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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피엔드' 후기

by 양세호

민음사 유튜브에 좋아했던 편집자가 나왔다. 근황이 궁금했는데 역시나 흥미로운 이야길 들려줬다. 최근에 이사를 했고 근처 파쿠르체육관이 생겨 배우고 있다고 했다. 거기에 더해 한국문학팀 몇 명을 더 영업해 함께 다니고 있는데 회사에서 주된 대화가 무리한 운동으로 인한 근육통 호소라는 것이다. 출판사 편집자들의 파쿠르 대소동 흥미로운 얘기였다. 덧붙여 대한민국에서 파쿠르체육관이 버티고 있다니 응원하고 싶다.


내가 주로 활동하는 관악구, 서초구, 동작구에는 양세호선정 3대 미스터리가 있다. 서울대학교 후문에 가면 오토바이 앞 바구니에 개 3마리를 태우고 배달일을 하는 켈베로스 라이더를 볼 수 있다. 그분은 따로 클락션을 누르지 않는다. 개 3마리의 울부짖음이 맹렬하기 때문이다. 남성시장에는 세일러복을 입은 건장한 아저씨가 있다. 내방역과 방배역 사이엔 인터넷에 검색되지 않는 '남지윤에그갤러리'라는 계란공예품을 파는 가게가 있다. 놀랍게도 관심이 없을 땐 자주 보이고 "들어가 볼까?"라는 생각이 든 이후엔 가게가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들이 많아 세상이 즐겁다.


세상이 지루해지고 있다. 머리가 좋지 못해 뉴스나 유튜브에 나온 교수들처럼 자세하게 얘기할 수 없지만 분명하게 느끼고 있다. 맛은 없지만 친절했던 식당은 프랜차이즈 카페로 변했다. 귀여운 아이를 보고 인사하는 게 머뭇거려지고, 괴짜들이 나오던 '세상에 이런 일이'는 종영했다. 작년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다. 마음이 불편해 시위현장에 가봤다. 수많은 깃발들이 보였다. '와식생활연구회', '수족냉증연합회','붕어빵천원에3개협회'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은 다 여기 모여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대통령은 싫어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세상에 반함심이 살짝 생겼다. 그 뒤로 몇 개의 정치콘텐츠를 팔로우했다. 들을수록 분노가 차오르고 이내 피곤해졌다. 그러다 한 발짝 떨어져 지켜보고 있는 요즘이다. 그즈음 이 영화를 봤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아들이 만들었다는 이 영화, 청춘영화인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청춘, 음악, 인종, 사회, 문화 모든 걸 담고 있는 영화였다. 근 미래의 일본, 고등학교 밴드 친구들과 음악을 만들고, 몰래 클럽에 가기도 한다. 즐겁기만 할 줄 알았던 고등학교 생활은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첫사랑을 시작하고, 졸업 후에 일본을 떠날 준비를 하고, 학교와 사회에서 외국인에 대한 차별에 시달린다. 각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방황하게 되고 함께였던 친구가 나와 다른 길을 선택할 때 당황하고 불안해한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적어둔다.


피아노가게에서 사장이 말한다. "기왕이면 신나는 곡으로 연주해 무언가에 반항할 때 분노에 휩싸이면 쉽지 지친다. 그럴 땐 즐기는 마음가짐이 좋다."
"넌 너무 애 같아 넌 아무것도 몰라 생각을 하고 살아"
내가 유타와 대학생 이후에 만났어도 친구 될 수 있었을까?



ps 나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의 문화가 재밌다. 잘 찾아보면 해피엔드는 아직 개봉하는 영화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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