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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유신 Oct 10. 2020

내용이 중요한가?

콘텐츠보다 하드웨어

블루투스 스피커를 살까 여기저기를 찾아봤다.

가격은 정말 다양했다.


만원부터 몇 백만 원까지 다양하게 있는데 어떤 것을 사야 할지 몰라 결국엔 안 샀다.

내가 블루투스 스피커로 들을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니깐 엄청난 음질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음악을 듣기 위해 스피커를 사는 것인지 스피커를 사기 위해 음악을 듣는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별로 필요 없는 기능이 많은 기기를 비싸게 사는 것이 많은지 단지 기능만 충실한 기기를 사는 것이 맞는지 최근 들어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최신 스마트폰을 사는 이유가 스마트폰에 있는 모든 기능을 쓰기 위해서일까?

스마트폰은 기기일 뿐 실제로는 앱을 설치하여 사용하는 것이 아닌지?


음악을 만드는 사람과 스피커를 만드는 사람 중에 어느 사람이 더 수입이 좋을까 생각하면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수입이 더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은 수입이 좋지 않다.


책을 쓰는 사람과 출판사는 어떠한가? 결국에는 외형보다는 콘텐츠가 더 중요한 시대가 온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영화를 보기 위해 TV를 사는 사람이 있고 그냥 집에 TV는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사는 사람도 있다.

TV 크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큰 TV를 선호한다. 

물론 예전에는 30인치 크기의 텔레비전이면 상당히 큰 편이었다.

하지만 이후에 TV는 점점 커지고 얇아지고 있다.


당시에 30인치 TV를 크다라고 느낀 사람들은 이제 40인치도 만족 못한다.

화질이 점점 좋아진다고 해서 사람 눈이 구분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스피커를 비싼 것을 사도 음질 차이를 못 느낀다면 굳이 비싼 스피커가 필요 없다.

트리즈 기능으로 정의하면 소리만 나면 되는 것이다.

요즘에는 스피커를 살 때 음질뿐 아니라 디자인도 같이 본다.

스피커가 이젠 하나의 인테리어로도 활용된다는 것이다.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느냐에 따라 기기를 선택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기기를 선택한 후에 거기에 맞는 콘텐츠를 찾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기기가 발전하면 새로운 콘텐츠 형식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콘텐츠가 먼저인지 기기가 먼저인지는 정의 내리기 힘들다.


한때 유행했던 3D TV가 있었다.

그때는 TV를 사려면 거의 대부분 3D 기능이 있어서 일반 TV를 사는 것이 오히려 힘들었다.

다양한 형식의 3D 안경을 제공하고 있었고 심지어는 무안경 3D TV도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3D를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별로 없었다.

콘텐츠가 없으니 결국에는 3D TV를 활용할 수 없게 되었다.


반대 사례로는 스마트폰을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에 이전에 없던 새로운 콘텐츠들이 생겼다.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면서 당시에는 새로운 앱들이 매일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결국 스마트폰은 비싼 게임기로 전락하기도 했다.


생활 방식도 우리도 모르게 변했고 변화를 알아챘을 땐 이미 적응되어 버렸다.

되돌아보면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100년도 아니고 50년도 아닌 30년 전과 비교해보면 주변 환경이 많이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기술이 발달해도 결국에는 우리가 고전이라고 하는 콘텐츠는 꾸준히 소비되고 있다.

좋은 콘텐츠는 오래가지만 좋은 기기는 오래가지 못한다.


좋은 콘텐츠는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소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줘야 좋은 콘텐츠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글 쓸 일이 많아졌다.

새로운 것을 쓸 수는 없다. 

나한테는 새로운 생각이지만 이미 세상에는 있던 생각이고 아직 내가 몰랐던 생각일 것이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생각을 써야겠다.

결국에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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