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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유신 Dec 01. 2021

결국 문제가 문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봐야 한다

아침에 이를 닦기 위해 컵에 물을 받는다. 

시간이 없어 수도꼭지를 가장 크게 돌려서 컵에 물을 받는다. 

컵에 순식간에 물이 차기 시작한다. 

수도를 잠그니 컵에는 물이 반만 찼다. 

컵 크기와 비교해 물이 많이 들어오고 빨리 들어오니 컵 안에 물이 들어온 만큼 남아있지 못하고 새로 들어오는 물과 함께 넘쳐버린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 자기가 아는 것이 옳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최근 새롭게 증명된 사실이 있지만, 아직 자기 눈으로 확인을 못 했기에 믿지 못한다고 한다.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이 모두 경험한 것은 아닐 텐데 본인이 맞는다는 고정관념에 갇혀 있는 사람이 많다.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남 얘기를 듣지 못한다. 

아니 들을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다. 

상대방이 말하는 내용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자기가 아는 선까지만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각자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려고 하면 실제 문제와 동떨어진 아이디어만 나올 수밖에 없다.     


항아리와 물병

두 개를 비교하면 물병은 입구는 좁고 작지만 항아리는 입구도 크고 크기도 크다.

사람이 가지는 생각의 크기와 모양도 이러하지 않을까?

물병을 닮은 크기와 모양의 생각을 하는 사람은 쉽게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한 크기가 작아서 내용물을 버려야 새로운 생각을 받을 수 있다. 

항아리 모양의 생각을 하는 사람은 생각 크기가 커서 많은 생각을 품을 수도 있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도 쉽지만, 안에 들어 있는 생각을 비우기가 어렵다. 

또한 새로운 것이 들어가서 안에 있던 것들과 섞이게 된다. 

물병은 다른 사람과 쉽게 나눌 수 있지만 금방 한계를 보이고 항아리는 다른 사람에게 따라주지는 못하지만 다른 사람이 쉽게 퍼갈 수 있다. 

스스로 퍼가려는 사람에게만 주고 필요한 만큼 준다는 것이다. 

물병과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우려고 한다. 

물병은 입구가 작아서 많이 나오는 물에 조금씩 채워진다. 

항아리는 많은 물이 나와도 모두 받아 채울 수 있다. 

조금씩 흐르는 물에는 물병이 빨리 가득 차지만 항아리를 채우기에는 부족하다. 

물병을 빨리 가득 채우려고 많은 물을 한꺼번에 부으면 안 된다.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은 먼저 생각을 품을 수 있는 크기를 키워야 한다. 

또한 생각이 들어오는 입구를 넓혀야 한다. 

새로운 생각이 들어오면 자기의 생각과 함께 묵히면서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항아리는 숨 쉰다고 한다. 

필요 없는 생각을 밖으로 빼내야 한다는 것이다.

컵을 채우기 위해서는 컵 크기와 모양에 맞는 물 속도와 양이 중요하다.     


질문에 질문하라

문제를 보는 순간 사람들은 바로 답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학교 다닐 때 많이 들었던 말이 문제를 끝까지 읽으라는 것이다. 

간단한 문제도 이런 식인데 현업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할 때도 역시 마찬가지다.


불량이 많아졌어요.

원인은 파악했어?

외부 유입 공기에 의한 이물 불량인 것 같습니다.

그럼 클린룸을 만들어.

이처럼 많이 고민하지 않아도 바로 해결안이 나온다. 

해결안을 적용하면 불량률은 줄어야 하는데 현실은 꼭 그렇지 않아서 재미있다.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경험했던 것과 알고 있는 것만으로 해결안을 도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외부 유입 공기에 대한 정보가 없이 클린룸을 만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간혹 우연히 해결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모든 문제에 같은 해결안을 적용하면 안 된다.      


모든 문제에 대답할 필요는 없다. 
대답하려고 고민하지 말자. 
대답할 필요가 있는 문제를 먼저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12번에 나눠 트리즈(TRIZ, 창의적 문제 해결 이론)에 대하여 간략하게 알아보았다. 

문제 해결을 하는 이론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트리즈는 문제를 먼저 창의적인 문제로 만들어야 한다. 

문제가 제대로 정의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해결 방법을 활용해도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문제가 정의되면 간단하게 해결안이 나올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만약 나에게 문제를 위한 1시간이 주어진다면 55분은 문제를 정의하는데, 나머지 5분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할 것이다.”라고 했다. 

문제를 위한 1시간 중 대부분을 문제를 정의하는 데 사용한다는 의미는 문제 정의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아이디어 가치     

회사를 다닐 때 트리즈 전문가로 많은 과제를 컨설팅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현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바로 적용 가능한 구체적 아이디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문제를 분석하고 정의한 후에 아이디어를 만들고 아이디어가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다른 주변 요소들과 추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예측한 후에 아이디어를 선정하여 적용할 수 있게 구체화한다. 

