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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유신 Sep 05. 2019

광교에 고립되다

내 주변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광교로  이사 온 지 한 달이 지났다,

강북에 살다가 강남을 지나 경기도까지 내려왔다.


비가 오는 창밖을 보다가 전을 먹어야겠단 생각으로

스팸과 계란을 구워서 먹는다.




이제 혼자 산 지 2년이 되었다.

2년 동안 3번 이사도 하고 퇴사도 하고 많은 일이 있었다.


회사를 다닐 때는 매일 회사 사람들과 회식을 하고

(회식은 아니고 마음에 맞는 사람과 저녁 먹기)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녔다.


광교로 온 이후는 광교에만 있는 것 같다.

회사는 걸어서 10분인데 그중 5분은 건널목 신호 기다리는 시간이다.


퇴사하고 나서 제일 그리운 것이 사람들과 저녁 먹는 것일지는 몰랐다.

아무 의미 없는 말들, 이상한 개그도 있었지만

말도 안 되는 미래를 우리가 만들어 간다고 상상하고 즐거워했다.


핑계 같지만 내가 더 이상 못 버티고 사람들을 놓고 나 혼자 탈출했다.

아직도 회사에는 나를 경계하고 시기하는 사람이 많나 보다.

퇴사자에게까지 신경을 써주는 인사팀에 감사한다,

회사에서 내 존재감이 아주 컸나 보다.

연봉 1억은 찍고 나왔어야 했는데 몇 백 모자라서 아쉬웠지만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작을 하고 1년 반이 지나간다.

예전에 못했던 것을 시작할 수 있다.

큰 회사던 작은 회사던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없나보다.

권한이 있으면 돈이 없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큰 회사에서는 돈도 없고 권한도 없었다.


나를 보고 만난 사람과 내직장을 보고 만난 사람이 구분되기 시작한다.


감사하게도 나를 필요한 사람만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새롭게 다시 시작하겠지?

내가 미련을 가지고 있던 과거를 모두 버리고 다시 시작해보자.


욕심을 버리기 전에 할 일은 욕심을 만드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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