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유쌤 Apr 26. 2022

마라톤 완주를 향해

달리기 잘 못하는데...

올해 학급 활동을 생각하다가 문득 길거리에 붙어 있는 큰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OO시 독서마라톤대회

 이 현수막을 처음 본 건 아니다. 그동안 동네의 큰 육교 밑에 붙어 있던걸 한 번씩 봤던 기억이 난다. 무심코 저게 뭘까?라는 막연한 생각만 하다 아내와 이 행사를 가지고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큰 맘을 먹게 되었다. 아내는 이미 한번 시도했다가 실패했다고 한다. 욕심이 앞서 혼자서 10km를 신청했다가 여지없이 완주를 못했다는 실패담을 듣게 되었다. 

 이 행사는 대략 이렇다. 책의 쪽수만큼 읽은 책에 대한 서평을 입력하면 1p에 1m로 환산하여 달린 거리가 환산된다. 3km면 3000쪽, 10km는 10,000쪽의 책을 읽고 서평을 써야 한다. 10,000쪽은 듣기만 해도 책이 질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 우리 학급 모두 단체전을 해보려고 아이들에게 도전 의사를 물었다. 

겁도 없이 던진 떡밥에 물린 9명의 물고기들


 11명의 친구 중에 9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래서 나까지 총 10명이다. 42.195km를 달리려면 1명당 4.2km를 달리면 된다. 이 정도면 승산이 있으리라 생각되어 겁 없이 도전을 해본다.

 이런 활동을 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의 온라인 권한 획득이다. 어딘가에 접속하게 하려면 일단 아이디 비번이 필요하다. 미성년자의 경우 대부분의 사이트에서는 부모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일단 집에서 부모님과 신청을 해보도록 했더니 9명 중 딱 2명만 성공한다. 그럴 줄 알았다. 그래서 남은 아이들은 휴대폰을 들고 오게 하고 직접 가입을 시도해본다.

 휴대폰의 명의가 아이들의 이름인 경우 비교적 쉽게 시립도서관 아이디 비번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큰 난관에 빠지고 만다. 휴대폰이 부모님 명의인 경우 아이의 이름으로 아이핀이라는 것을 발급받아서 인증을 해야 한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결국 부모님들께 연락을 드려 동의를 얻은 후 부모님 명의의 휴대폰으로 인증을 한 뒤 아이의 아이핀을 대신 만들어서 아이디 비번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해결을 했다. 겨우겨우 9명의 가입을 마치는 데까지 대략 1주일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마라톤을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지칠 지경이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고 겨우 마라톤이 출발되었다. 

독서 마라톤 출발. 4월 15일!

지난 4월 15일 출발한 마라톤은 현재 먼 거리를 달려가고 있다. 이제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가기에는 슬슬 먼 지점까지 진행 중이다. 시작하자고 제안한 나부터 한 권은 읽어야 할 것 같아 500페이지짜리 한 권 읽고 한편을 올렸다. 뭔가를 하고자 하는데 진행이 잘 안 될 때는 데드라인을 만들거나 감시자를 만드는 방법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이 마라톤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책 한 권 완독 하지 못하고 있던 나를 책 한 권 가방에 넣고 다니는 선생님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바쁘다는 핑계로 결국 아이들과의 약속 마감 기한을 겨우겨우 채워 한 권 쓰는 것은 비밀이다. 

현재 3.4km 뛰고 있습니다!!

 현재 3.4km를 달리고 있다. 매주 한 번씩은 점검해가며 아이들이 읽는 책의 서평을 좀 더 진지하게 입력할 수 있도록 계속 채찍질해야겠다. 나도 읽고 있는 두 권의 책을 얼른 완독 하여 1000m 정도 더 달려봐야겠다. 책 몇 권이라도 올해는 꼭 읽어보고 싶어서 미뤄뒀던 숙제를 하는 심정으로 시작한 마라톤인데 이제는 완주를 넘어서 아이들의 독후감 쓰는 지도까지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곤 한다. 너무 많은걸 다 하려다가 제풀에 지치지 않을까 싶지만 독후감 콘테스트 같은 이벤트를 열어서 좀 더 나은 독후감을 선별할 후 올해 만들 내 빛깔책에 넣어보려고 한다.(올해 책쓰기 활동 책 이름이 내빛깔책이다) 완주까지 파이팅하자! 얘들아. 자기전에 읽던 책 한쪽이라도 더 보고 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좋은 아빠 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