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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세호 Mar 05. 2020

굿바이 나의 레슬링 파트너

은퇴식에 보내는 편지

  

트리플 H, 레이 미스테리오


  네가 은퇴한다는 소식을 들은 건 어제저녁이야, 나는 밤을 지새우고 첫 차를 타고 네가 사는 집으로 달려갔어. 현관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가니 네가 없었어. 나는 너를 놀라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뒤꿈치를 들고 집으로 들어와 소파에 앉았지, tv엔 지루한 뉴스가 나오고 있었어. 나는 너와 내가 좋아했던 레슬링을 틀었어. 이 집에서 우리 둘만 레슬링을 좋아했었지, 기억나? 이 소파에 앉아 좋아하는 존시나라던가 레이 미스테리오가 이기면 꼭 하이파이브를 했었어. 우리가 링 위에서 이긴 것처럼말야 식구들은 우리를 보며 별나다고 말했었어 뭐 상관없었어 우리 둘은 즐거웠으니까 그 뒤로 우리 인사는 늘 조금 과격한 하이파이브가 됐었지, 나는 커가면서 레슬링에서 멀어졌고 이 소파에서도 멀어졌지 가끔 이 집에 오면 넌 혼자서 소파에 앉아 레슬링을 보고 있었어, 참 끈기 있는 내 파트너야, 오늘 네가 은퇴를 한다니 코 끝이 매워지려는데 부엌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났어. 엄마와 네가 밥을 먹으며 신경질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더라


“ 왜 고기반찬은 안 먹고 간장만 찍어 먹어!”


“동네 아줌마가 고기 먹으면 다리 아프대”


  분명 내 귀가 얇은 건 파트너를 닮아서일 거야, 난 괜히 귀를 한번 만져봤었어. 칙칙칙! 바닥을 끌며 걷는 소리가 들렸어, 파트너가 소파로 걸어오는 소리 같았지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파트너를 마중 나갔어. 아무래도 다리는 내가 더 튼튼하니까, 나는 파트너를 맞이할 적당한 곳에 서있었어. 허리를 숙이고 한 손은 무릎을 짚고 손바닥을 파트너를 향해 보였지, 나를 마주 보길 기다렸어. 마침내  파트너가 날 봤어, 함박웃음을 짓더군 눈 웃음이 갈매기 눈썹이 나와 꼭 닮았어. 너는 나에게 단숨에 다가와 손을 던졌지 짝! 두 번 더 짝!짝! 은퇴식에 걸맞은 완벽한 손뼉소리야 나는 그 순간 울 뻔도 했었어. 파트너는 헉헉거리며 소파에 앉았어. 나는 일어서서 있었지 하이파이브를 했으니 교대한거야. 서로 마주보며 웃었어.


  밖에서 클락션 소리가 들려, 엄마가 나에게 파트너의 신발을 찾아보래 난 보이는데도 안 보인다고 말했어.


  잘 들어 파트너 오늘이 은퇴식이야. 그곳에선 아마 레슬링 틀어주지 앉을꺼야 고리타분한 사람들만 있거든


잘 가 나의 파트너,나의 할머니, 나의 친구 자주 찾아갈게


요양원에서 하이파이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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