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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모순의 제거 원리 (분리법칙)

ARIZ

by 한유신

우리는 TRIZ에서 4가지 분리원리(Separation Principles)를 알고 있다.
시간(Time), 공간(Space), 조건(Condition), 그리고 전체와 부분(Whole and Part)의 분리다.

이 네 가지는 물리적 모순을 푸는 가장 기본적인 사고 도구다.


이 4가지 원리는 TRIZ 초창기, 알트슐러가 제안한 ‘물리적 모순(Physical Contradiction)’을 풀기 위한 핵심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후 그는 더 깊은 수준의 문제 해결을 위해 이 사고법을 11가지 분리·전이 원리(Separation and Transition Principles)로 확장했다.

이는 ARIZ(Algorithm of Inventive Problem Solving, 발명문제해결알고리즘)의 한 부분으로, 시스템이 진화하면서 복잡한 모순을 더 섬세하게 다루기 위해 만들어진 체계다.

이 11가지 원리는 단순히 “나누는 방법”을 넘어서, 시스템의 변화 방향, 상전이(Phase Change), 물질의 전이(Transition), 그리고 물리·화학적 상호작용까지 포괄한다.
즉, 더 이상 ‘시간·공간’만의 분리가 아니라, 문제의 구조와 재료, 상태, 시스템의 위계까지 모두 고려하는 사고의 확장인 것이다.

이제, TRIZ의 ARIZ에서 제시한 11가지 분리·전이 원리(Separation and Transition Principles)를 살펴보자.
각 원리에는 실제 특허 사례와 오늘날 산업과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예시가 함께 들어 있다.




1. 공간으로 모순특성을 분리 Separation of conflicting properties in Space


광산에서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서, 물방울을 분사하는 스프레이를 사용한다.
작은 물방울은 먼지를 잘 제거하지만 안개로 변하고, 큰 물방울은 먼지를 잘 제거하지 못한다.
커다란 원추모양의 물방울에 작은 물방울을 입히는 것이 제안되었다.


쉽게 말하면 서로 반대되는 성질이 있을 때, 같은 장소 안에서 동시에 구현하기 어렵다면 ‘공간’을 나눠서 각각의 역할을 다르게 하면 된다.
한쪽은 작게, 한쪽은 크게, 위치나 구조를 다르게 만들어 두 성질을 모두 살리는 방법이다.


현대 사례

항공기 엔진의 냉각 구조: 내부는 단열, 외부는 열 배출 구조로 분리.

노트북: 하판은 방열용, 상판은 사용자의 손이 닿는 단열 구조.


일상 사례

냉장고: 냉동실은 아주 차갑게, 냉장실은 적당히 차갑게 — 한 공간 안에서 구분.

커튼: 안쪽은 부드럽게 빛을 퍼뜨리고, 바깥쪽은 빛을 막는다.


2. 시간으로 모순특성을 분리 Separation of conflicting properties in Time


용접 시 두 시편의 틈이 넓으면 넓은 용접전극이 필요하고, 좁으면 작은 폭의 용접전극이 필요하다.
용접 Gap에 따라서, 용접 전극이 변하는 것이 제안되었다.
양립할 수 없는 작용이 필요한 경우, 한 작용이 일시 정지 되었을 때, 다른 작용을 한다.
비행기의 형상이 필요에 따라 가변적으로 변한다.


쉽게 말하면 두 가지 기능이 동시에 작동할 수 없다면, ‘시간’을 나눠서 순서대로 실행하면 된다.
상황이나 순간에 따라 기능이 바뀌는 구조로 생각하면 된다.


현대 사례

하이브리드 자동차: 가속할 때는 엔진, 감속할 때는 전기모터 작동.

세탁기: 세탁 → 헹굼 → 탈수 순서로 기능이 시간에 따라 바뀜.


일상 사례

신호등: 한쪽이 멈추면 다른 쪽이 움직인다.

보일러: 필요할 때만 작동하고, 온도가 유지되면 멈춘다.


3. 시스템 전이 1a : 균일/불균일한 시스템을 조합하여 상위 시스템으로 전이하라 System transition 1a : Combination of homogeneous or heterogeneous systems into a super–system


얇은 유리판이 이동하는 시스템에서, 유리판을 겹쳐서 하나의 덩어리처럼 만들면 깨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시스템의 효율을 높이고 발전시키려면 상위시스템으로 전이하라. (Mono–bi–poly)
컴퓨터는 네트워크와 결합하여 프린터나 인터넷의 사용을 가능하게 한다.


