, 히스토그램, 도수분포다각형으로 나타내고 해석할 수 있다.
[9수05-02]상대도수를 구하며, 이를 그래프로 나타내고, 상대도수의 분포를 이해한다.
[9수05-03]공학적 도구를 이용하여 실생활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표나 그래프로 정리하고 해석할 수 있다.
□ 확률과 그 기본 성질
[9수05-04]경우의 수를 구할 수 있다.
[9수05-05]확률의 개념과 그 기본 성질을 이해하고, 확률을 구할 수 있다.
□ 대푯값과 산포도
[9수05-06]중앙값, 최빈값, 평균의 의미를 이해하고, 이를 구할 수 있다.
[9수05-07]분산과 표준편차의 의미를 이해하고, 이를 구할 수 있다.
□ 상관관계
[9수05-08]자료를 산점도로 나타내고, 이를 이용하여 상관관계를 말할 수 있다.
앞에서 제시하고 있는 수학과 성취기준을 통해 알 수 있듯이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수학 교과 역량이 성취기준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여전히 학교수학에서 학생의 신체는 수동적이며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는 부차적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역량이라는 것은 교사의 일방적인 지식 전달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학을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해결 방법을 알고 있지 않은 문제 상황에서 수학의 지식과 기능을 활용하여 해결 전략을 탐색하고 최적의 해결 방안을 선택할 수 있는가? 수학적 사실을 추측하고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정당화하며 그 과정을 반성할 수 있는가? 타 교과나 실생활의 지식, 기능, 경험을 수학과 연결・융합하여 새로운 지식, 기능, 경험을 생성할 수 있는가? 수학 지식이나 아이디어를 말이나 글, 그림, 기호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이해할 수 있는가? 다양한 자료와 정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가? 수학의 가치를 인식하고 자주적 수학 학습 태도와 민주 시민 의식을 갖추어 실천할 수 있는가? 이런 수학교과역량의 요소들을 성취기준에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지식을 얻거나 기능을 숙달하기 위한 훈련과 노력이 배움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 자체가 배움은 아니라는 것이 역량의 본질적 의미이며 이는 발현주의의 관점이기도 하다. 역량이란 세계에 대한 입장을 갖는 것이다. 자신의 신체가 세계와 구조적으로 접속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세계에 대한 발언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제 역량으로서의 수학이 고대 그리스에서 어떻게 꽃을 피워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수학교육과 민주주의
“기원전 5세기 무렵 그리스를 무대로, 그때까지와는 이질적인 수학 문화가 꽃을 피운다. 계산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증명’으로 결과의 정당성을 보증하는 절차에 중점을 둔 수학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스 수학자들은 ‘어떻게’ 대답을 이끌어낼 것인가 하는 기술技術 이상으로 ‘왜’ 그 대답이 옳은지와 같은 이론에 매달렸다.” (33쪽)
이와 같은 수학의 분야를 일반적으로 ‘논증기하’라고 한다. 논증기하는 기원전 600년~200년경이라는 특정한 시기에 그리스라는 특정한 지역에서 탈레스로부터 시작하여 아르키메데스에 이르는 특정한 철학자들에 의해 태어나고 자라났다. 절대적 진리라 여겨지는 수학도 사실은 어떤 지역의 언어와 문화와 역사의 산물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들의 삶에 응답하기 위해 논증기하를 만들어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수학을 ‘세상을 이해하는 눈’으로 여겼다. 특히, 아테네 학당을 세운 플라톤Platon은 “수학은 철학의 정신을 만들고 영혼을 진리로 이끌어가는 학문”이라고 말하였다. 그리스 이전의 수학이 실용 중심의 수학이었다면, 그리스인들에게 수학은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탐구하여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었다.
우리 주변의 많은 사물들은 삼각형, 사각형, 원 등의 도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리스인들은 이러한 도형들의 근본적인 성질을 탐구하였다. 또한, 도형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왜 그런가?”, “다른 경우에도 그런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모든 경우에 항상 성립하는 원리만을 이론으로 인정하였다.
