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슬픔에게 빌어볼 수밖에

by ㄱㄷㅇ
야. 사람이 자기 밥벌이를 하고 여유가 생기잖아? 그럼 인생이 심플해져.

20대 중반쯤, 삶에 회의가 가득할 때쯤 우연히 sns에서 보았던 글이다.

정말로 내 밥벌이를 시작하게 되면 인생이 심플해지나.


지금처럼 복잡한 감정이 들지 않고

단순하게 살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복잡하고 불안한 내가

슬플 땐 슬프고 행복할 땐 행복하게 살 수 있나.

행복하면서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나.

슬프다가도 금세 웃을 수 있나. 하는 희망을 품었고.


심플한 인생을 살고 싶었다. 언젠가 말했던 것처럼

단순하게. 좋으면 좋은 것. 싫으면 싫은 것. 하고,

순간의 실수쯤이야 잠시 미끄러졌다 일어설 때 손을 탁, 탁 털어내고

곧장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그렇게 살아내고 싶었다.


서른이 넘어간 지 오래이며 밥벌이를 한 지도 오래이건만

희망은 늘 나를 우롱하듯 눈앞에서 사라지고

언젠가 생긴 흉터 같은 것들이 여전히 나를 상처 주는 걸

어떡하라는 건지.


건널 수 없다 생각했던 새벽을 용케도, 지금까지, 건너왔음에도

앞으로도 같은 순간을 반복하면 어쩌지.

또 늦은 새벽을 잠들지 못할까 봐, 갑작스레 눈이 떠질까 봐 -

그렇게 되면 나는 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겠지.

불안과 우울은 친구처럼 나의 양팔을 잡고 나를 잡아둔다.


고작 몇 개의 말에도 이리 쉽게 상처가 나버린다면

앞에 놓인 마음을 붙잡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엔

또다시 슬픔에게 빌어볼 수밖에 없겠지.


일요일 연재
이전 11화세계의 주인은 나라는 걸 기억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