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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네 Apr 22. 2016

뜻 밖의 저녁식사

2015.4.8 한남동

우리는 사실 전시회를 가겠다고 나선건데, 찰나의 허기짐을 이기지 못하고 전시회는 뒤로 미룬 채 저녁을 먹으러 들어갔다.

작년 여름 즈음부터 나는 조급하게 지내왔다. 당장 눈 앞의 입시에 대한 불안감에서부터, 조금 더 우위에 있고싶고, 조금 더 잘하고 싶은 그 마음이 나를 조급하게 만들어서 늘 나에게만 시간을 투자하느라 주변 사람들을 많이 차단한 채로 시간이 지난 것 같다. 당분간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포기하자, 그러자 마음먹은 순간부터, 이 기회로 인해 한 차례 사람들이 걸러지겠거니 생각했다. 애써 붙잡지도 말고 시간이 흐르는것에 따라, 그리고 물 흐르듯, 나중에 내가 자리를 잡고나면 남아있을 사람은 남아있겠지_ 하는 별거아닌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이상하게도 많은 약속들이 잡힌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게 주변의 사람들이 그리웠다. 우연인지 그리웠던 사람들과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함께 시간을 보낼 일이 이렇게 생겼다. 거의 이렇게 사람들과 (나혼자)거리를 둔 채로 지낸것이 거의 일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그들은 여전히 나를 걱정해주고, 사랑해주고, 누구보다도 날 잘고 있었다. 나 혼자 공부하고 나에게만 시간을 쏟는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걸 이날 짧고 짧은 저녁식사를 통해 느꼈다.

결국 정말 말대로 짧은 저녁식사가 되었다.
해야 할 일이 남아서 내가먼저 일어나자고 말하는 것이 너무 미안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살면서 먼저 '일어나자'고 말 해 본 적이 손에 꼽는다. 그런 내가 일어나자고 말했으니 미안함이 하늘을 찔렀다.

예전에 읽은 책 중에서,
'신이 인간에게 복을 줄 때는, 그 주변 사람을 통해서 복을 준다'라는 글귀를 봤었는데 그 말을 정말 실감했다. 내가 실제론 내색하지 못하지만, 나에겐 한 명도 빠짐없이 너무 귀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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