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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유신 Jun 30. 2019

생각이 바뀌는 크기와 모양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침에 이를 닦기 위해 컵에 물을 받는다.

시간이 없어 수도꼭지를 가장 크게 돌려서 컵에 물을 받는다.

컵에 순식간에 물이 차기 시작한다.

수도를 잠그니 컵에는 물이 반만 차있다.

컵에 비해 물이 많이 들어오고 빨리 들어오니 컵 안에 물이 남아있지 못하고 다시 새로 들어오는 물과 함께 넘쳐버린다.


강의를 할 때마다 느끼는 점은 다르다.

어떤 교육생들은 강의 내용을 모두 소화하지만 또 다른 교육생들은 해맑은 표정으로 앉아있다.

강의에 흥미를 잃고 스마트폰과 시간을 보내거나 아니면 수면학습법을 실습하고 있다.

(*수면학습법: 자는 것도 아니고 일어난 것도 아닌 비몽사몽 간에 자아를 버리고 아무런 비판 없이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는 법. 장점으로는 들어오는 정보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지만 단점으로는 제정신이 돌아왔을 때 기억을 못 함)



사람들과 대화할 때 자기가 아는 것이 옳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최근 들어 증명된 사실들과 검증이 있지만 아직 자기 눈으로 확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믿지 못한다고 한다. 아직 지구 주위로 태양이 돌고 있는 것일까?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은 모두 경험해 보지는 못 했을 텐데 고정관념에 갇혀 있는 사람이 많다.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남 얘기를 듣지 못한다. 아니 들을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다.

해맑은 교육생은 내용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딱 자기가 아는 선까지만 이해하면 끝이다. 차라리 모르는 것이 좋지 이상하게 이해하고 난 후에 모든 것을 다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소주병과 항아리가 있다.

두 개를 비교하면 소주병은 입구는 좁고 작지만 항아리는 입구도 크고 크기도 크다.


사람이 가지는 생각의 크기와 모양도 이러하지 않을까?

소주병을 닮은 크기와 모양의 생각을 가진 사람은 쉽게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한 크기가 작기 때문에 내용물을 버려야 새로운 생각을 받을 수 있다.

항아리 모양은 크기가 커서 많은 생각을 품을 수도 있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도 쉽지만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을 비우기가 어렵다. 새로운 것이 들어가서 안에 있던 것들과 섞이게 된다.

소주병 모양은 남들과 쉽게 나눌 수 있지만 금방 한계를 보인다. 항아리는 남들에게 쉽게 주지 못하지만 남들이 쉽게 퍼갈 수 있다.

스스로 퍼가려는 사람에게만 주고 필요한 만큼 준다는 것이다. 혹시 다른 것이 묻은 국자를 가져와서 퍼가도 상관없어진다.



소주잔과 냄비에 물을 가득 채우려 한다.

이때 물은 같은 유속과 유량이라고 하자.(난 화학도 했으니깐 실험조건이 동일하다는 것을 강조해야 함. 물론 수온 및 다른 조건은 동일하다.)


한 번에 많은 물이 나온다는 조건에서는 작은 소주잔보다 10리터 냄비가 가득 차는 것이 더 빠르다. 소주잔은 절대 가득 차지 않는다.

다 넘쳐서 가득 찰 수가 없다.


하지만 조금씩 흐르는 물에는 소주잔이 빨리 가득 찬다. 냄비는 아직도 채우고 있다.

빠르고 많은 물이 컵에 물을 채우는 시간이 반드시 빠르지는 않다.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은 먼저 생각을 품을 수 있는 크기를 키워야 한다. 또한 생각이 들어오는 입구를 넓혀야 한다. 새로운 생각이 들어오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함께 묵히면서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항아리는 숨 쉰다고 한다. 필요 없는 생각을 밖으로 빼야햐다는 것이다.


강의할 때는 강사가 중요하다.

교육생들의 크기를 파악하여 빨리 부을 것인지 서서히 부을 것인지 속도 조절을 해야 하고 어느 정도를 채워줄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내가 강의할 때는 수도꼭지와 같이 부어주지는 않는다. 내 강의는 스프링클러와 같이 뿌려준다.

입구가 넓은 사람은 많이 받아가고 입구가 좁은 사람과 이미 차있어서 버리지 못하는 사람은 많이 받아갈 수 없다.


컵을 채우기 위해서는
컵에 맞는 속도와 양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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