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명절이다. 명절엔 음식이 빠질 수 없다. 평소엔 맛보지 못했던 별미들이 가득한 기간이다. 전국적으로 방방곡곡 집집마다...
전국민의 건강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맛은 있다손치더라도 건강에는 이롭지 못한 온갖 기름진 것들이 위장으로 들어간다. 벌써부터 후유증이 우려된다...
물론 나는 먹지 않는다. 다른 식구들이 먹는 것을 먹지 않기 때문에 내가 먹을 음식은 손수 준비한다. 평소와 거의 다를 바가 없다. 여전히 샐러드를 주로 먹는다. 이번에는 먹는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작은 변화들을 시도해봤다.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그 동안 샐러드 드레싱으로는 올리브유과 소금을 주로 사용했는데 이번엔 안 먹던 치즈가루를 뿌려봤다. 샐러드 가게에 가면 뭔가 짭쪼름하고 고급스런 치즈가 뿌려져 나오는데 대체 저건 뭘까... 항상 동경해왔다. 뿌리고 안 뿌리고가 비주얼이 하늘과 땅 차이라고나 할까. 인터넷에서 드디어 비슷한 걸 발견하고 사봤다. 물론 건강에는 안 먹는 게 더 좋겠지만 성분표를 보니 유해 물질이 딱히 안 보여서 시도해봤다. 역시 안 뿌렸을 때보다 맛있어서 샐러드가 술술 넘어간다. 샐러드 먹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더니... 모양새도 꽤 그럴 듯해보인다.^^ 유제품은 유해물질 따지기 전에 그 자체가 이미 백해무익한 것으로서 지양하려 하나 이 정도는 내 간이 해독해주기를 바라면서... 오장육부에게 욕을 먹으면 안 되니 물론 자주 먹으면 안 되겠다. 가끔... 아주 가끔만 허용하는 걸로.
이것은 좀 특별한 시도로서 드디어 손수 드레싱을 만드는 길에 입문을 하게 된 샐러드다. 샐러드 재료는 간단하나 여기서는 드레싱이 포인트다. 견과류를 활용한 것인데 물론 드레싱에 들어가는 재료도 대부분 생식이기 때문에 질 좋은 영양을 보충해준다. 시중에 파는 드레싱은 원가에 비해 가격도 비싸지만 재료의 출처도 유기농이거나 무농약일리도 없겠거니와 첨가물 범벅이어서 도저히 사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그 동안 주로 간단히 올리브유에 소금만 뿌려 먹었던 것이다. 이번 연휴를 활용하여 직접 만들어보니 풍미도 좋고 건강에도 좋아 아주 그만이다. 드레싱 없이 대충 먹을 때보다 뭔가 전체적으로 간이 맞으면서 소화 흡수도 더 잘 된다. 그 동안 샐러드 먹는 맛이 거기서 거기였다면 뭔가 특별한 요리를 먹는 느낌이다. 샐러드 주재료는 그대로이면서 단지 드레싱에만 변화를 줬을 뿐인데 드레싱의 존재감이 이토록 큰 줄은 처음 알았다. 샐러드 먹는 시간이 언제 오나 자꾸만 기다리게 된다.
또 다른 드레싱을 개발하여 활용한 샐러드다. 간장을 메인으로 한 드레싱인데 샐러드의 주재료는 양배추와 사과다. 드레싱 없이 먹는 양배추 사과 샐러드는 참 애매한 맛이다. 먹었다고 할 수도 없고 안 먹었다고도 할 수 없고, 몸에 좋은 건 알겠는데... 뭔가 손이 안 가는 그런 샐러드였다. 그런데 이번에 드레싱을 뿌려놓으니 완전 딴판이 되었다. 양배추 사과 샐러드가 이렇게 구미가 팍팍 당기는 샐러드였는지 처음 알았다. 드레싱 덕분에 이건 뭐 샐러드의 재발견이다. 간장에 이것저것 내 입맛에 맞을 때까지 재료들을 섞어서 최종 완성을 했다. 간장은 맛이 강해서 그 강한 맛을 꺾어줄 만한 결정적 한 방이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드레싱이 되었다. 사과 양배추 샐러드를 먹을 때의 애매함이 이 드레싱 하나로 완전히 사라졌다. 사과 한 봉지를 새로 사러 내 발이 저절로 마트로 가고 있었다.
