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 루틴
창의적 사고의 출발점은 문제를 발견하는 데 있다.
문제를 잘 본다는 것은 단순히 불편함을 찾는 것이 아니라, 표면 아래 숨겨진 기회와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문제를 피하려 하거나, 눈앞에 드러난 문제만을 본다. 이는 우리가 교육과 사회에서 ‘정답 맞히기’ 중심의 사고 훈련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정답은 하나라고 믿는 환경에서는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거나 다르게 바라보는 능력이 길러지기 어렵다.
심리학자 제이콥 게틀러(Jacob Getzels)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예술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작품 제작 전에 문제를 재정의하는 시간이 길수록 결과물이 더 창의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Getzels & Csikszentmihalyi, 1976).
즉,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창의성의 수준을 결정한다.
TRIZ는 문제 발견을 ‘시스템 분석’과 ‘자원 파악’에서 출발한다. 겉으로는 잘 작동하는 시스템이라도, 그 안에는 개선 가능성이 숨어 있다. TRIZ의 발명 원리 중 ‘자원 활용’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이미 존재하는 자원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고, 그 속에서 문제와 해법의 실마리를 찾는다(Altshuller, 1984).
디자인 씽킹의 첫 단계인 ‘공감(Empathize)’도 같은 맥락이다. 사용자의 경험 속에 들어가 관찰하고, 질문하며, 표면적 불편함 너머에 있는 근본 문제를 찾아낸다.
CID(창의적 상상력 개발)에서는 문제를 다각도로 바라보는 훈련을 반복한다. 사물이나 상황을 확대, 축소, 변형, 결합하는 상상 훈련을 통해 숨겨진 문제를 드러내고,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문제 발견 능력을 키운 사례는 역사와 현실 속에 다양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단순히 눈앞의 대상을 그리지 않았다. 그는 물이 떨어지는 순간의 형태, 새의 날갯짓 각도, 사람의 손동작을 반복 관찰하며 ‘왜’라는 질문을 놓지 않았다. 관찰 기록 속에는 그가 당시 기술로는 실현할 수 없는 기계 구조와 공학적 발상이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
현대의 사례로는 일본의 도시락 업계에서 일어난 변화를 들 수 있다.
한 도시락 제조사는 고객 불만이 거의 없던 상황에서도 ‘혹시 놓치고 있는 문제는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직원들이 고객의 도시락 개봉 과정을 직접 관찰한 결과, 젓가락 포장이 종종 열기 힘들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작은 문제를 해결하자 고객 만족도와 재구매율이 동시에 상승했다.
저자의 경험인 ‘생트집의 날’도 문제 발견 훈련의 좋은 예다. LG생산기술원에서 운영했던 이 프로그램은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설비나 공정을 일부러 선정해 개선 포인트를 찾는 활동이었다. 참가자들은 설비의 구조, 동선, 작업자의 움직임까지 세밀하게 관찰하며 ‘어떻게 하면 더 좋을까’를 질문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아이디어도 환영했고, 그중 일부는 실제 개선안으로 이어졌다. 이 경험은 문제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내고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핀란드 교육의 ‘실패 숙제’도 문제 발견을 훈련하는 방법이다. 학생들에게 일부러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를 맡기고,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단순히 결과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 어떤 문제를 놓쳤는지를 찾는 법을 배운다.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는 능력이 향상될수록, 다음 시도에서 더 창의적인 해결책이 나온다.
문제 발견은 관찰과 질문, 그리고 의도적인 거리 두기를 통해 가능해진다. 같은 사물을 여러 시각에서 바라보는 습관, ‘왜’를 반복해서 묻는 태도, 전혀 다른 분야의 관점을 빌려오는 시도가 모두 문제 발견의 도구가 된다. 창의 루틴에서 문제 발견은 첫 단추와 같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이후의 발상, 실험, 구현이 힘을 발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