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진 Sep 16. 2021

헤어지지 못하는 조직, 떠나가지 못하는 개인

Feat.HR

리쌍의 노래 제목이다. 상당히 좋아했던 노래인데, 그 가사가 다시 읽힌다.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
사랑하지 않는 우리 그래서 no no no no no no (×2)"

한 조직에 오래 머물거나 직장생활 10년 정도가 흐르면 본인 스스로가 지금 현재 어떤 위치인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해보지 않았다면, 지금이 그 때이다.


 한 조직에 머문 지 만 8년이 지났다. 사업의 환경 변화가 이토록 급진적인데 내가 하는 업무는 늘 그대로 인 듯하다. 여기를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왜 떠나야 하지? 이유는 많았으나 남는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대부분 직장인은 남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느낀다.


그러다 다시 일을 하고 다시 또 시간이 조금 흐르면 다시 떠나야 하는 이유들이 생긴다. 그 이유도 수만 가지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에잇!' 이러면서 '이 놈의 회사, 그만두던가 해야지...' 이러지만 다시 업무를 다. 

사람들에게 조직을 떠나야 할 이유는 많고 많다.

업무 상 겪는 감정들, 비합리적인 것, 개인적 사고와의 대치, 얼어버린 연봉, 속된 말로 짜치는 업무들, 구성원 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 잘못에 책임 운운하는 것들, 그냥 하라고 하는 일들...

*작가 직찍사


떠나지 못하고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일을 참 못한다고 구박을 받거나 깊은(발전적인) 피드백을 받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 겉에 보이는 요령과 일 처리의 신속함이, 기준도 없으면서 그냥 '잘하는 것처럼' 보였거나 그것이 우리 조직의 일 잘하는 기준이었거나. 

혹은 구박을 받았더라도 어떻게든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리라.

적어도 하위 직급일 때는 그 모습이 대견했었으니 말이다.


드백 없이 일 터지면 책임자 운운빨리라는 미명 하에 목적보단 속도가,

스스로가 해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과하게 노력이라 읽고 치운 일들. 

책임이 없음에도, 나누지 않았음에도 마치 당연한 듯 느낀 책임들. 뭔가 불합리하다고 느낀 찰나, 승진했다.


 그런데, 예전만큼의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 이런..

그래서 회사의 '인정 결핍' 상태에서 했던 대로 하지 않는 동료나 업무를 접하거나, 이전에 했는데 안되었던 것을 다시 하라고 하면 기분이 나빠진다. 조직을 위해 행동하고자 하는 노력보단 이제 무능력에 빠진다. 

알아도 모른 척, 봐도 못본 척 또는 '해도 안되겠지, 말해봤자 뭐'

일상이 무뎌진다. 재미가 없다. 당연한 결과다.


문제없음에 안도할 것이 아니라

왜,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했는지를 경계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 이유에 정작 '자신' 없다.

조직의 이유는 많은데 자신의 이유는 없는 것이다.

조직도 개인과 헤어지고 싶은데 말 못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걸 자신은 모른다.

그래서 떠나야 할 이유가 아닌 남으면 안 되는 이유를 찾는다.


1. 생각이 게을러진 것

2. 게을러지니 요령만 피우고 일에 나를 맞추는 것

3. 게으른 생각으로 그나마 생각해 낸 것이 고리타분하고 구태의연한 것

4. 한 회사에 오래 머물면서 익숙한 사람과 상황에 의해 일을 다른 방식으로 할 자극제가 없다는 것


이것은 팀을 위해서도 조직을 위해서도 서로 좋지 않다. 그래서 남으면 서로에게 생채기만 주기 때문에,

떠나야 하는 이유가 아닌 남으면 안 되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더 남아 있을지 그 와중에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 고민해보고 그래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 데드라인을 정해 보자.

 그 안에 생각을 정리하고 집중해 보고 그래도 남게 된다면 그건 자신이 현재의 환경에서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거나 반대로 한계일 수 있다. 후자의 경우, 그 한계가 어쩌면 나의 미래를 정할지도 모른다. 

내가 정하지 않으면 누군가에 의해 내가 정해지겠지.

적어도 그 불행만큼은 피해야 한다.




혹시나 오해는 없길 바란다. 회사가 싫은 게 아니다. 단지 남으면, 자신이 원하는 성장에 도달하지 못할 거 같아 다른 방법을 찾는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단지 자신의 성장에 대한 고려일 뿐이다.


그래서, 헤어지자고 말하지 못해도

떠나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글의 소통도 대면 소통만큼이나 교육이 필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