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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네 Apr 22. 2016

우리엄마 슬픈 날

2014.12.6

집에 왔다.
엄마도 있고, 외할머니도 있다.


우리 엄마는 너무 어린나이에 '급사'라는 이름으로 아버지라는 존재를 잃었기 때문에, 그것이 천추의 한이 되었는지 내가 어릴 때부터 늘 엄마 본인의 갑작스러울지 모를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해 왔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큰 병원에서 오랜기간 일을 하면서 사람이 죽는다는것이 얼마나 쉽고 갑작스러운지를 엄마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엄마는 아주 어릴 때부터, 언제 무슨일이 생길지 모른다는말을 하며 사소한 것 부터 알려주고 가르쳤다.


'나중에' 엄마아빠 없이 너희끼리 남았을때는
'나중에' 커서 시온이가 이런 부탁을 했을 때
'나중에' 니가 시집을 가면 어른들께는 이렇게 해야하는게 맞고
'혹시나'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혹시나' 사고를 쳤을 땐 혼날 걱정 하지말고 바로 얘기하라고
'혹시나' 엄마아빠가 사고로 갑자기 죽게되면-


이런식으로 아주 사소한 것 부터, 사고났을 때 대응하는법, 내 명의로 되어있는 보험과 펀드 청약저축, 여러가지 계약하는법, 장례 후 일 처리 해야하는 방법까지 전부 알려주기 바쁘다. 아빠는 그런 엄마에게 영향을 받아서인지 지금은 더 하면 더 했지 절대 덜하지 않다.
이렇게 나나 시온이는 어릴 적부터 엄마아빠가 없을수도 있는 인생에 대해서 늘 상시 대기하는 태도로 살아왔고 우리 엄마는 그래야만 마음이 놓이는 듯 했다. 아주 어렸을때는 그런말을 들으면 엄마가 없다는 사실에 겁먹어서 그런말 하지말라며 울먹이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나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외할머니에게 많은것이 답답하다.


평생을 건강했던 할머니가 점점 수술을 하게되고, 집을 정리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부터 엄마는 남은 날들에 대한 준비해야한다고 늘 얘기하지만 할머니는 원체 타고난 성정이 그런 성정이 되질 못한다.

나중에 할머니가 쓰러져서 자식들이 모였을때는, 자식들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거나, 주변을 정리하기에 이미 늦다는 것이 엄마의 말이다. 할머니는 그럴 일 없다며 병도 없는데 그렇게 갑작스레 죽을리가 없다고 한다. 엄마는 그런 할머니의 생각에 답답해 죽는다.


엄마가 할머니에게 이렇게 채근을 하는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긴하다.
할머니는 워낙에 옛날 분이시라 장남이자 외아들인 외삼촌을 유독 더 예뻐라 하셨는데 엄마는 그게 여지껏 화가 난다. 할머니한테 지극정성으로 오랜시간동안 희생하고 헌신했던 다른 이모들을, 이제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이때만큼이라도 더 생각해서 그 동안 우리 딸들 수고했다고 이모들에게 말 한마디 해주기를 바라고있다.


그렇게 두시간이나 엄마가 할머니에게 했던 딸들도 예뻐해달라는 신신당부는, 결국 할머니의 반복되는 외삼촌의 아들 요셉이 이야기로 산산조각이 났다.


엄마를 위로해주러 오늘은 엄마랑 같이 자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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