“수학을 사용해서 뭔가에 도움이 되려고 하는 의지는 배경으로 후퇴하고, 눈을 크게 뜨고 ‘수’와 ‘도형’이 만들어내는 세계를 ‘잘 보자’는 조용한 정열이 그리스 수학을 관통한다. 그러고 보면 ‘정리theorem’라는 말도 원래는 ’잘 보다‘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theorein’에서 유래했다.” (37쪽)
흔히 수학은 문제를 해결하는 학문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문제는 질문을 형식화한 것이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도, 중국, 그리고 그리스에 이르기까지 문명이 발생한 곳에는 어김없이 수학이 존재했다. 수학은 당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가 던진 질문이자 그것을 추론하고 의사소통하면서 해결해나간 산물이다. 그런데 이집트의 수학, 메소포타미아의 수학, 중국의 수학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그리스의 수학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리스인들이 추구한 수학이 단순히 지식과 기능의 습득을 넘어 좀 더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기 때문은 아닐까?
그리스는 당시 직접민주주의 사회였다. 토론과 논쟁이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산파술은 유클리드의 <원론Elements>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밑바탕이 되었다. 소크라테스가 산파술을 통해 논쟁의 상대방에게 접근하는 자세는 자신이 상대보다 더 모른다는 것을 전제하고, 기본적인 것부터 검토해 나아가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산파술을 통해 어떤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개념을 명료하게 만드는 것에 주목했다.
그리스 이래로 논증기하의 정신은 서양 문명에 깊은 영향을 끼쳐 왔다. 미국의 독립선언문이 그 예다. <원론>의 구성 방식을 따르고 있는 미국의 독립선언문은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공리에서 출발해 영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 뿐이 아니다. 뉴턴의 <프린키피아>, 스피노자의 <윤리학>,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등 많은 책들이 <원론>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유클리드의 원론이 수학을 넘어 서양 문명의 요소Elements로 자리 잡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구 민주주의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의 헌법 제1조만 봐도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공준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모든 법이 단순한 나열이 아닌 계열성을 갖고 있고 상위법이 있다는 것이 그 예이다. 그러니 민주주의 사회에서 수학을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는 것 이상이다.
오카 키요시
“‘수학이란 무엇인가?’, ‘수학에 있어서 신체란 무엇인가?’를 묻는 나의 탐구의 원점에슨 오카 키요시라는 수학자와의 만남이 있다.” (119쪽)
모리타 마사오는 자신이 ‘수학하는 신체’라는 아이디어를 얻게 된 계기이자 자신의 수학적 여정의 근원으로서 오카 키요시에 대하여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오카 키요시는 교토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의 조교 신분으로 3년간 프랑스로 유학한다. 유학기간 중에 ‘줄리아 집합’으로 유명한 줄리아Gaston Maurice Julia와 교류하면서 다변수해석함수론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줄리아 집합: 줄리아 집합 주어진 복소수 c에 대해서 점화식 zn+1 = zn2 + c에 따라 정의된 수열이 발산하지 않는 성질을 갖도록 하는 복소수 z의 집합으로 정의된다.
줄리아Gaston Maurice Julia: 프랑스령 알제리아에서 출생, 1차대전에 참전하여 부상, 코를 잃고 일생 코부분을 가리고 살았다. 파리 고등사범학교에서 훔베르와 에밀 피카드를 공동지도교수로 박사학위, 1918년 그가 25세때 발표한 199쪽에 달하는 논문 <유리함수의 반복시행>에서 줄리아는 어떤 함수의 함숫값을 다시 원래의 함수에 입력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시행할 때 결과가 발산하는지 아니면 어느 값에 수렴하는지에 관심을 가졌다. 이 논문은 출판 직후 프랑스학술원 대상을 받기도 하였으나 그 후 오랜 동안 잊혀져 있다가 컴퓨터의 발전으로 인한 프랙탈 기하학의 출현으로 다시 관심을 끌게 되었다.
