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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유신 Feb 15. 2020

병아리는 삐약 비약

비약하는 생각들

병아리들이 삐약 삐약하면서 모여있다.


병아리 주변 닭들은 삐약거리지 않는다.



같은 현상을 보고 현상으로만 생각이 그치는 경우는 없다.

우리는 모두 상상하고 산다.

상상하는 것은 자유라고 한다.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것은 자유롭게 해도 된다.

하지만 그 상상을 믿어 버리거나 현실로 인식하게 되면 생각이 많아지게 된다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하여 걱정을 하게 된다.

생각이 비약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비약하기 시작하면 논리와는 상관없이 생각이 진행된다.


예전에 살을 빼려고 한 적이 있다. 

매일 운동을 하고 음식을 조금 먹으니 하루에 200g씩 살이 빠지는 것이다.

물론 200g은 그냥 오차로 봐도 되지만 2일 동안 계속 살이 빠졌다.

하루에 200g은 아주 작은 무게일 수 있지만 갑자기 생각이 비약하기 시작했다.

하루에 200g이면 5일에 1kg이고 한 달은 30일이니깐 한 달에 6kg이 빠지게 된다.

계속 진행하면 1년이면 72kg이 빠지게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걱정하게 됐다.

그래서 그만 했다. 이런 식이면 내가 없어질 것 같아서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이 비약하기 시작하면 전혀 현실과는 동떨어진 생각으로 진행된다.

만약 로또가 당첨돼서 30억 원이 생기면 어떡할까라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왜 이런 질문을 받으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일단 집을 사고........ 그런데 집이 30억이면 어떻게 세금을 낼까 고민한다.

할 수 없이 30억보다는 싼 집을 알아보아야겠다고 혼자 결정하면서 뭔가 아쉬워한다.

그럼 집은 20억으로 알아보면서 관리비가 많이 나오겠다고 걱정한다.

차도 비싼 것으로 사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연비가 별로 안 좋다고 유류비를 걱정한다.

어차피 상상이니깐 2억 원 정도 차를 사기로 결정한 후에는 이런 차는 정비할 때도 비싸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또 걱정하기 시작한다.

집이랑 차를 사니깐 벌써 22억을 써서 8억 밖에 안 남았다고 아쉬워하기 시작한다.


이런 식으로 있지도 않은 돈에 대하여 아쉬워하고 없는 집과 차에 대한 유지비를 걱정하는 것은 생각이 많이 비약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30억을 모두 기부하고 원래 살던 대로 살 수 있다. 


생각이 비약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욕심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을 두고 각각 결정되는 결과에 대하여 생각을 한다.

사느냐 죽느냐 이런 것을 가지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 결과와 같은 것을 두고도 고민하게 된다.

붙느냐 떨어지느냐 둘 중 하나가 결정될 때는 만약에 붙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와 떨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하여 고민한다.

물론 각각 결과는 극단적일 수가 있다. 

만약 붙으면 여태까지 못 했던 것을 할 것이고 사고 싶은 것도 살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떨어지면 다시 처음부터 내가 아는 일을 다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된다면 미래를 생각하게 될 것이고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되면 과거를 생각하게 된다.


하루에도 몇 번씩 결과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가 불안했다가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결정이 내가 살아온 것에 대한 결과가 아니라 남이 결정해주는 결과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힘들면 서로 탓을 하기 시작한다. 싸우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누가 잘했는지에 대한 대화를 하게 되고 대화 방법에 문제가 생기면서 결국에는 싸움이 된다.

누가 잘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물론 잘 못한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사람 관계란 여러 관점에서 보고 판단해야 한다.

두 명이 만나면 어느 부분은 한 사람이 잘했고 다른 부분은 다른 사람이 잘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더 이상 함께 하지 못한다면 그냥 둘이 안 맞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누가 잘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과거를 모두 돌아보면서 잘못을 들춰내는 것이다. 

서로 잘못을 들춰내고 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잘한 사람이 이기고 잘못한 사람이 지는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누가 봐도 명확하게 잘못된 것이 있을 것이다. 

웬만한 일들은 그 시점에서 그 상황에서는 잘못된 것이라 말할 수 있는데 넓은 관점에서 다시 보면 잘 못한 것이 오히려 잘한 것이 될 수도 있고 의도가 어떤지에 따라서 잘한 것도 잘못한 것이 될 수 있다.


생각이 비약하는 것은 내가 방어를 하고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데서 나올 수 있다.

서로 입장이 다르면 각자 상대를 생각하면서 생각이 비약된다.

단순한 행동 하나도 의미를 붙이고 그 의미를 정당하게 만들기 위해서 생각이 비약될 수 있다.


선물을 받으면 선물이 어떤 것인지에 따라서 상대방 의사와는 상관없이 해석하게 되고 상대방이 이 선물을 준 이유에 대하여 생각하다 보면 혼자 상상하면서 이미 결론을 내리게 된다.

다시 상대를 볼 때는 스스로 결론 낸 상황에 맞게 상대 행동을 재해석하게 된다.

하지만 상대방은 특별한 의미를 담지 않고 그냥 고마움을 표현하거나 아니면 집에 남는 게 있어서 준 것일 수도 있다.

상대방이 자기 결론과 맞지 않는 행동을 하게 되면 오히려 상대방에게 섭섭하다고 느끼게 된다.


생각을 비약하는 것이 각자 욕심이 있어서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어쩌면 생각을 비약해서 비록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결론에 다다르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많은 기술 발전을 해 온 것이다.


상상하는 것은 좋다. 
상상을 하기 위해서는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서 생각을 비약하는 것이 좋다.
생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달콤한 미래를 상상했으면
상상이 이루어지게 만들어야 한다.
비약은 나쁜 것이 아니다. 


비약은 높이 뛰어오르거나 갑자기 지위나 수준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거나 향상되는 것이다.

생각에 대한 비약은 순서에 따르지 않고 단계를 뛰어넘는 것으로 오류가 많을 수 있다.

생각을 비약하려면 생각하는 수준을 향상해야 한다.


병아리는 삐약삐약 한다. 
닭은 더 이상 삐약거리지 않는다. 
우리도 어릴 때 생각을 비약하여 상상을 많이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비약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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