쉽게 말하면 하나의 시스템이 약할 때는, 다른 시스템과 결합해서 더 큰 구조(상위 시스템)를 만들면 된다.
함께 연결될 때 새로운 기능이 생긴다.


현대 사례

스마트폰: 전화, 카메라, 컴퓨터를 결합한 상위 시스템.

전기차 충전소: 에너지 + 네트워크 + 데이터 결합 시스템.


일상 사례

복합 프린터: 인쇄·스캔·팩스를 하나로 묶은 장치.

통합교통카드: 교통, 결제, 포인트 기능을 통합한 시스템.


4. 시스템 전이 1b – 시스템의 반대 시스템이나, 반대 시스템과의 결합으로 전이하라 System transition 1b : Transition from a system to an anti–system or combination of a system with an anti–system


지혈을 위해서, 다른 혈액형의 피를 이용한다.
Mono–Bi–Poly의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다른 성질의 요소, 반대 성질의 요소와 결합시킨다.


쉽게 말하면 반대되는 성질이나 작용을 일부러 섞어서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거나 새로운 효과를 얻는 방식이다.


현대 사례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외부 소리와 반대 위상의 음파를 만들어 소음을 없앰.

자기부상열차: 중력의 반대인 자기력으로 마찰 제거.


일상 사례

자동차 충돌 방지: 충격과 반대 방향으로 팽창하는 에어백.

소화기: 열의 반대 성질인 냉각 가스로 화재 진압.


5. 시스템 전이 1c – 전체 시스템이 X 특성일 때, 부분적으로 반-X 특성을 갖게 하라 System transition 1c : The entire system has a property X while its parts have a property opposite to X (anti–X)


바이스는 복잡한 물체를 고정하기 위해 서로 분할된 브러시로 만들어져 있다.
고정해야 하는 물체의 모양은 다양하며 바이스로 쉽고 빠르게 고정해야 한다.
바이스는 단단(Solid)하면서도, 다양한 물체를 고정하기 위해서는 Soft 해야 한다.
부분과 전체의 분리 Vice의 동작부를 세분화된 핀으로 서로 상대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고안함으로써 여러 가지 형상의 부품을 신속하게 고정시킬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전체는 단단하게 유지하면서, 일부만 유연하게 만들어 두 가지 성질을 동시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현대 사례

자동차 차체: 전체는 강하지만, 충돌 존은 변형되도록 설계.

항공기 날개: 전체는 고정, 플랩은 움직이며 유연하게 조정.


일상 사례

빨대컵: 몸체는 단단하지만 빨대는 부드럽고 휘어진다.

고무장갑: 전체는 방수지만 손끝은 미끄럼 방지 처리.


6. 시스템 전이 2 – 마이크로 레벨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전이시켜라 System transition 2 : Transition to a system that works on the micro–level


정밀성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기계식 탭(잠금장치, 마개) 대신에 온도식 탭을 사용한다.
“온도식 탭(Tap)”은 열팽창계수가 다른 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틈은 열에 의해 만들 수 있다.
진화과정에서 시스템의 효율을 향상시키려면, 마이크로 레벨로의 전이를 통하여 달성할 수 있다.
시스템이나 시스템의 부품은 장과 상호 작용하여 원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물질로 대체된다.


쉽게 말하면 크게 바꾸지 말고, 작은 단위(미세구조·입자 수준)에서 문제를 해결하면 효율이 좋아진다.


현대 사례

반도체 미세공정: 회로를 나노 단위로 줄여 성능 향상.

나노코팅 기술: 미세 돌기로 오염 방지.


일상 사례

미세먼지 필터: 나노섬유로 작은 입자까지 걸러냄.

치약의 미립자: 치아 틈새의 세정력 향상.


7. 상전이 1 : 시스템의 일부분이나 외부 환경의 상태를 대체하라 Phase transition 1: Substitution for the phase state of a system’s part of external environment


광산 내의 공압 시스템을 위해 압축가스 대신 액화가스를 사용할 것을 제안.
다른 물질의 도입 없이 효율을 향상시키려면 물질의 상을 바꿔라.


