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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세호 Feb 15. 2020

나를 사랑하기 위해 타인을 사랑한다는 것

TED -히라노 게이치로 강연

  

영화 싱스트리트 中 '자기애 강한 모델'


TED -히라노 게이치로 강연 中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세세한 것까지 너무도 자세히 알고 있기 때문이죠. 저는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낄 때도 있었지만 나는 꽤 냉혹한 인간이다라고 느껴질 때도 많았습니다. 저는 이 중에서 어떤 것이 진짜 나일까를 고민하는 일을 그만두고, 그 모든 것이 나라는 사실을 일단 인정하는데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한 개인인 내가 어째서 그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는 것일까를 생각해 봤습니다. 결국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온화한 내가 되었다가. 또 냉혹한 내가 되었다가 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 자신을 전체적으로 사랑하는 것은 어렵지만 특정한 누군가와 있을 때의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A라는 이성과 있을 때는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허둥대게 되고 우울해지는데 B라는 이성과 있을 때는 나는 즐겁게 대화를 이끌 수 있고, 뭔가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때 우리가 A라는 사람이 아닌 B라는 사람을 선택하게 되는 것은 A보다 B가 좋아서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B와 있을 때 나 자신이 좋아서라고 그런 나로 살아가는 게 좋아서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사랑이란 어떤 상대방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그 상대방 덕분에 나 자신을 좋아할 수 있게 되는 일이 아닐까요?


  불행하게도 모든 인간관계에는 끝이 있습니다. 이별이나 죽음 때문에 누군가를 잃게 되죠. 누군가를 잃어서 슬프다는 것은, 더 이상 그 사람의 다정한 목소리를 들을 수 없고, 이제는 그 사람의 따듯한 몸을 안을 수 없다는 그런 안타까움이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사람 앞에서만 가능했던  나의 모습으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는 외로움이기도 할 것입니다. 내가 그렇게도 솔직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사람 앞에서 뿐이었고, 그렇게 바보 같고 시시한 행동을 마음껏 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사람 앞에서 뿐이었는데 그 사람이 사라지면서 이제 나는 내가 좋아했던 그때의 내 모습도 역시 잃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살아가면서 우리는 그중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면 왠지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나 회사에서 내가 좋아할 수 있는 나의 모습을 헤아려본다면 그래서 그런 내 모습이 두세 개만 있으면 어쨌든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내게는 친구가 세명밖에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 세명이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내가 좋아할 수 있는 나의 모습들을 하나씩 찾아가면서 살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거울을 보며 난 내가 좋아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 덕분에 타인을 통해서 나의 어떤 모습을 긍정하게 되는 일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어떤 타인을 둘도 없는 존재로서 사랑하게 되는 것입니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일식'이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일본 자국에 대해 비판적으로 말할 수 있는 드문 작가 중 한 명이다. 현재 일본과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에 대해 소신 있는 발언을 했고 그 글을 읽으며 경외감마저 들었다. 나는 자국에 반하는 의견을 말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얼마 전 팟캐스트로 TED 강연의 일부를 듣게 되었다. 덕분에 나를 사랑하게 만들어 주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감사를 하게 되었으며 사람과의 이별로 인해 이제는 볼 수 없는 나 자신이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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