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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유신 Oct 08. 2020

그런 날 있잖아....

갑자기 뭐해야 할지 모를 때

그런 날 있지 않아?

뭔가 할 일은 많은데 어떤 것부터 해야 할지 모를 때 있지?

마감 시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준비되면 달라고 하는데 어디까지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머릿속은 할 일이 많은데 정리가 안되고 막상 앉아서 시작하려고 하니 어떤 일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데 아무것도 하기 싫어질 때가 있지.


회사 다닐 때는 정해진 틀 안에서 고민하고 새로 만들고 보고하고 이랬는데 정해진 장표도 없이 일단 만들어보게 될 때,

노트북을 켜고 하얀 스크린을 보다가 괜히 종이에다 연필로 써 보다가 다시 노트북 보다가,

할 일 목록을 만들어보고 일정 확인하고,

시작만 하면 바로 끝날 것 같은데 시작을 못하고 있을 때......


남들과 똑 같이 만들면 안 된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어서 더 힘들게 접근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최종 결과를 보면 남들과 똑 같이 만들게 되더라.


자료를 예술 작품으로 만들면 안 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읽기 익숙하게 만들어야 해서 결국에는 다른 사람들이 만드는 것과 같이 아주 일반적이고 익숙하게 만들게 되지.


회사 다닐 때 정말 독특한 자료를 만들었는데 보고하기 전에 검사받다가 다 수정한 이후에 다시는 그렇게 안 만들기로 했어.

물론 정해진 규칙은 따라야겠지. 순서도 있고.


그래서 강의 자료는 내 맘대로 만들어.

사실 글로 많이 쓰는 게 힘들어서 그냥 그림 한 개씩 붙여 넣고 그걸로 강의를 해.


내 강의 자료만 가지고 남들은 무슨 강의인지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강의를 들어야지 이해가 되는 거지.

그런데 이 자료도 다른 양식으로 만들어야 할 것 같아.

온라인으로 강의를 하니깐 글자가 허전해 보이고 상당히 성의 없어 보이는 것 같아. 

다른 사람들 강의 교재 보니깐 그렇게 느껴졌어.


일단 강의자료를 새로 수정해야겠다.

그리고 원고 요청 들어온 거 전체 구성해야 하고,

학회 발표 자료도 만들어야 하고,

심사받을 자료도 만들어야 하고,

과제 결과 자료도 만들어야 하고,

회사 세무 지원 서비스도 찾아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갑자기 모르겠어.


내가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님 그냥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


갑자기 뒤를 돌아봤을 때 출발점이 안 보이면 불안해지지 않아?

내가 어디서부터 왔을까 하는 생각에 다시 가서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아?

이미 지나온 길인데 어쩌겠어?


너무 앞만 보고 미래만 보고 온 것 같아.

그래서 과거 일들을 잘 기억 못 해. 

기억해야지 하는 것들만 기억하고 다른 것들은 잊어버려.


하루 종일 누워서 생각만 하다가 일하려고 노트북 켜고 이 글을 쓰는 거야.


조급하면 일을 망친다고 하니깐 여유를 부려야 하는데 진정한 여유를 부리지 못하고 있네.

남들은 살고 싶다는 제주에서 바다도 안 보고 산도 안 올라가고 집에서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고 있어.


뭐 먹고살지?

질문이 잘 못 된 것 같다. 

뭔가 목적이 먹는 건가?


뭐 하고 살지?


질문을 다시 해봐야겠다.

어떻게 살까?

이것도 너무 생존에만 신경 쓰는 것 같다.


어떤 질문을 나한테 해야지 목표가 세워질 것 같다.


일은 많은데 수입이 없는 상황이면 일이 아닌가 보다.

일은 수입으로 연결되어야 하는데 일이라고 하지 말고 취미활동이라고 해야 하나?


머릿속이 복잡하게 엉켜있지만 때로는 엉킨 상태를 지켜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


오늘은 엉켜있는 머릿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야겠다.

뭔가 하나 찾아낼 것 같은 기분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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