쉽게 말하면 새로운 재료를 넣지 않아도, 물질의 상태(고체 ↔ 액체 ↔ 기체)를 바꾸면 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
물질의 ‘상태 변화’를 이용해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현대 사례

PCM(Phase Change Material) 단열재: 고체에서 액체로 바뀌며 열을 흡수·방출.

드라이아이스 세정기: 고체 CO₂가 승화하면서 세정 효과 발생.


일상 사례

얼음주머니: 얼음이 녹으며 열을 흡수해 몸을 식힘.

온찜질팩: 뜨거운 물이 식으며 열을 서서히 방출.


8. 상전이 2 : 물질이 작동조건에서 한 개의 상에서 다른 상으로 변하는 물질이라면,

시스템의 일부분에 물질의 두 가지의 상태를 적용하라 Phase transition 2: Dual phase state of a system part (Using substance capable of converting from one phase to another conditions)


열 교환기의 성능 향상을 위해서 니켈–티타늄 합금으로 ‘꽃잎’ 같은 (표면에 작은 Flat 한 돌기들이 있는) 형상을 만들 것을 제안하였다.
온도가 증가하면, ‘꽃잎’은 펼쳐져 열교환 면적이 증가할 것이다. (형상기억 효과)
시스템에 두 가지 특성이 필요하다면, 동작조건에서 상이 변하는 물질을 이용하라.


쉽게 말하면 한 물질이 상황에 따라 두 가지 상태로 바뀌면서 두 기능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원리다.
즉, ‘온도 또는 조건에 따라 스스로 변하는 물질’을 쓰는 방법이다.


현대 사례

형상기억합금(니켈–티타늄): 온도에 따라 형태가 자동으로 복원.

스프레이 폼 단열재: 분사 시에는 액체, 경화 후에는 단단한 고체로 변함.


일상 사례

헤어젤: 손에서는 액체, 머리에 바르면 고정된 고체.

자동 온도조절 의류: 체온에 따라 통기성이 변하는 소재.


9. 상전이 3 : 상전이 시에 함께 발생하는 현상을 활용하라 Phase Transition 3: Using phenomena associated with phase transitions


얼음 Bar를 이용하여 냉동 화물을 이송하는 것 (얼음이 녹아 마찰력이 감소한다)
상변화에 의해 에너지의 흡수/방출이 일어나며, 물질의 구조, 밀도, 열전도 등이 달라진다.


쉽게 말하면 물질이 상태를 바꾸는 순간에 생기는 ‘부수 현상(열, 밀도, 마찰 등)’을 그대로 이용하라.


현대 사례

냉매 시스템: 기화·응축 과정에서 열을 주고받음.

발열 시트: 상변화 시 발생하는 열 에너지를 이용.


일상 사례

손난로: 화학반응의 상변화로 열 방출.

에어컨: 냉매의 응축수 생성을 이용해 제습.


10. 상전이 4 : 이중 상을 가진 물체로 단일 상을 가진 물체를 대체하라 Phase transition 4: Substitution of a mono–phase substance with a dual–phase state


어떤 요소를 광택 연마하기 위해서, 용융된 납(Pb)에 강자성체 연마입자를 섞어 연마 물질로 사용하는 것이 제안됨.
두 가지 특성이 필요하다면 단일 상을 이중 상 물질로 대체하라.
이중 상 물질로 대체 시스템의 효율을 향상시키려면, 요소 간 상호작용(물리/화학적)을 활용하라.


쉽게 말하면 하나의 물질로 두 성질을 동시에 얻기 힘들 때, 두 가지 상태가 공존하는 물질을 사용하면 된다.


현대 사례

복합소재(금속+세라믹): 강도와 내열성을 동시에 향상.

반도체 패키지: 전도체와 절연체의 이중상 구조 활용.


일상 사례

스펀지: 고체 + 기체 상태가 함께 존재해 흡수력 증가.

거품 세정제: 액체 + 기체 이중상으로 세정 효율 향상.


