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은 사람
사람을 만난다는 건
그 사람 집에 놀러 가는 것과 같다.
잠시 집에 초대받았다고 그 집이 내 집이 되는 건 아니다.
오래 머무른다고 내 집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사람이 사는 시간 중 잠시 나와 공유한 시간이 있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시간을 온전히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른 사람 집에 놀러 가면
조심스러워지고
그 사람에게 익숙한 가구 배치와 물건의 위치가 나에게 불편하다고 바꿀 수는 없다.
내가 선물한 물건이 그 사람 집에 내 마음에 들지 않은 곳에
놓여있더라도 그냥 가만히 봐야 한다.
나는 그 사람 집에 잠시 머무는 사람일 뿐이다.
함께 산다고 해도 각자 공간을 들고 다니는 것이다.
사람은 각자 공간과 시간을 가지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분위기는 살아온 시간과 공간에서 만들어졌다.
초대받아서 다른 집에 들어갈 때도 중요하지만
그 집에서 나올 때가 더 중요하다.
너무 늦게 나오면 안 되고 많이 어지르고 나와도 안된다.
내가 나올 때 마치 그 집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던 것처럼 해놓고 나와야 한다.
아무리 정리를 다 해놓고 나와도 같이 있던 시간만큼 미처 치우지 못한 흔적은
집주인만이 알 수 있다.
아주 옅게 흐르는 향기, 약간 찌그러진 쿠션, 설거지를 안 한 그릇과 컵.
시간이 지난 후에 바닥 구석에서 찾은 머리카락.
집을 나가기 전에 청소하고 설거지까지 다할 수는 없는 법이다.
모든 것을 완전히 없애고 나오는 사람은 입주청소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