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아침 7시 30분이었다. 곧바로 전기자전거를 가지고 숙소에서 나왔다. 날씨가 어제보다 좋았다. 어제 그 세탁소에서 똑같은 구도로 사진을 찍었다. 지난날 실패의 기록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아스팔트 도로를 땀 흘리며 달렸다. 겨드랑이가 땀에 젖어갈 때쯤 아라구스쿠 해변에 도착했다. 한낮에 도착해서 그런지 어제보다 사람이 많았다. 어제와 다르게 물이 많이 빠져 모래사장이 더 넓어졌다. 여유를 부리지 않고 곧바로 선크림을 바르고 바다로 들어갔다. 큰 기대를 안고 첫 잠수를 했다. 아무리 고개를 돌려도 거북이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저 멀리 큰 돌멩이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재빨리 다가갔다.
“거북이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거북이는 순해 보이는 눈으로 나는 신경 쓰지 않고 해조류를 뜯어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지난봄 사기를 당하고, 지난여름 울분을 풀기 위해 달리고, 지난가을 풀코스 마라톤을 뛰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해초를 뜯고 있는 거북이를 보면서 가슴속 응어리가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 뒤로 많은 거북이들을 만났다. 어떤 거북이는 사람을 깨무는 물고기와 함께 다녔는데 공포스러웠다. 그 마저도 즐거웠다. 2시간 30분가량 스노클링을 했고 대략 15마리 정도의 거북이를 만났다. 모래사장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오른쪽 해안으로 가 산호가 많은 곳에서 스노클링을 했다. 알록달록한 물고기들이 날 둘러쌌다. 나에게 먹이가 있는 줄 알았던 것 같다. 미야코지마 바다는 아름다웠다. 근처 샤워장에서 개운하게 몸을 씻은 뒤 휘파람을 불며 자전거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숙소로 가는 길에 있는 장어덮밥집에 갔다. 어제는 문을 닫았지만 오늘은 열었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 역시나 식당은 영업 중이었고 기분이 몹시 좋았기 때문에 무료 3만엔짜리 스페셜장어덮밥을 먹었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었다. 아주 맛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자전거를 반납하려는데 호텔직원이 내게 물었다.
"카메카메?(거북이 봤어?)" 나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카메카메 히아와세(거북이 봤어 행복해)"
자고 일어나니 어느덧 저녁이었다. 자기 전 돌렸던 빨래를 찾으러 갔다. 조금 덜 말라 1시간 정도 더 건조기를 돌렸다. 내일이면 한국에 돌아가야 한다. 여유롭게 해안가 산책을 하고 편의점 들렸다. 이번엔 청결한 천 엔 지폐들을 내밀었다. 각종오뎅, 야끼우동, 스지볶음과 하이볼과 맥주를 사서 숙소로 돌아와 야구를 보며 먹었다. 기분 좋게 쿠바에게 승리했다.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동전이 많이 남아 자판기에서 음료수 캔 3개를 뽑아 버스를 기다리며 벌컥벌컥 마셨다. 아침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3시가 넘었고 공항버스를 타고 종점인 우리 집에 내리니 5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집 앞에 도착해 현관문 앞에 섰다. 고양이 두 마리가 날 반기듯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현실이 시작된다. 문을 열었다.
환상의 섬 미야코지마와 거북이 안녕!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