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지수와 수학교육혁신
변진경(2020).「우리들의 ‘방역 방심’ 수학 모델링은 알고 있다」 시사인 676호.
닉 폴슨, 제임스 스콧(2020). 『수학의 쓸모: 불확실한 미래에서 보통 사람들도 답을 얻는 방법』더 퀘스트.
AIQ: Artificial Intelligence Quotient
시카고대학교 부스경영대학원 계량경제학 및 통계학 교수 닉 폴슨과 텍사스대학교 통계학 부교수 제임스 스콧이 함께 쓴 『수학의 쓸모』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원제는 『AIQ: How Artificial Intelligence Works and How We Can Harness Its Power for a Better Worl』이다. 즉, '인공 지능의 작동 원리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그 힘을 활용할 수있는 방법' 정도가 되겠다. IQ(지능지수)가 아닌 AIQ(Artificial Intelligence Quotient; 인공지능지수)를 말한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그렇다면 저자들이 말하는 AIQ의 핵심요소는 무엇일까? ①확률과 통계, ②변동성, 그리고 ③알고리즘이다.
이와 관련하여 <시사IN> 676호에서 변진경 기자가 쓴 「우리들의 '방역 방심' 수학 모델링은 알고 있다」라는 기사를 보면, 이 세 가지 요소가 무엇을 의미하여 실제 세계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대략적인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이 기사에 따르면 건국대학교 수학과 정은옥 교수팀은 코로나19의 추이를 수학적으로 분석 및 예측했는데, 여기서 사용된 방법을 일반적으로 '수학 모델링'이라고 한다. 수학 모델링은 '수학 모델' - 자연 현상과 인간이 창조한 시스템을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언어 - 을 기초로 하여 수학적 추론을 하고 결과를 현실 상황에서 재해석하는 전 과정을 말한다. 수학적 모델링은 미래를 예측하는 중요한 기법의 하나로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조절하는 것도 수학적 모델일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참고] 건국대학교 수학과 정은옥 교수팀은 코로나19의 추이를 수학적으로 분석 및 예측했다. 연구진은 대한민국 인구집단을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 집단으로 나누었다.
- 감수성군(비감염자이지만 감염 가능성이 있는 집단)
- 감염 노출군(잠복기 상태 혹은 타인 전파 가능성이 없는 바이러스 감염군)
- 감염 환자군
- 회복 환자군
- 행동변화 감수성군
여기서 행동변화 감수성군은 감수성군 중에서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대면모임 줄이기 등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행동을 실천하는 집단을 의미한다. (아래기사 참고)
수학의 쓸모: 미래를 예측하고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이 책에서 말하는 AIQ는 무엇일까? 적극적 의미의 AIQ가 주어진 데이터들을 활용하여 미래를 예측해 내는 것이라면 소극적 의미의 AIQ는 이러한 예측 결과들을 해석하고 성찰하여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들이 생각하기에 수학적 사유와 개념틀 - 특히, 확률과 통계, 변동성, 알고리즘 - 은 인공지능을 이해하는 데 핵심이 된다고 파악한 것 같다. (어찌보면 이는 당연하다. 인공지능의 역사는 수학자 앨런 튜링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역자는 책의 제목을 원제와는 달리 '수학의 쓸모'라고 했다. 아마도 수학은 쓸모 없는 학문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반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수포자' 논란을 의식했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사실은 수학이 얼마나 우리의 삶에 쓸모가 있는지 알려주고 싶었으리라.
그러나 수학이 이토록 쓸모있다고 말하는 것과 학교수학의 쓸모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대한민국 수학과 교육과정을 이루는 요소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이 내용을 왜 배워야하지?'라는 질문이 선행되어야 한다. 적어도 초중등교육과정에서 수학이라는 학문에 특권적인 지위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특권의식이 수학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반지성주의를 낳는 토양이 된다. 대한민국 초중등교육은 교육기본법이 규정한 교육이념을 기반으로 한다. 대한민국 헌법의 정신에 따라 학교는 단순히 수학을 가르치는 곳을 넘어 민주적인 시민을 키워내고 그들이 삶을 일궈낼 수 있도록 궁리하는 시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성찰 없이 단지 '학생들을 재미있게 가르쳤는가' 또는 '성취기준에 적합한 문제를 냈는가?'와 같은 협소한 주제에만 매달려서는 '수학의 쓸모'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지기만 할 것이다.
이 책을 쓴 닉 폴슨과 제임스 스콧은 통계학과 교수다. 나는 우리나라 학계에서 수학과 통계학이 어떤 학문·정치적 지형을 이루고 있는지 모른다. 사실 관심도 없다. 수학교육자들은 '학교수학'의 입장에서 수학교육철학, 수학교육사회학, 수학교육심리학의 기반을 넓혀나가야 한다. 초중등 수학교육을 논하는 자리에 수학자들이 필부와 다름없는 평이한 교육적 식견으로 대학민국 수학교육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고 씁쓸하다. 무엇보다 과학과 공학에 치우친 수학교육을 사회과학 영역과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특히 확률과 통계 분야의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차기 교육과정에서는 좀 더 실생활과 연관된 통계 교육과정을 고민했으면 한다. 적어도 신문과 방송에서 다루는 통계 데이터들을 해석할 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