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유신 Aug 23. 2021

섬구름

구름이 섬으로 스며든 날

       

구름을 쳐다보며 섬은 바다에 가만히 있다.

바람에 지나가는 구름을 보며 섬은 구름이 되고 싶었다.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을 본다.

바람이 부는 대로 움직이는 구름은 제자리를 지키는 섬이 되고 싶었다.     

섬이 구름에게 물어본다.

“세상을 돌아다니면 어때?”

구름이 섬에게 대답한다.

“바람이 부는 대로 돌아다녀서 어디로 갈지 몰라서 불안해. 가만히 있는 네가 부러워.”

섬이 대답한다.

“매일 같은 곳에 있는 것이 지겨워. 나도 너처럼 돌아다니고 싶어.”

구름이 말한다.

“난 어느 날 갑자기 비가 비가 되어 없어진다고 해.”

섬이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한다.

“너처럼 하얀 구름은 비가 되지는 않아. 까만 구름만 비가 되어 떨어지는 거야.”

구름이 무엇인가 얘기했지만 바람에 떠밀려 섬과 멀어져서 섬은 그 말을 듣지 못했다.     


파도가 심하게 부는 날 새 한 마리가 날아간다.

빨리 큰 섬에 가서 둥지를 만들어 알을 낳아야 한다.

비바람이 심해 가까운 섬으로 갔다.

그 섬에서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았다.     

섬이 새에게 물어본다.

“나도 너같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구름이 되고 싶어.”

새는 섬에게 얘기한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심한 파도가 쳐도 너처럼 움직이지 않는 섬이 부러워.”

섬이 새에게 부탁한다.

“너는 세상을 많이 돌아다니니깐 내가 구름이 되는 방법을 찾아줄 수 있어?”     

어느새 알이 부화하여 아기새가 나왔다.

새끼를 보느라 새는 섬을 떠나지 못했다.

섬은 어미새와 함께 새끼를 돌보며 아기새와 놀아줬다.     

아기새에게 섬은 항상 구름이 되고 싶다고 얘기했다.          

아직 날지 못하는 아기새는 섬을 뛰어다녔다.

날갯짓을 하며 뛰어다니며 아기새는 섬에게 자기가 날 수 있으면 구름에게 갔다 온다고 약속한다.     

어느 날 힘차게 날갯짓을 한 아기새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아기새는 섬 위를 날며 섬에게 얘기했다.

“나 드디어 날 수 있어.”

하지만 멀리 날 수 없는 아기새는 섬에서 조금 떨어진 바다 위를 돌다가 다시 섬으로 왔다.     

시간이 지난 후 이제는 섬에서 다른 섬으로도 날아갈 수 있었다.

다른 섬에 갔다 온 아기새는 섬에게 얘기했다.

“근처에 너랑 비슷한 애들이 많이 있어.”

섬은 놀라며 물어봤다.

“나 말고도 다른 애들이 있어? 세상은 바다와 구름과 새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새는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내가 구름한테 가서 어떻게 구름이 됐는지 물어보고 올게.”     

아기새는 이제 더 이상 아기새가 아니라 다른 섬을 5개도 더 날아갈 수 있는 어른 새가 되었다.

섬과 약속한 대로 구름까지 날아가기 시작했다.

가까이 보이는 구름까지 가다가 힘이 빠져 다시 섬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햇살이 눈 부신 어느 날 드디어 새는 구름까지 갈 수 있었다.

구름에게 새가 물어봤다.

“구름아 너는 어떻게 해서 구름이 됐어?”

구름이 대답했다.

“나도 몰라. 눈 떠보니깐 구름이었어.”

새가 구름에게 섬이 한 말을 전해준다.

“구름아 저 밑에 있는 섬은 너를 부러워해. 섬도 구름이 되고 싶다고 해.”

구름이 섬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을 새에게 했다.

“나는 바람이 불어도 움직이지 않는 섬이 부러워. 바람이 세게 불면 너무 어지럽고 힘들어.”     

새는 다시 섬으로 날아와서 구름은 섬이 되고 싶다는 말을 전해줬다.

섬은 새에게 구름한테 바꿀 수 있는지 물어봐 달라고 했다.     

새는 다시 훨훨 날아올라 구름에게 섬이랑 바꿀 수 있는지 물어봤다.

구름은 바꾸자고 얘기했을 때 갑자기 구름과 섬이 바뀌었다.     

바다에 있는 섬은 구름이 되고

하늘에 있는 구름은 섬이 되었다.     

구름이 된 섬은 움직이는 게 신기했지만, 너무 어지럽고 힘들고 떨어질 것 같아 불안했다.

섬이 된 구름은 가만있을 수 있어 편안했지만 움직일 수 없는 것이 답답하고 심심했다.     

섬이 된 구름이 새한테 구름이 된 섬에게 다시 바꾸자고 얘기했다.

구름이 된 섬이 알았다고 했을 때 구름이 된 섬은 다시 섬이 되었고 섬이 된 구름은 다시 구름이 되었다.     

너무 짧게 바뀌어 있었지만, 그 느낌은 무서우면서도 잊지 못할 기억이었다.     

섬은 새에게 자기 조각을 구름에게 가져다 달라고 했다.

구름은 새에게 자기 조각을 섬에게 가져다 달라고 했다.     

새는 섬에서 섬 조각을 물어 구름에 옮겨 놓고 구름에서 구름 조각을 물어 섬에 옮겨놓았다.

새는 계속해서 섬에서 조금씩 구름에서 조금씩 옮겨주고 있었다.     

새는 구름 위에 섬을 지었고 섬 위에 구름을 지었다.

구름 위에 섬이 떠 있고 섬 위에 구름이 떠 있던 어느 날 새가 얘기했다.

“나는 이제 지쳐서 더 못하겠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내 아기새들이 계속해서 도와줄 거야.”     

새가 섬을 떠나는 날 구름은 슬퍼 울었고 구름이 흘리는 눈물을 따라 구름 위에 섬도 조금씩 다시 섬으로 돌아왔다.     


섬으로 구름이 내리던 날 

이제는 섬 안에 구름이 들어왔다.               

작가의 이전글 지금 하는 일에 지쳐갈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