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한알이 유리를 깨뜨릴 수 있다.
모래 한알이 유리를 깨뜨릴 수 있다.
유리는 모래로 만들어져 있다.
모래 하나가 유리와 부딪혀 유리를 깨뜨릴 수 있다.
낡은 유리는 깨지기 쉽다.
하필이면 유리에 제일 약한 곳에
하필이면 유리가 깨지도록 빠르게 부딪힌다.
인연도 마찬가지다.
인연은 우연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은 우연 하나가 인연을 깨뜨릴 수 있다.
하필 그곳에서
하필 그때에
그런 우연을 만나서 인연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낡은 인연은 쉽게 깨질 수 있다.
우연은 슬픈 인연인가 보다.
모래가 모여서 돌이 될 수는 없다.
돌이 부서지면서 모래가 되는 것이다.
모래를 아무리 많이 모아도 모래만으로는 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연이 많아진다고 인연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모래가 유리가 되려면 완전히 녹아서 다른 것들과 섞인 후에 유리가 될 수 있다.
불투명한 모래가 투명하게 된다.
투명해서 속이 보이지만 속을 알 수는 없다.
아무도 유리를 보고 모래라고 하지는 않는다.
모래 속에 유리를 찾을 수는 있어도 유리 속에 모래를 찾을 수는 없다.
우연이 모여 다른 감정과 섞이면 인연이 된다.
우연 속에서 인연을 찾을 수 있어도 인연이 된 이후에 우연을 찾을 수는 없다.
우연으로 만들어진 인연이지만
인연이 되면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연이 되면 우연은 필연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연은 우연일 뿐이다.
의미를 둔 우연은 필연처럼 변하게 된다.
마치 모래가 녹아 유리물이 되듯이 우연이 녹아 필연이 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작은 모래 하나가 유리를 깨뜨릴 수도 있다.
작은 우연 하나가 인연을 깨뜨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