다변수해석함수론의 시대적 배경에 대해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미적분이 발견된 직후 미적분과 미분방정식에서 서로 달라 보이는 현상들이 복소변수를 사용할 경우 일관적으로 설명된다는 사실이 수학자들 사이에 점차 인식되고 있었다. 이를테면 뉴턴의 제자였던 코츠Roger Cotes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관찰하였다.
1740년대에 오일러Leonhard Euler는 이미 한 세대 전에 있었던 (1)의 재발견에 지나지 않는
를 발표하였고 이를 이용하여 모든 초등함수elementary function를 복소변수로 확장하면서 수많은 공식들을 발표하게 된다. 이렇게 하여 복소변수 함수의 미적분학, 즉 다변수해석함수론이 시작되었다.
오카 키요시는 1932년에 일본으로 돌아가 히로시마 문리과대학의 조교수가 된다. 그리고 1934년에 벵케H. Behnke와 툴렌P. Thullen의 <Theorie der Funktionen mehrerer komplexer Ver¨anderlichen>이 출판되자 이 책에서 미해결문제로 소개하고 있는 쿠쟁의 문제와 레비의 문제 등 다변수해석함수론의 근본적인 문제들에 도전한다. <수학하는 신체>에서 모리타 마사오는 ‘하르톡스Hartogs의 역문제逆問題’로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쿠쟁의 문제나 레비의 문제가 나오게 된 시초로 보면 된다. 오카 키요시는 일생에 단 10편의 프랑스어 수학논문을 썼지만 이를 통해 다변수해석함수론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오카 연접성정리 Oka’s coherence theorem, 오카 원리Oka principle 등이 여전히 다변수해석함수론의 주요 이론으로 소개되고 있다.
Theorie der Funktionen mehrerer komplexer Ver¨anderlichen: 영역하면 Theory of the functions of several complex different ones. 즉 ‘복잡한 여러 가지 함수의 이론’을 의미한다.
니콜라 브루바키Nicolas Bourbaki
니콜라 부르바키는 20세기에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한 수학자들의 단체가 사용한 가명이다. 부르바키의 회원들은 1935년부터 현대 수학을 집합론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저술 활동을 시작, ‘니콜라 부르바키’라는 이름으로 책을 발표했다. 그들의 저술은 최대한의 엄밀성과 일반성을 추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모리타 마사오는 시몬 베유Simone Adolphine Weil의 오빠이기도 했던 앙드레 베유André Abraham Weil와 오카 키요시가 일본 나라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자리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앙드레 베유가 오카 키요시에게 ‘수학은 0에서부터’라고 말하자 오카 키요시가 ‘0까지가 중요하다’고 맞받아친 것에 대하여 부르바키류의 추상화보다는 바쇼의 하이쿠를 닮은 오카 키요시의 수학 – 일본의 마음 - 이 좀 더 인간적이 아닌가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시몬 베유Simone Adolphine Weil: 프랑스의 철학자. 평생을 사회주의와 노동운동에 헌신했다.
