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감각이 어긋나는 순간이 있어.
잠을 설쳤다거나, 술에 취했다거나 하는 이유가 아닌
정말로 갑작스러운 순간에
그런 어긋남을 발견하게 되면
내 몸은 나의 것이 아니게 돼.
그저 로봇을 조종하는 것처럼 -
움직여야 하는 모든 순간에 온 힘을 집중하여야 하는 일.
오른쪽 발을 내디딜 때 다쳤던 발목에서
타인이 나의 발목을 강하게 내려치는 감각이,
혹은
베였던 왼쪽 손가락, 고작 그 한 줄에
타인의 피부를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 들 때.
혹은
타고 흐르던 피가 왼쪽 어깨에서 탁, 하고
끊어지는 느낌 같은 것.
사소한 줄 알았던 상처에서 그런 감각을 느끼게 되면
나의 몸이 멀어져, 멀어져서
타인이 된 것만 같아
그렇게 '나'를 타인으로 인식하게 되면
정상의 세계에서 '나'는 사라지게 돼.
'나'가 세계에서 사라지는듯한 느낌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지, 누구는 아려나.
모두가 아무렇지 않게
발을 떼고, 손을 뻗고, 숨을 쉬는 그 세계에서
아무도 나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마음을,
어긋남은 항상 아주 평범한 순간에 찾아와.
출근길 버스에서 손잡이를 잡으려다
문득 손가락의 이질감을 느끼고,
마트에서 물건을 집으려다
팔이 내 팔이 아닌 것처럼 낯설어지고,
평범하게 걷다가도
오른 걸음을 내딛다 무릎까지 휘청이듯이.
그럴 때면 나는 나의 세계에서
조금 뒤로 물러난 자리에서 존재하게 됨을 느끼고
조금 더 멀어지면,
표정 없는 얼굴로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 들어.
이 어긋남의 가장 큰 문제는
'이상하게' 느껴진다는 데 있어.
분명 아프나 아프다는 감각이 제자리에서 울리지 않아.
발목이 아픈데 머리가 아픈 것 같고,
손가락이 저린데 가슴이 두근거리지.
그럴수록 불안은 커져서-
아픔과 감각이 엇갈릴수록
내가 나를 통제하고 있다는 확신은 희미해지게 돼.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긋남 속에서만 보이는 순간이 있지.
정상의 세계에서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
숨 쉬는 일, 걷는 일,
누군가의 손을 잡는 일 같은 것들이
얼마나 섬세한 균형 위에 서 있는지,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절실히 나에게 필요한 일인지를.
'나'가 잠시 사라진 것 같은 날의 끝에서,
나는 천천히 인정하게 돼.
무엇을?
무엇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