컨설팅 과제를 진행할 때는 문제를 제시한 팀 담당자와 문제에 관한 질문을 계속해 나가면서 정보를 수집하면서 함께 일하는 트리즈 전문가들과 문제를 분석한다. 

문제 분석은 유사 제품 분석은 기본이고 국내외 관련 특허를 분석하고 근본 원인 분석도 진행한다. 

문제를 의뢰하는 사람은 이미 문제를 의뢰할 때 어느 정도 해결안이 있는 상태이다. 

문제가 발생하자마자 바로 컨설팅을 의뢰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 초기 단계는 대부분 사람 생각에는 간단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어느 문제이든지 문제를 듣자마자 신기하게도 아이디어를 얘기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아이디어 대부분은 이미 적용해봤거나 실패한 아이디어일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문제 난이도에 따라 다르지만, 구체적 아이디어가 나오기까지는 일반적으로 3개월 이상 기간이 필요하다. 

대부분 사람은 과제가 시작된 후 1주일이 지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도출되었는지를 물어본다. 

과제 시작 전에 3개월이 걸린다는 것을 알고 계약했지만 3개월 후에 구체적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얘기한 것은 금방 잊어버린다. 

매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냐고 확인하므로 현재 진행 중인 아이디어 방향성에 관하여 얘기한다. 

문제 정의를 할 때부터 아이디어 방향은 상당히 중요하다. 

변경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하여 확실하게 알고 진행해야 하는데 근본 원인을 찾는다고 변경 불가능한 원인을 제시하면 안 된다. 

수시로 문제와 해결 방향에 대하여 협의해야 나중에 엉뚱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사람들은 트리즈 전문가는 문제를 듣는 순간 바로 해결해 준다는 이상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과제를 진행하기 위해 과제 담당자를 만난다. 

문제에 대하여 과제 담당자가 20분 정도 설명해준다. 이때 문제는 아주 다양하다. 

그 분야 전문가는 아니지만 대략 20분 설명하고 추가적인 설명을 하지 않는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과제 담당자를 만나기 전에 진행했던 유사 과제를 찾아보고 관련 내용을 공부해야 이해할 수 있다. 

20분 정도 설명한 후에 바로 아이디어를 달라고 한다. 

아이디어를 말하기 전에 항상 제한 조건을 말하는데 대부분 추가적인 돈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재료비 또는 공정 제조비는 상승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20분 정도 설명을 듣고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를 의뢰하기 전에 내부에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을 것이고 그런 노력을 통하여 몇 가지 아이디어를 도출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적용하려고 하면 제한 조건에 부딪히거나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전문가를 불렀을 것이다. 

이런 과제를 듣고 대략적인 견적을 내야 한다. 

아이디어는 하루 만에 나올 수도 있고 1년이 걸려도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문제 해결 프로세스와 과제 난이도를 보면서 기간 및 투입 인원을 정해야 한다. 

보통 수준 과제는 2명이 3달 정도 진행하면 구체적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다. 

이후에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설계하고 샘플을 만들고 적용하면 되는 것이다. 

3개월 후 나온 아이디어는 최첨단 기술이 적용되면서 신소재로 바뀌고 인공지능이 되고 빅데이터와 블록체인이 적용되는 엄청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제한 조건을 다시 말하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트북 마우스가 보통 만원이라고 하면 엄청난 기술과 소재를 적용하여 천만 원에 만들 수 있는 마우스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좋은 아이디어라고 평가받지 못한다. 

3개월 후에 나오는 아이디어를 듣고 나면 대부분 사람 반응은 그런 아이디어는 이미 생각해본 것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인데 문제가 발생하면 생각하지 못했던 이유는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는 간단하고 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사람은 과제를 시작하기 전에 어떤 아이디어가 있는지 제시하라고 한다. 

컨설팅 결과가 아이디어를 내는 과제인데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제안으로 아이디어를 먼저 보여 달라는 것이다. 

결론을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에 먼저 결과물을 달라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과거에 컨설팅을 수행하고 마음에 드는 결과를 얻지 못한 경우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생각한 아이디어를 그냥 쉽게 가져가려고 한다. 

내 아이디어를 모두 특허로 등록해 놓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잘 못 얘기하면 그냥 아이디어만 뺏기는 것과 같다. 

특히 다른 사람 생각을 보는 것은 영화 예고편을 보는 것과 같다. 

영화 예고편을 보고 비슷한 영화를 만들 수도 있고 시나리오를 보고 다른 사람이 유사한 영화를 먼저 만들 수도 있다.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디어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인정해 주는 것도 중요한 자세이다.


모든 아이디어는 문제로부터 시작된다. 

제대로 정의된 문제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문제가 발생하면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말고 먼저 문제를 봐야 한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질문을 통해 정보를 얻어야 한다.

문제 해결 방법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다. 

문제가 문제다.          


* 본 글은 한국표준협회 미디어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인 품질경영에 연재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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