그러나 나는 다른 시각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프랑스의 소장파 수학자들 상당수가 희생되고 만다. 자국의 수학 엘리트들을 보호한 독일과 달리 공화국의 전통이 강한 프랑스에서는 많은 수학자들이 전쟁에 참전했다가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수학 강국이었으나 이와 같은 시대적 상황 속에서 힐베르트를 수장으로 한 독일 수학계에 선두자리를 내주고 만다. 힐베르트David Hilbert는 수학이 공리계를 통한 수식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형식주의의 입장에서 수학의 기초를 다시 놓는 작업을 벌이며 당시의 수학계를 선도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당시 프랑스의 신진 수학자였던 앙드레 베유를 중심으로 결성된 비밀 수학 연구 집단이 바로 부르바키이다. 부르바키는 현대 수학의 대부분을 자기 완비된 형태로 정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수학 원론Éléments de mathématique〉을 저술한다. ‘러셀의 역설’로 인한 논리주의의 실패와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로 인한 형식주의의 실패 속에서 부르바키는 매우 실용적으로 접근을 한다. 논리주의와 형식주의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집합론의 공리계는 여전히 모든 수학을 건설하는 데 바람직한 기초로서 여겨졌다. 이에 부르바키 학파는 집합론을 버리지 않고 적절한 공리들을 취사선택하여 수학의 복잡한 내용을 공리적 체계로 될 수 있는 한 명쾌하게 재현시키려고 하였다. 모두라고 할 수는 없으나 대단히 많은 분야에서 일반적인 공리적 체계를 세움으로써 수학의 언어를 표준화하였다. 이로서 수학은 집합론으로부터 시작하여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일반적인 것에서 특수한 것으로 계층적인 구조를 지니게 되었다. 20세기를 풍미한 구조주의가 탄생한 순간이다.
당시 부르바키가 써낸 책들은 상당수가 그 분야에서 표준 참고서적으로 자리 잡았으며 ‘새수학’이라 일컬어지는 수학교육 현대화 운동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세기 초반의 서구사회는 1,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하여 서양문명의 기반이 뿌리 채 흔들리고 있었다. 서양문명의 요소였던 수학 역시 절대주의의 관점이 무너지고 있었다. 어쩌면 앙드레 베유는 양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유럽의 재건과 수학기초론으로 대표되는 수학의 재건 그리고 전쟁으로 피폐해진 프랑스 수학계의 재건이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수학은 0에서부터”라고 말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앙드레 베유가 군론group theory을 이용하여 레비스트로스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의 친족의 기본 구조를 입증하는데 기여를 한 점이나 부르바키의 핵심 멤버이자 후에 대수기하학 분야에서 당대 수학계를 선도하게 되는 알렉산더 그로텐디크Alexander Grothendieck가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때 반전시위의 일환으로 하노이 근교에서 수학세미나를 연 것, 또 은퇴 후 프랑스 남부의 농촌에서 농사로 소일하면서도 급진 좌파와 평화주의자로서 정치적 행동을 이어간 것 등을 보면 부르바키류의 추상이 곧 신체와는 절연된 현실세계와의 단절을 의미한다고 단정 짓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수학교육을 위한 변명
“수학이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는가? 수학은 대학을 가기 위한 도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인생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게다가 학생들에게 환영받지도 못하는 수학을 모든 학생들이 공부하게 하는 것은 크나큰 낭비이자 손실이다. 앞으로의 수학교육은 우리의 삶에 무언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와 같은 주장에 많은 이들이 동조하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생각보다 그 역사가 매우 깊다. 1952년 10월부터 1955년 6월까지 3차례에 걸쳐 미국교육사절단American Educational Mission이 내한하여 교원재교육, 교원양성교육, 교육연구활동, 교육과정 제정 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특히 제3차 교육사절단(1954.9~1955.6)은 교육과정 분야를 다루면서 약 1년간의 활동 결과를 <교육과정지침>(서명원 역, 1956)이라는 보고서에 담아냈다. 이 보고서에는 한 교실의 수학 수업을 관찰한 결과를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심한 긴장 속에서 교사가 칠판에 적은 내용을 ‘광적으로—물론, 이따금씩 틀리게—노트에 베끼고 있다. 왜 이 아이들은 긴장해서, 광적으로 그것을 베끼고 있는가? 수학의 의미를 배우기 위하여, 수학의 힘을 음미하기 위하여, 수학의 미를 감상하기 위하여 그렇게 하는가? 아니다. 외우기 위해서다. 어째서 외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의미 있는 수학을 배우기 위해서인가? 아니다.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다.”
