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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배틀애프터어나더 후기

근데 이제 내가 좋아하는 두 인물 중심으로

by 양세호


열무김치

본가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날 엄마는 열무김치를 싸준다고 말했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버스에서 다 익는다고"라고 내뱉고 동시에 미안한 마음이 생겨 "그럼 조금만 싸줘"라고 말했었다. 열무김치를 들고 서울로 올라와 샛길로 빠져 영화관에 갔다. 열무김치가 익어가는 줄도 모르고 '원배틀 애프터 어나더' 를 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올리브 영 앞에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모이스처 한 목소리로 "열무김치가 아주 맛있다"라고 말했다. 엄마는 나를 임신했을 때 ak47을 연발로 갈겨대지도 않았고, 어린 나를 두고 떠나지도 않아 고마웠기 때문이다. 가족/스릴러/공포/블랙코미디/로맨스 모든 길을 담고 있는 대단한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나는 가족의 방향으로 감상했다.


셀피^^

얼마 뒤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원배틀 애프터 어나더 재밌지" 반가운 카톡이었다. 서로 영화얘기를 하다. 두 가지 약속을 했다. 1. 아이맥스로 n차 관람하자. / 2. 레오가 경찰서에서 풀려나 가라데 센세와 맥주를 마실 때 우리도 같이 맥주를 마시자.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왔고 눈을 감으니 파도가 떠올랐다. 그리고 오늘 약속을 이행했다.



두 번째 관람은 장르나 스토리보다 두 인물에게 포커스가 맞춰졌다.(열무김치를 다 먹은 이유도 있다) 그 두 명은 인디오 용병(아반티 Q), 닌자 아카데미 사범(세르히오 생카를로스)였다. 아반티 Q는 의뢰가 들어오면 그림자 뒤에서 나타나 무표정한 얼굴로 타인에게 복면을 씌워 납치하는 해결사다. 까다롭다는 더블양키클럽회원들이 인정하는 실력자인 그가 일면식도 없는 소녀를 위해 방아쇠를 당겼는지 궁금했다. 세르히오 생카를로스는 닌자 아카데미 센세는 그는 한술 더 뜬다. 불안이 엄습해 올 때 여유로운 몸짓과 미소로 저세상 이너피스를 보여준다. 이유가 뭘까?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대고 곰곰이 생각해 봤다.


아반티 Q는 넘지 않는 선이 있다. 이건 록조와의 대화에서 나타난다. "난 어린애는 상대하지 않아" 실제로 프렌치 75의 멤버를 납치할 때 어린아이들이 목격하고 있었지만 아이들을 건들지 않았다. 아반티 Q에게 윌라는 어린 소녀였다. 여기서 하나의 원인이 제공되었다. 두 번째 윌라를 수갑으로 벤치에 묶고 열쇠를 백인용병에게 건네는 장면에서 백인용병은 말한다. "고마워 마차도둑" 인디오 차별적인 언행이 아반티 Q를 자극했을 것이다. 차로 돌아오는 길에 아반티 Q는 보트에 기름을 넣고 있는 또 다른 용병을 발견한다. 아마도 윌라를 수장시킬 수 있겠다는 상상을 했을 것이다. 자동차로 돌아와 아반티 Q는 자신이 그어놓은 선을 밟고 고민한다. 넘을 것인지 말 것인지, 오토바이를 타고 또 다른 용병이 도착한다. 곧 윌라를 죽일 것이다. 아반티 Q는 샷건을 들고 용병들에게 트리거를 당기며 선을 넘기로 한다.(나는 그의 죽음 앞에서 맥주를 들어 애도했다)


세르히오 생카를로스 그는 가라데 닌자 아카데미 사범이다. 아마도 멕시코 이민자출신이었을 테고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이민자들을 돕고 보호한다. 언제 추방될지 모르는 불안한 현실에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긴장한 채 품새를 소화한 윌라에게 충고한 호흡과 레오에게 밟지 말하고 소리 지른 다다미였다. 불안이 다가와 내 엉덩이를 물려고 할 때도 그는 레오에게 가족을 소개해준다. 몇 시야?라는 암구호를 풀지 못해 패닉에 빠진 레오에게 뻔뻔하게 "8시 15분"이라는 오답을 알려주기도 한다. 차에서 맥주를 마시다 걸린 경찰을 뒤에 두고 우아한 웨이브로 호흡하며 춤을 춘 뒤 "오늘 힘든 일이 있었고. 창 밖으로 쓰레기를 버렸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불안을 차창 밖으로 버리고 자유로운 춤을 추는 인물이었다. 그에게 불안은 일상이다. 불안한 일상을 지치지 않게 해 준 건 즐기는 태도였을 것이다. 그럼 다다미를 밝지 말라고 화낸 이유는 뭘까? 그에게 가라데는 종교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불안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건 그가 믿는 두 가지 종교 가라데와 예수님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눈을 감고 파도를 상상해 보자. 저 멀리 큰 파도가 닥칠 때 아반티 Q는 파도에 맞서는 자/ 세르히오 생카를로 센세는 파도를 유영하는 자다. 다른 방식으로 파도를 대하는 인물들에게 파도 밖 모래사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보낸다.




ps 영화를 보며 함께 맥주를 마셔준 친구에게 감사는 전한다. 그린에이커스 베벌리 힐빌리스 후터빌 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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