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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유쌤 Apr 16. 2022

꼰대란

메아리 없는 악 쓰기

 꼰대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위키백과 자체가 사람들의 손에서 손을 거쳐 만들어지는 사전이기 때문에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꼰대 또는 꼰데는 본래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였으나, 근래에는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을 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변형된 속어이다.]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난 꼰대가 맞다. 그런데 요즘 들어와서는 다음과 같은 의미로 좀 더 강조되곤 한다.

[꼰대질은 명사인 꼰대에 '행위'를 뜻하는 접사인 '-질'을 붙여, 자기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나이가 어리거나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 낡은 사고방식을 강요하거나 시대착오적 설교를 늘어놓는 것을 말한다]

 요즘의 꼰대라는 표현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나이가 어리거나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 낡은 사고방식을 강요하거나 시대착오적인 설교를 늘어놓아 듣고 싶지 않은 잔소리를 하는 나이 많은 사람을 뜻하는 경향이 강하다. 흔히 영화나 tv 매체에서 나 때는~~~ 이라는 관용어구로 표현되곤 한다.

 그렇다면 난 과연 꼰대인가? 내 직업은 사람을 가르치는 직업이다.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고 일부분은 틀린 것 같다. 내가 가르치는 대상이 어른의 입장에서는 아직은 미성숙하다고 바라보는 초등학생이기 때문에 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세상을 교육관이라는 틀로 다듬어서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런 점은 인정한다. 교육의 수많은 정의 중 "계획된 교육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행동을 의도적으로 변화시키는 모든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교사는 결국 꼰대가 될 수밖에 없다.

 꼰대라는 비아냥을 이겨내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결국 사전적 정의 중에 내가 헤쳐나가야 할 부분은 낡은 사고방식을 주입하거나 설교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꼰대가 될 수밖에 없는 사명을 가진 직업이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 나의 노력만이 답이다. 결국 또 답은 내 안에 있다. 이런 XXX 같은...(물론 욕을 못하진 않는다. 할 일이 없을 뿐)

오늘 아이들의 대화 내용 중에 꼰대라는 단어가 들려서 무슨 내용인가 듣다가 한마디 했다.

" 꼰대가 뭔지 아니?"

뭔지는 잘 모르는 것 같으나 어렴풋이 이야기한다.

"그럼 선생님도 꼰대가 맞네?" 했더니 한 아이가 대답한다.

"선생님도 옛날 얘기도 하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니까 맞잖아요."라는 대답이 들렸다.

 10년 전의 나였다면 순간 욱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교직 경력이 두 자리가 넘어가니 틀린 소리가 아닌 것 같아 어느 정도는 수긍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 이어서 꼰대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고민을 하게 되었다. 아마도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정도 되는 다 큰 학생에게서 그런 소리를 들었으면 좀 욱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말을 하면서도 단어의 뜻을 정확히 대답 못하는 아이들에게 듣는 것 정도로는 나에게 치명타를 주기에는 부족하다. 역시 속 된 말로 짬이란 것은 무시할 수 없다.

 교사와 학생이라는 관계를 꼰대질이라는 부정적인 어휘로 바라보면 모든 교육적인 의도는 왜곡될지 모른다. 학습자의 입장에서 듣기 싫은 가르침은 결국 꼰대 질이 되는 것이고 이런 악순환은 교육이라는 본질을 흐릴지도 모른다. (물론 참 교사 병에 걸렸던 과거를 회상하면 학생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어쩌고 저쩌고를 못했으니 네가 꼰대 소리를 듣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교육이라는 의도적 행위를 꼰대 질로 비하하는 행동은 결국 화살이 되어 학생들에 대한 무관심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학교에 다닌다는 것은 교사와 학생이라는 기본적인 역할에 상호 충실하겠다는 약속 일지 모른다. 내가 한 약속은 헌신짝 버리듯 던져버리고 상대의 관심을 꼰대라는 은어로 비하하는 건 너무 이기적인 생각이 아닐까?

 요즘 들어 교권과 학생 인권의 경계선에 있는 낭떠러지 위에 서있는 기분이다. 어디까지 교권이고 어디까지 학생의 인권일까? 교육 관련 베스트셀러 책 속의 교사처럼 되고 싶지만 현실은 당장 내일 수업 준비에도 버거운 나약한 인간이다. 그나마 인디스쿨 같은 교사들이 모여있는 공간에는 나와 비슷해 보이는 선생님들이 많다. 현실에는 보이지 않던 분들이 여기에는 많다. 아니 넘친다. 이게 현실인 걸까? 이렇게 오늘도 메아리 없는 악을 한번 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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