뒤이어 이 보고서는 ‘한국에 필요한 수학 내용은 어떤 것인가’를 묻고, 그것에 대하여, 현대 국가의 시민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산술 이외에, 주로 농업, 공업, 임업에 응용되는 내용이라는 대답을 하고 있다. 그러한 내용의 예로서 보고서는 배나무에 농약을 뿌릴 때에 계량을 하고 백분율을 구하는 데 필요한 것과 일정한 면적에 심을 나무의 수를 계산하는 데에 필요한 것을 들고 있다. 이러한 필요에 비추어 보면 한국의 고등학교에서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미적분을 가르치는 것은 확실히 ‘시간과 돈과 정력의 낭비’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가? 농업, 공업, 임업만 ‘4차 산업혁명’으로 바꾸면 지금의 상황과 매우 흡사하지 않은가?
그런데 사실 미국교육사절단 주장을 좀 더 불온한 관점 – 제국주의적 동질성 – 에서 바라보면 이는 일제가 조선인들에게 적당하다고 생각했던 교육과 정확히 일치한다. 일제는 조선인은 수학이나 과학보다는 ‘실과’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과교육을 빙자하여 수업시간에도 텃밭을 가꾸게 했다. 조선인에게는 고등교육 기회를 주지 않은 반면, 일본인들에게는 아주 긴 교육과정, 수학과 과학에 대한 충분한 강조, 실용성보다는 사유와 논리의 발달에 초점을 맞춘 커리큘럼을 제공하였다.
한편 ‘수학의 쓸모’에 대한 주장은 ‘대학의 쓸모’에 대한 주장과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다음 문장을 보라. ‘수학’이라는 단어를 살짝 ‘대학’으로 바꿨을 뿐인데 전혀 어색하지 않다.
“대학이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는가? 대학은 기업에 취업하기 위한 도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인생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게다가 학생들에게 환영받지도 못하는 ○○학을 모든 학생들이 공부하게 하는 것은 크나큰 낭비이자 손실이다. 앞으로의 대학교육은 취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대학University은 보편성universality을 추구하는 공간이다. 우주universe의 기원을 탐구하는 일만큼 쓸모없는 일이 없을 것이다. 보편성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학문이 바로 수학mathematics이다.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자신의 논문 「근대과학, 형이상학, 수학」(1962)에서 “나는 자연의 어떤 특정한 법칙에 관해서는 수학이 발견되는 것만큼이나 진정한 과학도 발견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바이다.”라고 말한 칸트를 인용하면서 “현대 과학은 수학적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모리타 마사오의 <수학하는 신체>에도 나오듯이 ‘mathematics’라는 말은 복수명사인 그리스어 ‘tà mathémata’에서 유래하였는데 하이데거는 tà mathémata의 의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수학이라는 단어는 그리스어의 표현인 tà mathémata에서 유래하였다. 이는 배울 수 있는 동시에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manthanein은 배움을 뜻하고 mathésis는 가르침을 뜻한다. 이는 이중적 의미이다. 우선 그것은 공부하는 것과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나서 그것은 법칙이 가르쳐주는 것을 의미한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In its formation the word mathematical stems from the Greek expression tà mathémata, which means what can be learned and thus, at the same time, what can be taught; manthanein means to learn, mathésis the teaching, and this is a twofold sense. First, it means studing and learning; then it means the doctrine taught.
아울러 하이데거는 “수학 그 자체는 단지 수학적인 것의 특별한 형식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tà mathémata는 “배울 수 있는 동시에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것”을 나타낸다. 다시 말해 수학을 한다는 것을 공부를 하는 행위 그 자체로 본 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이라면 배워야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수학인 것이다.
