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고향

눈을 감으면 느껴지는 향이 있어.

by ㄱㄷㅇ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가는데 눈이 오는 거야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가뜩이나 힘든 길인데 더 피곤하다고 투덜거리다가

마스크를 내리고 숨을 크게 쉬었지

그 순간 들어오는 공기 속에

스며있는 고향의 향기가 함께 오며

오래전의 나를 이 곳으로 불러들였어

바깥의 향들은 많은 날을 기억하고 있기에

나의 과거도 지니고 있지

참 신기한 건,

모든 장소마다 지니고 있는 향이 다르다가도 같아서

순간의 기억을 나에게 전한다는 거야


겨울이 인사를 건네려 빛 사이로 눈을 먼저 보낼 때

여전히 겨울이라고 했던 생각이 무색할 만큼

봄바람인가 하는 착각이 스며들기도 헤


지나간 순간과 지금의 눈은 무슨 연이 있길래

무수히 맡았던 향은 그만큼 기억에도 남아 있어서

원하지 않을 때에도 문득

눈앞에 아른거리게 하는 건지.


아른거리는 눈을 가늠하다가

그것이 그립다면, 나는 그리워하고

그것이 아프다면, 나는 아파하고 말겠지.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지금을 살아내고 있음을 알아.

무탈하게 다음을 살아낼 수 있다는 마음을 믿어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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