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유쌤 Apr 15. 2022

아이들의 생일을 꼭 챙기는 이유

교단일기

 출근을 하려 문을 나서는데 때마침 휴대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정신없이 주섬주섬 이것저것을 챙기던 나에게 구글 캘린더는 정신차려!라고 한마디 한다. 휴대폰 상단에 '배0화 생일'이라는 문구가 얼핏 보인다. 어제까지만 해도 저녁에 미리 준비 해 놔야지 다짐 했었는데... 초저녁 피곤함에 그걸 또 다음날 아침으로 미뤘다. 근데 그걸 그새 까먹었나 보다. 차가 출발하고 알람이 울렸다면 갔던 길을 되돌아오는 참사가 일어났겠지... 함께 유치원 등교를 하려고 따라 나서던 아들과 딸에게 "아빠 반 언니 생일인데 케이크 사러 잠깐 빵가게에 들렀다 가는게 어때?"하며 어르고 달래서 집 앞 제과점에 들린다. 우리 아들 딸은 빵집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 아이들이라 왜 이른 아침부터 빵가게에 가야 하는지 설득하느라 아침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생일을 맞은 아이의 생일 케이크와 선물을 하나 사서 출근을 하는길. 출근길 동안 문득 옛날 내 어릴 적 생각이 났다. 어릴 적 학교 선생님이 사주셨던 생일 선물이 내 손에 들린 케이크와 오버랩 된다. 잠시 옛날 생각을 해본다.

 어릴 적 난 시골 초등학교에 다녔다. 6 학급 학교 규모에 한 학년에 17명 정도 되는 작은 학교에 다녔다. 지금 그 학교는 전교생이 30명 정도의 아주 작은 학교가 되었다. 지금 내가 근무하는 학교와 그때의 그 학교는 상황이 비슷하다.

 학교에서 내 생일을 챙겨주셨던 첫 선생님으로 기억되는 분은 국민학교 3학년 때 선생님으로 기억난다. (이때까지는 국민학교였다.) 학교 관사에 아들과 딸을 데리고 와서 살며 근무를 하던 여자 선생님이셨던 걸로 기억난다. 그때 나는 연필과 지우개가 필기구의 전부라고 알고 있던 시골 학생이었다. 그 선생님께서는 우리 동네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여러가지 필기구가 들어있는 큰 박스로 포장된 선물 세트를 생일 선물로 주시곤 했다. 여러 가지 필기구가 들어 있었는데 포장이 제법 거대해서 그걸 받아 안으면 가슴 한 켠이 가득 찼던 기분, 그 느낌이 기억난다. 무엇을 받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관심을 받았다는 느낌, 큰 선물을 받았다는 느낌, 그리고 누군가에게 챙김을 받았다는 그 느낌이 좋았다. 그래서 제법 오래된 일이지만 여전히 나의 기억 속 한편에는 그때의 그 따스함이 남아 있다.

 그때의 경험이 훗날 교사가 된 뒤에 아이들의 생일은 꼭 챙기게 되는 나를 만들었다. 학급 학생이 30명일 때는 매번 챙기지 못하겠으면 1달에 한 번이라도 모아서 꼭 챙겼었고 20명이 넘을 땐 되도록 그 주에 챙기려 노력했었다. 올해 우리 반 아이들은 11명.. 매달 돌아올 때마다 챙겨도 충분히 어렵지 않을 것 같아 올해는 그때 그때 제 날짜에 챙겨보려고 노력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코로나 상황 때문에 학생의 절반은 교실에서, 남은 절반은 온라인으로 생일 축하 노래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지만 마스크 위로 보이는 그 아이의 표정은 국민학교 3학년 때의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