그러니 수학교육의 위기는 곧 교육의 위기와 동의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이 학교를 마치고 학원으로 갈 때, 부모는 맞벌이를 하고 투잡을 하고 야근을 한다. 학생은 과잉 학습, 부모는 과잉 노동에 시달리는데 그것이 삶의 성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현실.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에 대하여 생각할 여유가 없는 사회. 아니, 물음 자체를 용인하지를 않는 사회.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농구실력으로 대학을 가는 나라가 있다.
그 나라에서는
정해진 시간 동안 골을 제일 많이 넣은 학생이
농구 실력이 가장 좋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모든 학생들이
12년 동안 오로지
농구 골대 앞에서 골 넣는 연습만 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로봇처럼 자유투를 잘 넣는다고
최고의 농구선수는 아니지 않은가
승리를 위한 전략도 필요하고
동료선수들과의 의사소통도 필요하다
경기의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홀로 골대에 골만 넣는 게
농구는 아니지 않은가
농구는
함께 하는 거니까
즐기는 거니까
12년 동안
골대만 바라보고 공만 던지다 보니
농구가 뭔지를 잊은 나라
농구민국의 비극
- 윤상혁, <농구민국의 비극>
다시, 수학하는 신체의 의미를 생각한다. “가만있어. 조용히 해. 여기 봐라. 자리에 앉아.” 신체를 소거하는 교실 속의 언어를 떠올린다. 신체의 복원. 그것은 주입식・암기식 교육의 탈피에 다름 아니다. ‘앎’이 ‘함’이 되고 ‘함’이 ‘삶’이 되는 교육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수학의 쓸모를 말하기 전에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수학을 한다는 것 속에 삶의 본질과 직면하겠다는 의지가 함께 해야 하는 까닭이다. ‘앎’과 ‘삶’이 ‘함’에 의해 서로를 변화시키는 것. 그것이 지식으로서의 수학을 넘어 행위로서의 수학으로 나아가는 길이 아닐까.
다시, 수학하는 신체의 의미를 생각한다. “가만있어. 조용히 해. 여기 봐라. 자리에 앉아.” 신체를 소거하는 교실 속의 언어를 떠올린다. 신체의 복원. 그것은 주입식・암기식 교육의 탈피에 다름 아니다. ‘앎’이 ‘함’이 되고 ‘함’이 ‘삶’이 되는 교육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수학의 쓸모를 말하기 전에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수학을 한다는 것 속에 삶의 본질과 직면하겠다는 의지가 함께 해야 하는 까닭이다. ‘앎’과 ‘삶’이 ‘함’에 의해 서로를 변화시키는 것. 그것이 지식으로서의 수학을 넘어 행위로서의 수학으로 나아가는 길이 아닐까.
텍스트 비평 No. 08
모리타 마사오(2016). 수학하는 신체. 에듀니티.
참고논문
David A. Reid(2002). Conjectures and Refutations in Grade 5 Mathematics. Journal for Research in Mathematics Education
이홍우(2005), 교육의 근본: 그 말살과 회복. 도덕교육연구.
소경희(2007). 학교교육의 맥락에서 본 ‘역량’의 의미와 교육과정적 함의. 교육과정연구.
윤현진 외(2007). 미래 한국인의 핵심역량 증진을 위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비전 연구(I): 핵심역량 준거와 영역 설정을 중심으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박교식(2008). 한국어 수사의 어원에 관한 수학사적 조망: 하나에서 열까지. 한국수학사학회지.
한종규(2016). 쿠쟁문제와 층(sheaf) 코호몰로지, 그리고 ∂대역적 복소해석학의 초기역사. 대한수학회소식 제168호.
김현경(2017). 12년이면 충분할까. 한겨레 2017년 2월 16일자.
참고도서
교육부 고시 제2015-74호 [별책 8] 수학과 교육과정.
브렌트 데이비스(2014). 복잡성 교육과 생태주의 교육의 계보학. 씨아이알.
온정덕 외(2016). 역량 기반 교육과정의 이해와 설계. 교육아카데미.
참고사이트
http://blog.naver.com/ycyahng/40120918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