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방에 러닝화를 억지로 욱여넣었다. 가방의 윗부분 형태가 러닝화 모양으로 변형됐다. 살짝만 지퍼를 만진다면 신발을 뱉어낼 것 같다. 얼추 준비를 마쳤다. 내일 아침엔 지하철보다 공항버스를 타야겠다. 집 근처에서 달리기를 할 때마다 외진 곳에 공항버스정류장이 있다는 게 뜬금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내일 막상 버스를 타게 될 일이 생겼다. 네잎크로바를 알아보지 못했었다. 초저녁에 누워 잠이 들었고 눈을 떴을 때 밤 12시였다. 오랜만에 해외여행이라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시 잠들지 못할 것 같다. 억지로 눈을 감았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상상을 했다. 긴장이 됐는지 손에서 땀이 난다. 잠이 달아났다. 마침 아스날과 첼시의 경기가 있었다. 선취골을 넣고 동점골을 먹히고 트로사르가 쉬운 찬스를 2번이나 놓쳤다. 허무하게 무승부로 경기가 끝났다. 여행 전 들뜬 기분이 가라앉았다.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현관문을 닫을 때 찰나의 틈새로 고양이 두 마리와 눈을 마주쳤다. 집에서 300m 정도 떨어졌을 때 얼굴이 아른거려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 작별하고 나왔다. 공항버스 타는 곳까지 뛰어야 했다.
인천공항 2 터미널에 도착해 수하물을 붙이는 곳으로 갔다. 스포츠백과 작은 에코백이 있었고 합쳐서 10kg가 넘지 않았다. 위탁수하물을 맡길 필요가 없었다.(이 얘기를 쓰는 건 혹시 미래에 내가 오늘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봐 기록한다) 비행기에 타니 역시나 긴장된다. 이륙하는 순간 앞 좌석에 갓난아이가 울부짖었다. 순간 나도 절정으로 긴장이 됐다. 손바닥과 겨드랑이에서 땀이 났다. 15분쯤 뒤에 비가 아니 땀이 그쳤다. 짧은 스콜이었다. 3시간 정도 지나 창문으로 뭉게구름을 보는 여유가 생길 때쯤 미야코지마 섬에 도착했다.
시모지시마공항은 작았다. 출국심사는 간단했고 공항버스를 타고 히라라항에서 내려 로커스호텔로 향했다. 친척동생을 닮은 친절한 한국인 직원이 있었고 체크인 시간 전이라 짐을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 숙소 주변을 정처 없이 걸어 다녔다. 월요일이라 영업하는 식당이 적었다. 생각보다 많이 걸었다. 피곤하고 배가 고팠다. 맥스벨류라는 대형마트까지 5km 정도 걸어가 부타동과 맥주를 먹었다. 피곤이 쏟아진다. 리뷰를 작성하니 사장님이 고맙다고 말하며 사탕을 줬다. 막대사탕을 빨며 숙소방향으로 걸어갔다. 근처 마트에서 회와 과자를 사서 숙소로 들어갔다. 한국인 직원은 퇴근하고 없었다. 긴장됐다. 일본직원들에게 숙소를 안내받았다. 열쇠가 2개였다. 직원에게 열쇠가 왜 두 개냐고 물었다. 직원은 착오가 있었다고 설명하고 516호 열쇠 하나를 건넸다. 여기까지 대화하기 위해 1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자세히 묘사하자면 나는 고개를 대각선으로 꺾으며 아?라는 말을 했고 / 일본인 직원 역시 고개를 대각선으로 꺾고 에?라는 말을 했다. 뭐 어쨌든 해결됐다.
몸에서 땀냄새가 났다. 그럴만했다. 강행군이었다. 샤워를 하고 기절하듯 잠들었다. 잠에서 깨니 개운했다. 6km 정도 러닝을 했다. 지난 마라톤의 피로가 느껴지지 않았다.(일주일 전 풀코스 마라톤을 했다) 온몸이 땀에 젖었다. 근처 편의점으로 들어가 맥주, 삼각김밥, 푸딩, 빼빼로를 샀다. 계산하려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는데 1000엔짜리 지폐가 땀에 젖어있었다. 직원은 친절한 말투였지만 분명 검지와 엄지로 집게손을 만들어 지폐를 받았다. 다시 물건을 두고 나갈까 했지만 줄이 길었다. 직원에게 정중하게 사과하고 싶었지만 일본어실력이 형편없었다. 흔들리는 눈빛과 움츠려든 몸짓으로 최대치의 미안함을 표시했다. 도망치듯 편의점을 나왔다. 피로가 몰려온다. 숙소로 돌아와 지금 일기를 쓰고 있다. 아무튼 미야코지마에서 하루가 지나갔다.
ps 회를 살때 왜 간장과 젓가락을 챙기지 않았을까? 직원에게 간장과 젓가락이 있냐고 물어보기 귀찮아 일회용 칫솔 두개를 젓가락으로 사용하고, 퓨어하게 회를 먹었다.
ps 회를 살때 왜 간장과 젓가락을 챙기지 않았을까? 직원에게 간장과 젓가락이 있냐고 물어보기 귀찮아 일회용 칫솔 두개를 젓가락으로 사용하고, 퓨어하게 회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