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를 숨기지 말자.
의도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막상 설명하려고 하면 어렵다.
도대체 의도가 뭘까?
왜 그렇게 했는지 묻는 말인지 숨은 목적을 캐묻는 말인지 생각해야 한다.
의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는 모든 것에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이건 왜 했을까, 저건 무슨 의도일까 자꾸 찾는다.
그런데 모든 일 중에는 의도 없이 한 일도 많다.
그냥 한 것과 같이 특별한 이유 없이 시작한 일도 있다.
의도가 없는 상태는 이상한 게 아니라 오히려 자연스럽다.
생각보다 많은 일은 계획 없이 움직인다.
손이 먼저 나가고, 말이 먼저 튀어나오고, 발이 먼저 움직인다.
대부분 일을 저질러놓고 의도를 찾으려고 한다.
난 그냥 한 일인데 다른 사람이 의도를 물어보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일까지 설명해야 하고 그냥 한 일인데 믿지 않아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의도는 처음부터 있는 게 아니라 하다 보니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시작했는데, 계속하다 보니 왜 이걸 하고 있는지 알게 되면서 없었던 의도가 생긴다.
이건 과정에서 생긴 의도다.
어떤 일은 결과에서 거꾸로 의도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의도 없이 진행하다가 나중에 이런 의도로 진행했다고 의미를 씌우기도 한다.
그렇다고 의도가 없는 일이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의미 없이 하는 일과 의도 없이 하는 일은 다른 것일까?
이렇게 생각하면 의도는 목적을 뜻하나 보다.
목적보다 의도는 뭔가 숨기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특히 다른 사람을 볼 때 이런 것을 많이 느끼게 된다.
누군가 친절을 베풀 때 의도가 뭔지 생각하라고 한다.
목적이 뭔지 생각하라고 하지 않는다.
목적은 명확하고 남들과 나눌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이는 목적 속에 어떤 의도가 담겨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럼 목적의 그림자가 의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여기서 궁금해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1(宜稻)「명사」 벼를 심기에 적당함. 의도
2(意圖)「명사」 무엇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계획. 또는 무엇을 하려고 꾀함 의도
3(義徒)「명사」의(義)를 주장하는 무리.≒의중. 의도
4(義盜)「명사」 탐관오리들의 재물을 훔쳐다가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의로운 도적.=의적. 의도
5(儀刀)「명사」 『역사』 의장(儀仗)에 쓰던 칼.
의도에 뜻이 5개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의도라는 단어에 숨겨진 의도를 찾았다.
벼를 심기에 적당하다는 뜻이 첫 번째이다. 역시 의도는 처음부터 나오지 않는다.
사전에서 보면 의도는 시작하기 전에 만들어지는 것 같다.
시작하기 전에 좋은 의도인지 나쁜 의도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깐 목적은 좋은 목적과 나쁜 목적으로 얘기하지 않는 것 같다.
2. 의도를 전체 보기로 해보자.
「명사」
무엇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계획. 또는 무엇을 하려고 꾀함.
연출자의 의도.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
나쁜 의도로 그런 것은 아니다.
그것을 묻는 진짜 의도가 궁금하다.
비슷한 말 뜻, 의사(意思), 의지(意志), 의향(意向)
의도는 숨겨진 것이다.
한자로는 뜻의 그림이라고 해석해도 될까?
의도는 어쩌면 큰 그림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어떤 행동이나 일을 하는 목적을 큰 그림에서 봐야 한다는 뜻일 수 있다.
대부분 크고 길게 보지 않고 단편적으로 보고 생각한다.
의도를 파악하라는 것은 큰 그림을 보고 그 그림 속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하라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고 의도는 항상 고정되어 있지 않다.
상황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고, 환경이 바뀌면 의도도 달라진다.
처음의 의도만 생각하면, 현재의 변화를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의도는 처음 큰 그림에서 벗어나지는 않는지 점검해야 한다.
의도만 앞세우면 행동이 느려진다.
왜 해야 하는지 다 정리되기 전까지 아무것도 못 하게 된다.
반대로 의도를 전혀 생각하지 않으면 방향을 잃게 된다.
시작하면서 의도를 만드는 것도 괜찮다.
의도가 좋고 나쁨은 시간이 지난 후에 알게 된다.
난 좋은 의도로 한 것인데 상대방은 나쁘게 얘기할 수도 있다.
사실 좋은 의도로 포장한 것일 수도 있고 의도와 다르게 행동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좋은 의도로 조언을 해주지만 듣는 사람은 잔소리로 듣는 이유일 것이다.
우린 꽤 좋은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아무도 나쁜 의도로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짜 좋은 의도만 가지고 행동할까?
좋은 의도만 있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의도를 솔직하게 표현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질문은 도대체 의도가 뭘까라는 것이다.
이러면 의도를 생각하지 말고 그냥 목적을 얘기하는 것이 좋겠다.
다른 사람 얘기를 그냥 고민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싶다.
나한테 하는 좋은 제안도 진짜 내가 잘되기를 바라고 하는 것이라고 믿고 싶고 함께 하자는 수많은 일들도 진짜 내가 필요해서라고 생각하고 살고 싶다.
아직도 난 숨은 의도를 보지 않는다.
숨은 의도를 몰라도 살아가는 데 아직까지는 지장이 없다.
서로 의도를 숨기지 말자.
여의도에 국회의사당을 만든 의도는 뭘까?
혹시 의도를 외도라고 보고 온 사람은 없기 바란다.
외도는 제주에 있는 동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