보통 명절에 많이 먹는 잡채. 단짠단짠의 대명사. 나도 잡채를 무지 좋아한다. 냄새만 맡아도 내 위장이 꿈틀거린다. 그러나 일반적인 잡채를 나는 먹지 않는다. 생채식을 하는 내 입장에서는 예외적인 메뉴로, 화식이자 일종의 초가공식품(?)인 잡채. 명절 기념(?)으로 만들었을 뿐 평소엔 먹는 일이 없다. 일단 내가 먹는 잡채에는 고기가 들어가지 않아야 하며, 재료들이 너무 팍 익어도 안 된다. 생것을 굳이 익힐 필요가 없다. 뜨거운 김에 약간의 숨만 죽이는 식으로 해도 영양 파괴를 최소화하면서 고유의 풍미를 오히려 더욱 느낄 수 있다. 잡채에 쓰이는 당면도 출처와 성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유기농 당면을 공수해오려고 일부러 멀리까지 출타하고 왔다. 간장에 첨가물이나 밀이 들어가면 안 된다. 절대적으로 무설탕이어야 한다. 천연당으로만 단맛을 내야 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기름으로 가열 조리하면 절대 안 된다. 다른 건 몰라도 기름 조리한 음식은 1급 발암물질로서 절대 내 식도를 넘어갈 수 없다. 까탈스런 시어머니 같은 내 입맛을 만족시켜줄 잡채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시어머니 손수 만들어드시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만들게 된 채식 잡채다. 내 입맛에는 딱이어서 잡채에 얼굴을 거의 파묻고 먹었다. 기름은 완전히 조리된 이후 먹기 직전에 뿌리면 유해물질이 생기지 않으면서 생기름의 은은한 향을 느낄 수 있다. 남들 보기에는 잡채 하나 만드는 데 이게 무슨 중노동인가 싶을 수도 있겠으나 하나하나 따져가며 음식을 만드는 게 내겐 모종의 기쁨을 준다. 재미있으니까 하지 억지로는 못한다. 따지면 따질수록 건강해진다고 생각하니 그게 참 재미가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챙기고 있다. 이런 것 하나만 보더라도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삶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말릴 수 없나 보다. 조물주는 사람에게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다고 하지 않던가.
이밖에도 자체 개발한 여러 레시피들이 있지만 일단 여기까지 소개해봤다. 워낙 요리를 좋아했는데 생채식 생활로 들어서면서 요리는 남의 일이 되었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생채식에도 요리하는 즐거움이 있다. 어떻게 하면 생채식을 더 즐길 수 있을까. 그거야말로 건강도 챙기는 일석이조인데... 그러다보니 자고 일어나면 생채식 요리에 대한 새로운 영감이 떠오른다. 늘상 먹는 생채식에도 변화를 주니 더욱 즐겁고 기꺼이 생채식을 할 수가 있다. 그러면서 느낀다. 세상에는 몸에 좋으면서도 맛있는 게 정말 많다는 것을. 그래서 너무 다행이라는 것을. 치킨, 피자, 라면... 기름진 명절 음식. 솔직히 얼마나 맛있는가. 얼마나 입에 단가 말이다. 나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고 먹고 싶다. 그러나 건강하게 살기 위해 참을 인 자 세 번을 써가며 인내하는 것일 뿐... 하지만 생채식 요리에 집중하다보니 치킨 피자가 아예 생각도 안 났다. 아니, 그런 것에 눈 돌릴 여력이 없다. 무궁무진한 생채식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란다.
“사람이 먹고 마시며 수고하는 것보다 그의 마음을 더 기쁘게 하는 것은 없나니
이것도 본즉 하나님의 손에서 나오는 것이로다.“ [전도서 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