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바라건대

바다가 메마를 때까지 나의 모래성이 무너지지 않기를

by ㄱㄷㅇ

메마를 바다를 생각했다.

가뭄으로 갈라져버린 땅을 바라보면서

이곳은 언제부터 비가 오지 않은 건지 생각하다가

왜 지금의 시대에서,

그러니까

멈춘 인간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고

태양계 넘어까지 항해를 하는

지금,

왜 바다는 메말라 가고 있는 걸까.


파도가 친다

땅의 끝으로, 가파른 절벽 위에

한 겹의 바위를 부수면서

파도가 친다


곧 이곳까지 당도하겠지.

바다는 메말라 가면서

어떻게 저리 파도를 칠 수 있는 건지

고민하다

곧 섭리라는 걸 떠올렸다


바스러지는 바위

모래보다도 약한, 심장


숨이 쉬어지지 않는 곳

여기는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가슴을 움켜쥐고

폐가 부풀어 지는 것을 느껴야 해

그것이 곧 내가 죽지 않는다는 걸

알려주는 신호니까.


바다가 메마를 때까지

파도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건 하나의 법칙이기 때문이고,

섭리이기 때문이지.


파도가 치는 곳

여기는 버스, 골목 어귀, 집


부디 바라건대

나의 모래성이 바스러지지 않기를.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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