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알못‘도 할 수 있다, 참 쉬운 깍두기 레시피

겨울무로 담그는 깍두기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

by 치유의 통로


겨울을 사랑하게 된 나만의 특별한 이유가 생겼다. 넘치도록 풍성한 겨울무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무‘는 나의 관심사가 전혀 아니었다. 마트에 가면 늘 산처럼 쌓여 있는 무를 봐도 별 감흥이 없어 그 동안 접근할 일이 거의 없었다. 어쩌다 한 번 구입하더라도 절반 이상은 결국은 소비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때가 많았다. 무가 몸에 좋다는 것은 알았지만 가까이 하기엔 왠지 부담스러운 그 육중한 부피와 아린 맛이란... 그러나 무가 깍두기로 변신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아삭아삭, 새콤달콤 시원한 맛은 오직 깍두기로만 느낄 수 있는 고유한 것이다. 게다가 달큰하고 단단한 겨울무로 담근 깍두기는 별미가 따로 없다. 김치로 변모하는 순간, 그것은 몸에 좋은 보약 같은 무를 맛있게 충분히 섭취하는 좋은 방법이 된다.


김치 중에서도 깍두기는 담그기가 어렵지 않은 축에 속한다. 과정도 복잡하지 않고 걸리는 시간도 짧은 편이다. 대략 3시간 정도면 내 입맛에 맞는 취향저격 깍두기를 양껏 만들어낼 수 있다. 먼저, 좋은 무를 고르는 방법. 윗부분 푸른색의 면적이 많은, 햇볕을 듬뿍 받은 영양가 있는 무를 고르면 재료 선택은 일단 성공이다. 한 개만 담가도 일주일 내내 먹을 분량이 나온다. 깍두기의 크기는 가로 세로 2cm 정도로 썰면 된다. 설렁탕 집에서 내주는 것처럼 큼직한 것을 좋아하는 경우 면적을 더 넓게 해도 무방하다. 단, 두께는 2cm 정도가 식감이 좋다. 썰린 무에 굵은 소금을 팍팍 쳐서 골고루 버무린 후 방치. 절이는 과정이다. 약 2시간이 적당하다. 절임에 실패하면 무가 물러지니 인내심을 가지고 시간을 준수하는 것이 좋다. 다 절여진 신호로 흥건하게 물이 나와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무를 물에 씻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무의 단맛이 유실된다. 그대로 물기만 최대한 제거하여 양념에 버무릴 준비를 한다.


양념에 들어가는 재료로는 고춧가루 1/2컵, 마늘 2스푼, 생강 1/2스푼, 대파 잘게 썬 것 한 주먹, 멸치액젓 1/2컵, 풀죽 1/2컵. 대강 이 정도로 배합하면 깍두기스러운 비주얼과 맛이 날 것이다. 싱겁다 싶으면 액젓을 더 추가하면 된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계량을 특정할 수 없음을 양해 바란다. 보시다시피 설탕은 들어가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이 레시피가 주력하는 점으로서 깍두기가 약이 될 수 있는 지점이다. 그래서 갓 담갔을 때는 짭쪼름한 맛이 주를 이룰 것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발효의 과정을 거치며 재료들끼리 서로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가운데 자연이 주는 특유의 달큰한 맛이 날 것이다. 물론 겨울무 자체에서 나는 단맛이 그것을 상당 부분 보장해준다.


여기까지가 사람의 손이 할 일이었다. 이제부터는 철저히 자연이 일한다. 사람이 하는 것보다 훨씬 흥미진진하면서도 매력적이라고 할 만한 일들이 일어난다. 만일 절임 과정부터 제대로 된 깍두기라면 새콤달콤한 맛에 더해 하루 이틀 지날수록 곰삭은 구수한 맛이 나는 것에 놀랄 것이다. 구수한 것이라고는 애초에 넣은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이것은 자연이 선물해주는 보너스 같은 것이다. 이쯤되면 드디어 맛있는 깍두기를 온전히 소유하게 된 것인데 갑자기 부자라도 된 듯한 풍족함이 밀려온다. 그 느낌 그대로 지금부터는 다음 번 깍두기를 담글 때까지 즐길 일만 남았다. 만약 이 모든 과정을 만족스럽게 겪는다면 아마 깍두기가 전부 바닥 나기도 전에 새로 무를 사러 달려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