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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유신 Feb 20. 2021

꿈의 직장을 찾아서...

Журабли 모래의 꿈

자유롭고 싶어 큰 곳에서 떨어져 나왔다.

큰 곳에 있을 때는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만큼 주변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이었다.

계속 같은 자리에서 같은 곳을 보는 것이 지겨워져서 다른 방향으로도 보고 싶었다.

여태까지 버티고 살아온 것을 보면 떨어져 나가도 자신이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아니라 전체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사이 많이 떠나갔다. 

떠난 후에는 어떻게 지내는지는 몰라도 다시 돌아오지는 않았다.

가보지 못 한 길에 대한 동경일까?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떨어져 나간 다음 세상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내 자리에서 보는 세상은 대부분 평온하고 아무 변화가 없었다.

물론 계절에 따라 약간씩 변화가 있지만 대부분은 같은 모양이었다.

아주 가끔 바람이 세게 불 때와 눈이 내려서 세상이 하얗게 덮일 때는 

여기 붙어있기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계속 지겨운 생활에 지쳐가고 있었다.


떠나기로 결심했다. 

혼자 힘으로 떠나기는 힘들다.

여기 붙어있는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떨어져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마침 바람이 불어오고 바람을 타고 온 무언가가 날 쳤기 때문에 떨어져 나올 수 있었다.


떨어져 나온 후에 내가 붙어 있던 것을 보니 상당히 컸다.

아마도 내가 떨어져 나간 것도 모를 것이다.

붙어 있을 때도 나란 존재를 몰랐겠지라는 생각을 하니깐 아쉬움이 없어졌다.


막상 떨어져 나오니깐 혼자 갈 수 있는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아니 혼자 갈 수 없었다.

그냥 바람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다른 사람 발 밑에라도 붙어서라도 움직일 수 있었다.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그동안 세상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예전에 같이 있었던 친구는 아파트에 또다시 붙어있었다.

다행히 밖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좋아하면서 다시는 혼자 다니지 않겠다고 했다.


다른 친구는 대학교 도서관에 붙어있는 것을 봤지만 너무 높아서 아는 척도 못했다.

같이 있던 친구들이 밖으로 나가서도 또다시 어딘가에 붙어있는 것을 보니깐

나는 이제 아무 곳에도 붙어있지 않고 자유로운 곳으로 가려고 결심했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누군가 나를 발견하고 같이 하기로 데려온 것이다.


이 곳은 어디에도 붙어있지 않지만 자유롭게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없다.

움직일 수 있는 곳이 상당히 뻔하지만 그래도 아주 가끔 먼 거리를 움직인다.

하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한 곳에 붙어 있을 때보다는 재미있다.


여기는 서로 평등하다. 

때로는 내가 위에 있기도 하고 다른 때에는 내가 중간이나 밑에 있기도 한다.

위아래에 대한 의미가 없는 곳인가 보다.


붙어있지 않아서 그런지 가끔 일도 한다.

일할 때가 되면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때가 되면 다 같이 움직이면 되고 가끔씩 짜릿한 경험을 하지만 다시 안정적인 자리로 돌아온다.

이번에는 내가 몇 번째로 통과할까라는 생각에 남들보다 빠르게 통과하려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커다란 곳에서 떨어져 나와서 많은 곳으로 쓸려 다녔지만 이젠 붙어있지 않지만 

작은 곳에서 움직일 수 있는 것이 행복하다.


떨어져 나올 수 있는 것이 행복한 것인지 아니면 아예 녹아서 붙어버리는 것이 행복한 것인지 모르겠다.

나를 지킬 수 있는 것이 좋은지 나를 버리고 또 다른 내가 되는 것이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이런 생활에 만족하려고 한다.

아주 가끔 이 곳에서도 떠나는 친구들이 있지만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다시 일할 시간인가 보다.

하늘과 땅이 반대로 뒤집힌다.




"아빠 나도 이제 사우나 들어가서 참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초등학교 들어가더니 사우나도 할 수 있어? 같이 들어가 볼까?

여기 있는 모래시계 뒤집어서 끝까지 떨어질 때까지 버텨보는 거야."




모래는 죽지 않는다.

모래는 바위에서 떨어져 나왔다. 

한번 떨어져 나온 모래는 다시 바위로 돌아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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