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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Jun 09. 2021

[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 왜, 마케팅일까

강의로 배운 마케팅 말고

*작가 직찍사

책을 열자마자 등장인물의 소개가 나온다. 소개를 보면서 픽션인가 의아해했으나 시대적 배경과 인물의 주요 묘사는 기억하지 않아도, 읽는데 큰 문제는 없다. 또한 2003년에 출판되었고 모바일 기술의 엄청난 변화로 우리 삶의 모든 것이 그때와 다른데도 책의 핵심은 단순하면서도 상당히 명확하다. 딱히 어떤 마케팅 기법에 대한 이론, 사례가 전혀 없는데도 읽는 내내 궁금해지고 묘하게 몰입이 되었다. 읽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배웠던 마케팅의 이론들이 슬슬 떠오를 것이다. 이것은 제품 수명주기를 설명하는데? 이것은 포지셔닝, 타기팅인가? 마케팅을 책으로, 시험으로 공부한 선무당이라 처음부터 마케팅의 기법을 풀어쓴 책이구나란 섣부른 판단과 잘난 체는 하지 않는 것이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책의 핵심을 놓치게 된다.



고대 이집트 시대, 바퀴라는 획기적인 제품을 발명하고 바퀴를 시장에 팔기 위해, 그리고 바퀴로 시장에 살아 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맥스의 이야기이다. 획기적인 바퀴를 개발한 후, 그 바퀴가 맥스에게 엄청난 부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었지만 결국 맥스가 만든 바퀴의 경쟁상대는 코끼리였다. 사람들은 바퀴를 원하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이 획기적인 기술을 버릴 수도 없었다. 나 역시 맥스처럼, 바퀴로 이집트 사회에 커다란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아무 일도 전. 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등장한 첫 질문이, "누가 고객인가?"이다. 맥스는 "혁신적인 기술의 바퀴는 경쟁상대가 없다. 과거에 얽매여 있는 비전이 없는 사람들이나 코끼리나 낙타를 이용해 석재를 옮긴다"라고 말한다. 사람들의 강도 높은 노동에서 해방시켜줄 용도로 내가 바퀴를 만들었으니, 선택하는 것도 제공하는 것도 나에게 있다고 판단한 맥스에게 일침을 가한 멘토 오라클의 답은, "매우 오만하고 건방진 태도이다. 적어도 바퀴는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지만 낙타나 코끼리는 사람들에게 물건을 옮기는 동물로 검증이 되었고 적절한 가격에, 지나가는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 바퀴가 넘지 못할 경쟁상대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고 말한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맥스처럼 생산자, 개발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왜 안되는지, 마케팅이 단순히 영업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역설하고 있다.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대는 지났다. 집히는 대로 구매하는 물건이 있는가? 디자인, 기능, 가격, 브랜드명을 따져 비교해보고 사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이제는 물건을 받기까지 소요되는 시간까지도 비교하는 시대이다. 사업이 곧 마케팅이 되어 버렸고 그 마케팅이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와닿지 않으면 외면되는 상황을 초기 발명품이 시장에 등장할 때부터 시작해, 제품이 팔리고 시장이 성장하고 경쟁자가 생기면서 변하는 시장과 그에 적응하기 위한 전략을 이해하고 읽기 쉽게 작성한 책이다. 결국 우리의 사업을 위해 왜 마케팅을 해야 하는지, 왜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해 바퀴로 예를 들어 설명했다. 더불어 이 책은 내가 경영자가 아님에도 마케팅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 주었다. 소설 같다고 우습게 보면 초반에 내가 느꼈던 제품 수명주기나, 포지셔닝만 생각하고 끝날 것이니 좁은 의미의 마케팅이 아님을 주의하며 끝까지 읽어야 한다.


도서를 읽으면서 왜 경영의 천재가 아니라 마케팅의 천재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짐작컨대 책에서는 결국 제품의 기술이 혁신적이거나 지속해서 기술을 개발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면 또는 그런 상황이 될 수 없다면 시장의 변화에 따라가야 하며, 그 시장에 적응하기 위한 완전히 새로운 마케팅 전략, 세일즈 스타일이 나와야 함을 설명한다. 기업과 소비자와의 관계는 제품을 통한 거래로 연결되어 있으니 마케팅이 전부 일 수밖에 없다. 이 대목을 크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마케팅을 광고와 영업, 홍보로만 생각하고 마케팅을 하는 사람을 통해 마케팅을 바라본 이유 때문일 것이다. 사업에서의 마케팅은 같은 의미이며 경영은 그다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사업 모델로 다시 제품을 서비스를 할 때 기존의 방법을 따라가거나 약간의 수정이 필요하다면 혁신이나 마케팅의 비중보단 경영의 비중이 클 것이다. 기존 사업 모델이 없기 때문에, 책의 제목에서 말한 대로 경영이 아니라 마케팅이 필요한 것이고 맥스가 시장에 적응하며 살아남기 위한 노력으로 마케팅의 방법을 바꾼 것이니 마케팅의 천재가 더 맞는 셈이다.



"시장에서 제품의 위치가 달라졌을 때, 마케팅과 세일즈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마케팅의 역할을 단순히 조직의 직무로만 생각했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고 마케팅을 책으로, 시험으로만 공부한 한계를 절실히 느꼈다. 마케팅이 창조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지, 그런 고민을 통해 내가 다니는 회사의 사업이 속해 있는 시장에서 우리는 어떤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지 다시 고민해 본다. 시장에서의 우리 제품의 위치는 어디이며, 그 위치에 맞게 마케팅과 세일즈를 달리 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마케팅의 기법대로 영업이나 홍보, 광고에만 열을 올리며 시쳇말로 존버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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