11. 물리–화학 전이 : 물질이 분해–결합, 이온화–재결합 등의 결과로 나타났고 사라지는 것을 활용하라 Physical–chemical transition: Substance appearance–disappearance as a result of decomposition–combination, ionization–recombination



나무로 만든 베어링의 마찰되는 표면은 암모니아에 의해 소성 변형한다.
생산성을 높이고 처리 비용을 낮추기 위해, 암모늄염((NH₄)₂CO₃)을 사용하였다.
암모늄염은 처리 과정의 열로 인하여 분해된다. (열원은 마찰이다.)
물질입자가 필요하지만 얻을 수 없다면, 상위구조 수준의 물질을 분해하여 얻을 수 있다.
상위구조 물질이 분해해야 한다면, 가장 근접한 상위구조를 분해하는 것이고, 하위구조 물질을 결합해야 한다면, 가장 근접한 하위구조를 결합하는 것이 용이하다.


쉽게 말하면 화학반응(결합·분해 등)을 이용해 새로운 물질이나 기능을 만드는 방법이다.
즉, 물리 변화와 화학 변화를 같이 활용하는 원리다.


현대 사례

리튬이온 배터리: 이온의 이동(화학)과 전자 흐름(물리)을 결합.

금속 3D 프린팅: 금속 분말의 화학 결합 + 물리적 열 소결 병행.


일상 사례

발열팩: 철가루가 산소와 화학 반응하며 열을 냄.

정수기 필터: 활성탄의 화학 흡착 + 물리 여과.



이렇게 ARIZ에서는 물리적 모순을 제거하는 원리가 11가지나 있다.

알트슐러가 모순을 해결할 때 기술적 모순에서 해결하지 말고 물리적 모순으로 해결하라고 하는 이유는 이런 것인가 생각한다.

다시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보자.

시간 없는 사람들을 위한 정리 부분이다. 시간 없는 사람이 여기까지 읽었을까?



1. 공간으로 나눠라 (Separation in Space)

→ 한 시스템 안에서 위치나 구조를 달리해 두 가지 성질을 공존시킨다.
핵심: “같은 곳에서 동시에 안 되면, 공간을 나눠라.”


2. 시간으로 나눠라 (Separation in Time)

→ 서로 반대되는 작용이 동시에 불가능할 때, 시간 순서로 번갈아 수행한다.
핵심: “한 번에 못 하면, 순서대로 해라.”


3. 시스템을 합쳐라 (Transition 1a – Combine systems)

→ 하나의 시스템으로는 부족할 때, 다른 시스템과 결합해 새로운 구조로 만든다.
핵심: “혼자 못 하면, 같이 해라.”


4. 반대 성질을 섞어라 (Transition 1b – Combine with opposite system)

→ 반대 성질을 결합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한다.
핵심: “반대를 없애지 말고, 활용하라.”


5. 전체는 그대로, 부분만 다르게 (Transition 1c – System X, parts anti-X)

→ 전체는 단단하게, 일부는 유연하게 만들어 두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핵심: “모두 같을 필요 없다. 일부만 다르게 만들어라.”


6. 작게 쪼개라 (Transition 2 – Micro-level system)

→ 큰 구조를 바꾸지 않고, 미세한 수준에서 효율을 높인다.
핵심: “크게 바꾸기 어렵다면, 작게 바꿔라.”


7. 상태를 바꿔라 (Phase Transition 1 – Change phase state)

→ 새로운 재료 없이, 물질의 상태(고체↔액체↔기체)를 바꿔 기능을 만든다.
핵심: “재료를 바꾸지 말고, 상태를 바꿔라.”


8. 하나의 물질이 상황에 따라 변하게 하라 (Phase Transition 2 – Dual phase state)

→ 온도나 조건에 따라 물질이 변하면서 두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
핵심: “스스로 변하는 재료를 써라.”


9. 변화할 때 생기는 현상을 이용하라 (Phase Transition 3 – Use associated effects)

→ 상변화 중 생기는 열·밀도·마찰 변화를 그대로 활용한다.
핵심: “부수 효과도 자원이다.”


10. 두 가지 상태를 동시에 가진 물질을 써라 (Phase Transition 4 – Dual-phase substance)

→ 한 물질에 두 상태가 공존하도록 해 두 성질을 모두 갖게 한다.
핵심: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 다 넣어라.”


11. 물리·화학반응을 활용하라 (Physical–chemical transition)

→ 화학반응(분해·결합)과 물리 작용을 결합해 새로운 기능을 만든다.
핵심: “반응 그 자체를 이용하라.”


아이디어 도출할 때 물리적 모순을 정의하고 난 후에 11가지 원리를 활용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트리즈는 어렵다고 하지만 이해하고 나면 상당히 논리적인 아이디어 도출 방법이라고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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