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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Feb 08. 2022

일은 가만히 있는데

일을 하는 우리가 가만히 있질 않는다

인사담당자로서 MZ세대 중 Z와 더 가까운 동료와 미팅을 했다.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하거나 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상대방도 감정이 있고, 그 감정이 오늘은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려운 얘기는 진땀이 난다. 유독 Z세대는, 대하는 데 있어 많은 경험이 없어서인지 더 어렵다. 그런데 이래저래 내가 생각하는 목적 혹은 방향 그리고 그것에 맞추어 단계를 밟고 대화를 나아가면 그다음은 경청의 문제이더라. 걱정이나 우려의 감정이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 제대로 안 듣고 해결하려 잔소리를 하기 때문에 대화가 틀어졌었다(뜨끔).



업무의 환경은 누가 만들까?

원래부터 조직 내 쌓인 구조와 시스템이기에 바꿀 수 없는 것일까? 그래서 시스템과 구조를 조금 바꾸면 문제는 해결될까? 시스템이 문제다, 프로세스가 원래 이렇다 말은 많지만 결국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시스템이나 프로세스의 외의 문제이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급여를 정산하고 지급하는 담당자가 있다. 정산하고 지급하는 과정에서 이 직원의 업무는 다른 부서의 직원들과 연결된 업무가 많다. 그래서 아무리 시스템이나 프로세스가 정교하고 계산이 잘 되어도 같이 업무를 하는 사람끼리의 일의 완결에 대한 각 역할, 기간, 결과물의 협의-합의가 안되어 발생되는 문제가 더 많다. 실제로 업무가 늦은 것을 한 번 넘어가 주었더니 이제는 deadline에 맞춰 일을 보낸다. 그러니 담당자의 속이 어련할까. 그래서 이메일로 또는 SNS로 한 번 피드백 했더니, 그것이 또 고깝게 들렸는지 되려 화를 내더란다.


이렇게 일은 감정이 없는데, 일을 하는 과정에서 사람 간 감정이 대부분 원인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감정도 찬찬히 따져보면 비효율이 많다. 직접 물어보지 않고, '이렇게 하면 이렇게 생각해 주겠지'라고 단정 짓는다. 혹은 '왜 우리가 그것까지 해야 해?' 또는 '그건 우리가 해야지'라고 서로의 감정을 열심히 소모한다. 의사소통의 대부분이 주고 받는 과정임에도 우리는 쉽게 주고받지 않는다. 아니, 일을 하는 것 외엔 일이 되는 것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당장 시급하고, 다음의 일로 넘어가야 하니 생략되는 <대화의 과정>이 너무 많다. 그래서 제대로 소통하지 못해 소모되는 시간과 비용은 그만큼 많아질 수밖에 없음에도 대화하려 하지도, 바꾸려 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변명이라는 것이 책임을 전가하거나, 성토의 장으로 마무리하다 다시 하던 일을 한다.


정작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고 땜질 식으로 일을 하다 보니, 오히려 노력이 과대평가가 되고 그런 노력 때문에 자신의 일을 부풀린다. 그러니 일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거나 비효율 투성이다. 대화로 해결하기 싫으니 내 노력을 갈아 넣고 있다. 나도 모자라 나의 리더가 허위 성취 증후군이라면? 의지만 강한 충실한 직원으로 우리를 무능의 길로 안내하지만 그 길이 달콤해(편해서) 쉽게 돌파하지 못한다. 역시나 일은 가만히 있는데, 그 일을 하는 우리가 그 일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이리도 굴려보고 저리도 굴려보는 사이 산으로 가버린 일들. 일을 위한 또 다른 일, 또 다른 일을 위한 또또 다른 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고 있지만 서로 상대방에게 흠 잡히거나 빈축 사는 게 귀찮아 하던 대로 일을 한다. 하던 대로 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즈니스는 정답이 없고 늘 고객은 바뀌는데, 정작 그 안에서 고객을 바라보고 일을 하는 우리가 고여서 질문이나 대화를 하지 않고 과거의 방식대로 하면 일이, 사업이 잘 될 수가 있을까? Z세대 직원과 미팅을 하며 이야기를 듣던 중, 시니어인 나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일을 그렇게 길들여 놓으면 안 됐던 것인데 그렇게 길들인 선배의 잘못이 더 크겠다. 그래서일까, 일을 하는 중에 동료에게 답답한 마음이 이는 대화가 있다.


         나 : OO은 왜 이렇게 했었어?

         A : 저야 모르죠. 이렇게 하라고 해서 한 거예요.


모르면 물어봐야 한다. 적어도 그 일의 배경과 그렇게 하게 된 경위, 그 일의 전체적인 이해 정도는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물어봤는데, 이렇게 하라고 했다'라는 말로 대답을 할 때 누구를 탓하겠는가. 고구마 천 개를 먹은 마음에도 뭐라 나무랄 수도 없다. 


그래서 업무의 환경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은 가만히 있으니 적어도 일을 둘러싼 환경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충분히 우리의 힘으로도 가능하다. 다만 시간과 품이 들겠지만 함께 변화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것의 첫째가 질문과 대화였다. "시니어가 그것도 모르냐?"라는 비아냥도 있겠으나 모르면 물어야 하고 알려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더이상 지시한 그대로가 아니라 궁금한 것, 이해하지 못한 것을 물어볼 줄 아는 용기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방향은 그대로 두되, 방식, 목표를 바꾸며 경직된 것을 바꾸는 변화가 필요하다."라는 말을 되새긴다. 그래서 HR은 능동적 변화관리가 늘 일상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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