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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유신 Dec 10. 2021

어디로 가야 하나

작은 배를 타고

배를 타고 간다.

파도도 심하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흘러가고 있다.


배안엔 선장과 선원 몇 명뿐...

바다로 나오기엔 아직 무리였나?

출발할 땐 세계일주라도 할 듯이 나왔는데 준비가 없던 걸까 아님 이 고비만 넘으면 잔잔한 바다가 나올 건가?


옆으로 큰 배들이 지나가면서 타라고 한다.

배를 버리고 다 같이 큰 배를 타고 편안하게 가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이 배를 가지고 끝까지 가는 게 맞는 것인지?

큰 배를 타도 편안해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보다는 편안 해질 것이다.


세계일주를 작은 배로 한다는 것을 알고 탄 선원들은 어떤 결정을 할까?

우리 배에 사람을 더 태워도 될 만큼 공간은 있는데 마실 물과 먹을 것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할까?


선원과 선장은 같은 결정을 할까?

배를 버리고 편하게 가느냐

배를 가지고 힘들게 가느냐

아니면 배를 지키는 자와 떠나는 자로 갈라져야 하는가?

아니면 일부러 밀어내고 선장 혼자 남아야 하는가? 

아직 침몰하는 배는 아니기에 고민이 될 것 같다.


바이올린 연주라도 들으면 준비를 할 텐데......

큰 배에 우리 배를 가지고 가서 구명보트같이 매달고 다니다가 준비가 되면 다시 출발할까?

그러다 배는 다 낡아서 물에 가라앉는다.

되돌아가기엔 너무 나왔다.


선장은 힘들었을 것이다. 아주 많이.

선원들은 꿈이 있었을까? 

무능력한 선장이면 선원들은 큰 배로 옮겨가야겠지?

능력 있는 선장이면 힘들지 않았겠지?




선원들을 큰 배로 태워주고 홀로 배를 끌고 나왔다.

선원도 없이 혼자 항해를 시작했다.

배가 생각보다 작은 것 같다.


멀리 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항해를 시작했다.

선장이 힘든 것보다 선원들이 힘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대로 흐르다 보면 어디에서 다시 만나겠지?


멀리서 큰 배가 보이면 손을 흔들어야지.

속도와 방향은 온전히 내 손에 달려있다.


이제는 파도가 심해져도 별로 긴장이 안된다.

혼자라는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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