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유신 Oct 11. 2021

생각의 한계

세상은 넓어졌지만 생각은 좁아졌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 지내는 시간은 많아졌지만 인터넷을 통해 세계를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몸은 집에 있어도 어느 곳이나 구경하고 볼 수 있게 되었다.

직접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지만 어쩔 수 없이 화면으로만 보게 된다.


도서관에 가지 않고도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되었고 조그만 화면을 통해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SNS를 통해 친구를 직접 만나지 않고도 요즘 뭐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으로 직접 만나지 않은 사람도 왠지 모르게 잘 아는 사람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주변 세상이 넓어지고 있다. 

직접 만나지 않아도 근황을 알 수 있고 도서관을 가지 않고도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세상이 넓어지는 것과 반대로 생각은 좁아지고 있다.

생각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예전에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일단 생각을 했었다.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누가 알고 있는지를 생각하고 찾아보았다.

그때까지 경험하고 배운 기억을 더듬어 찾아보기도 한다.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직접 찾으러 다녀야 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면적에 대한 것을 알고 싶으면 교과서를 보던가 도서관을 가야 했다.

그 당시에는 백과사전이 지금 인터넷과 같은 역할을 했다.

요즘에는 우리나라 면적을 알고 싶으면 검색창을 통해 바로 알 수 있다.


생각한다는 것은 궁금한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도 있지만 고민하는 것도 있다.

거창하게 인생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아니더라도 오늘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까라는 생각도 할 수 있다.

일단 1분이라도 생각을 하다가 그냥 눈에 띄는 식당에 들어가기도 한다.

들어가서는 메뉴를 보면서 생각을 하다 하나를 고르게 된다.


요즘에는 저녁에 먹을 식당과 식당에 가서 먹을 메뉴를 정해놓고 찾아간다.

인터넷을 통해 식당 정보와 대표 메뉴를 먼저 선택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과정도 생각을 통하여 나타나게 된다.




물음표가 중요하지 않고 느낌표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과거에는 궁금한 것이 많아서 질문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요즘에는 질문보다는 명쾌한 답을 원한다. 그 답이 맞는지 틀린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궁금한 것에 대해서 바로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색하는 방법도 연령대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포털사이트를 활용하는 사람도 있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활용하여 정보를 얻는 사람도 있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느낌표가 많아지고 커진다.

여러 정보를 비교해서 자신이 만든 결과를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많이 노출되는 정보가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보를 통해 실제로는 느낄 수 없지만 많은 정보들은 느껴야 한다고 강요한다.


개성을 존중하지만 결국 집단을 따라가게 만든다.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유행은 항상 있었다. 

제주도에 살다 보니 가는 식당이 정해지고 있다.

관광객이 많은 식당은 잘 가지 않게 된다. 

관광객이 선호하는 식당이 맛이 없는 게 아니라 가면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이 싫어서 그렇다.

여기 사는 사람은 오늘 못 가면 내일 가도 되는데 관광객은 오늘 아니면 못 가기 때문에 기다리더라도 꼭 가야만 한다.

계속 이렇게 미루다가 결국에는 못 가게 되지만 그래도 맛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다.

같은 음식을 꼭 거기서만 파는 것이 아니고 그냥 포도를 바라보는 여우같이 대단한 맛이 아닐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몇 군데는 기다리면서 사진을 찍는다.

하도 많은 사람이 이것을 찍어서 따라 찍었는데 왜 찍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하도에 왔다는 인증인가 보다.


많은 정보가 있기에 사람들은 관심을 받고 싶다. 

질문을 던지는 것보다는 대답을 아니 자기주장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

자기주장을 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해야 하지만 생각하는 습관이 되어있지 않다.

아니 생각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자기 생각을 정보에 의존한다.

생각한 후에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답에 내 생각을 맞추려고 한다.


머릿속에 모든 것을 저장하는 것보다는 인터넷을 활용하여 정보를 얻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제 우리가 생각할 것은 이렇게 얻은 정보가 맞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오히려 길을 잃게 된다.


책을 읽는 것보다는 동영상을 보는 것이 익숙해지고 있다.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일시정지를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영상이 흐르는 대로 생각이 따라가게 된다.

책을 읽을 때는 영상을 상상해서 만들어야 한다.

책에 나오는 괴물은 우리 상상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인데 영화에서 보는 괴물은 구체적으로 보인다.




하루에 생각하는 시간이 얼마큼이나 될까?

일어나서 스마트폰을 보면서 화면을 넘기고 영상을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잠시 시간이 나면 메일도 확인하고 게임도 한다.

스마트폰을 본다고 노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하고 있고 이때 생각도 하게 된다.


모든 것을 놓고 생각을 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예전에는 화장실에 있는 시간이 생각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는 화장실에 있는 시간이나 샤워하는 시간 등을 활용하라고 했다.

밖으로 나가 주변을 걷는 것도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요즘에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면 우선 검색을 한다. 검색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다.

어느 방법이 좋다고 판단하지는 말자. 각자 맞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다.


회사를 다닐 때 출장을 많이 다녔다. 

전국을 다니면서 강의도 하고 컨설팅도 했다.

이동 거리와 시간이 불규칙해서 주로 운전하여 출장지에 갔다.

창원까지 가는 데 보통 4시간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이 시간은 오로지 운전밖에 못하는 시간이고 고속도로를 운전하기에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스마트폰도 노트북도 보지 못하고 전방을 바라보며 생각을 할 수 있다.


내 생각을 지켜보면 잘 흘러가기도 하고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가기도 한다.

생각한다는 것은 결국 나와 대화를 하는 것일 수 있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을 나한테 질문하면서 스스로 대답을 찾는 과정일 것이다.

대답을 찾고 난 후에 검색을 하면 좀 더 많은 것이 보이게 된다.


보통 출장 가는 길은 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설명하러 가는 길이다.

출장 가기 전까지 구체화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운전하고 가면서 구체화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회의 전까지 구체화되지 않은 체로 회의를 하기도 한다.

머릿속으로 작동도 시켜보고 새로운 문제를 찾아보기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한 가지 생각을 쉬지 않고 오래 해 본 적이 있는가?

물론 살아오면서 계속해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왔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계속해서 같은 주제를 놓고 생각하면 오래 생각할 수 없다.

오히려 여러 생각을 하다 보면 다른 생각이 변화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기도 한다.

생각이 가는 방향이 중요하다.


일정 범위에서 다른 생각을 하면 생각이 같은 방향으로 가면서 합해지기도 하고 나눠지기도 한다.

생각하는 것은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손에서 모든 것을 놓고 생각해보자.

생각할 것이 없으면 무엇을 생각할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아니면 나는 왜 생각할 것이 없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자.


명상과는 다른 의미로 생각하자는 것이다.

아무 생각이나 일단 시작해보자.


생각하면 생각이 커지고 깊어질 수 있다.

새로운 것은 많은 정보가 필요한 것은 아니고 질문이 필요한 것이다.

검색하기 전에 잠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이 글을 쓰는 것도 생각해서 나온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해서 어떻게 끝을 내야 할지 모르겠다.

이제부터 생각해서 다음 기회에 마무리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섬구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